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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11월에 본 영화들

by Jaime Chung 2025.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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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5년 11월에 본 영화들

 

2025년 11월에 본 영화들은 총 10편.

⚠️ 아래 목록에서 영화 제목과 연도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에 대한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영화는 후기를 따로 쓰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후기를 참고해 주세요.

 

<The Lonely Passion of Judith Hearne(더 론리 패션 오브 주디스 헌)> ⭐️⭐️⭐️
감독: 잭 클레이튼
장르: 드라마, 로맨스
브라이언 무어의 소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 내가 책 리뷰에서도 썼듯이, 원래 이 소설 제목은 <주디스 헌>이었는데 이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원작 소설도 덩달아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으로 불리게 되었다. 제목을 진짜 잘 지은 게, 진짜로 주디스 헌의 삶은 외롭지만 열정적이다.
영화는 소설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충실히 따라가는데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병으로 성격이 고약해진 이모를 오래 돌보다가 삶의 좋은 시절, 청춘 시기를 다 보낸 주디스 헌(매기 스미스 분)은 피아노 교사로 먹고살고 있다. 이번에 새로 옮긴 숙소에서 미국에서 왔다는 매든 씨(밥 호스킨스 분)에게 반해 버린 주디스. 하지만 매든 씨는 주디스가 돈 많은 여자라고 착각하고 자신의 사업에 투자할 파트너로 설득하려 하는데…
외로움에 절어서 술을 찾고, 또 술만 마시면 부끄러운 짓을 해버리는 주디스. 그래서 독자/관객에게 공감성 수치를 느끼게 만들지만, 소설 원작자(와 이를 따라가는 영화)의 시선은 주디스를 그렇게 부끄러운 존재, 못난 주책바가지로 보지 않는 듯하다. 나름대로 희망이 있는 엔딩이라 좋았다.
<Oppenheimer(오펜하이머)>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장르: 전기, 드라마, 역사
드디어 봤다! 다들 아실, 원자 폭탄 개발에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다. 줄거리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오펜하이머(킬리안 머피 분)는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에 쓸 무기를 개발하라는 명령을 받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 폭탄을 연구하는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의 소장이 된다. 하지만 그도 매카시즘의 광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으니…
내가 이걸 보고 반전에 놀라려고 역사 공부 안 했잖아~ 🙃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그런 인물이었구나. 이 대단한 물리학자를 개인적 복수심으로 인해 그렇게 괴롭히고 누명을 씌우려 하다니, 참 못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섹스 신… 아니, 사람들 보다가 지루할까 봐 섹스 신을 넣은 건가? 굳이 거기에 그런 장면들이 들어가야 했나요… 플로렌스 퓨(진 태트록 역) 욕봤다…
아, 그리고 일본에 핵 폭탄을 날리기 전에 그 영향력을 우려하던 사람들 반응이 한국인인 나로선 이해가 안 갔다. 보통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면 물론 그런 무기를 쓰기 전에 항복했겠지요… 하지만 일본은 그 핵 폭탄을 한 방도 아니고 두 방을 맞고서야 항복했답니다!^^ 그래 놓고 여태까지 피코질 쩔어… 이럴 거면 그 사람들(핵 폭탄 개발한 사람들 및 그걸 사용하겠다고 결정 내린 정치인들)은 왜 죄책감을 느꼈냐며… 일본인들은 아직도 반성을 안 하는데. 이게 너무 빡치는 부분. 어쨌거나 영화는 잘 봤고, 언젠가는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오펜하이머 평전인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의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을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오직 기도 메타뿐…
<The Roses(더 로즈: 완벽한 이혼)> ⭐️⭐️⭐️
감독: 제이 로치
장르: 다크 코미디, 코미디
워렌 애들러가 쓴 소설 <The War of the Roses>를 바탕으로 한 영화. 똑같은 케이스인 동명의 영화 <The War of the Roses(장미의 전쟁)>(1989)은 이미 유명해서 많이 알 듯. 이것은 그 영화와 많이 다른 새로운 영화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건축가 테오(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요리사 아이비(올리비아 콜맨 분)의 사랑과 전쟁이라고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 텐데, 전반적으로 내가 본 1989년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여기에서는 여자 쪽이 더 잘나가고, 남자 쪽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둘 사이의 불화가 점점 더 깊어져 아주 살벌해진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맨 둘 다 연기를 잘하지만 이미 너무 유명한 배우라서 둘이 (영화 속에서) 커플이라고 믿기가 어려웠다. 그냥 둘이 연기 배틀 하는 것 같고 몰입이 잘 안 됐다. 개인적으로는 1989년작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하고 싶다.
<The Life of Chuck(척의 일생>(2024) ⭐️⭐️⭐️⭐️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장르: 드라마, 판타지, SF
스티븐 킹의 동명 중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3막으로 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3막에서 2막, 1막으로, 거꾸로 진행되는 구조다. 이는 척의 일생에 대한 진실을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보여 주며, 긴장감을 주기 위함이다. 첫 막, 그러니까 3막만 보면 아포칼립스물인가 싶을 수도 있으나 3막, 2막으로 가면서 3막의 정체가 뭐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진짜 기가 막힌데 여기에서 다 말하긴 그렇고, 자세한 이야기는 링크된 리뷰 본문에서 확인하시라. 일단 여기에선 원작 소설과 영화 둘 다 추천한다는 말만 해 두겠다(물론 나라면 소설 먼저 읽겠다).
<Mr Harrigan’s Phone(해리건 씨의 전화기)>(2022) ⭐️⭐️⭐️
감독: 존 리 행콕
장르: 드라마, 공포, 미스터리
이것도 스티븐 킹의 동명 중편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두 편 모두 <피가 흐르는 곳에>라는 중편 소설집에 실려 있다). 해리건 씨(도날드 서덜랜드 분)라는 은퇴한 부자 할아버지 댁에서 책 읽어 주기를 하면서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던 크레이그(제이든 마텔 분)는 해리건 씨가 돌아가신 후, 그가 쓰던 휴대전화에 메세지를 남긴다. 처음에는 그냥 해리건 씨가 보고 싶다는 말 정도였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케니 얀코비치(사이러스 아놀드 분)라는 놈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터놓게 된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 이야기를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케니 얀코비치가 죽었다고 한다. 크레이그는 이게 혹시 해리건 씨네 전화기에 대고 그 애 욕을 한 사실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지, 해리건 씨가 자신을 대신해 복수해 준 건 아닐지 두려워하게 되는데…
스티븐 킹은 좋은 이야기꾼이지만, 이 영화 감독은 그의 이야기만을 믿고 다소 안일하게 접근했다는 느낌이다. 그냥 원작 소설만 읽고 이 영화는 안 봐도 아쉬울 게 전혀 없다.
<Plus One(플러스 원)> ⭐️⭐️⭐️
감독: 제프 챈, 앤드류 라이머
장르: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대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 둘, 벤(잭 퀘이드 분)과 앨리스(마야 어스킨 분)가 서로 각자 친구들의 결혼식에 ‘플러스 원’, 그러니까 ‘동반 1인’이 되어 같이 가 주다가 눈이 맞아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의 로맨틱 코미디. 이야기가 흔하다는 점에 딱히 반감은 없으나(그만큼 인기가 있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는 뜻이니까), 내가 제일 궁금한 건 이거다. 첫째, 딱 봐도 둘이 성격이 정반대 같은데 친구로 지내면서 ‘아 쟤랑은 안 되지’ 이런 생각은 안 해 봤나요? 둘째, 왜 남자 작가들이 쓴 ‘털털한 여자’ 캐릭터는 이토록 비호감인가. 여자들이 생각하는 털털한 여자랑 남자들이 생각하는 털털한 여자의 차이가 커서, 나 또한 한 털털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두 남자 작가이자 감독들이 쓴 앨리스 캐릭터에는 도저히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었다. 털털하다는 게 무례하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닌데, 털털한 여자들이 하지 않을 방식으로 앨리스가 행동하는 게, 그냥 남자 캐릭터에다가 여자 이름만 달아 놓은 거 같달까. 이래 놓고 감정선이 중요한 로맨틱 코미디를 쓴다고요… 마지막에 둘이 어떻게 싸운 게 화해가 되고 어떻게 다시 사귀게 되는지 나는 이해도 안 갔다. 그냥 끝날 때쯤 됐으니 알아서 마무리했나 보다 생각하고 봤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면 안 될 최악의 쓰레기까지는 아니지만, 별로 설레지도 않고 그다지 공감도 안 되는 영화다. 굳이 안 보셔도 삶에 하등 지장이 없을 것임을 장담한다.
<Roofman(루프맨)>(2025) ⭐️⭐️⭐️⭐️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장르: 전기, 범죄, 역사, 드라마, 역사, 음악, 로맨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지붕을 뚫고 침입해 돈을 털어간 강도범 ‘루프맨(Roofman)’ 제프리 맨체스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는 직원들을 워크인 냉동고에 가두고 금고를 털면서도 미안하다, 고맙다, 부탁한다(please) 같은 말을 꼬박꼬박 할 정도로, 수상할 정도로 예의가 발랐다고 한다. 강도질로 45년 형을 선고받은 그는 4년 만에 탈옥하는데, 그러고 나서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한 동네에 있는 토이저러스(Toys “R” Us, 장난감 가게 프랜차이즈)에서 숨어 살면서 놀랍게도 교회에 나가 사람도 만나고 연애도 했다. 주인공 제프리 맨체스터 역은 채닝 테이텀, 그가 교회에서 만나 사귀게 되는 여인 리 역은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하다는 말이 딱이다. 그걸 새삼 느끼고 싶을 때 보면 좋을 영화.
<Freakier Friday(프리키 프라이데이 2)>(2025) ⭐️⭐️⭐️
감독: 니샤 가나트라
장르: 코미디, 가족, 판타지
다들 아실 <Freaky Friday(프리키 프라이데이)>(2004)의 후속작. 이번에는 엄마 테스(제이미 리 커티스 분)와 딸 애나(린제이 로한 분)뿐 아니라 애나의 딸 하퍼(줄리아 버터스 분), 그리고 애나가 결혼할 남자 에릭(매니 자신토 분)의 딸 릴리(소피아 해먼스 분), 이렇게 네 명의 여자들의 몸이 바뀐다. 매니 자신토가 멋있긴 하지만 이 거대한 여자들의 소용돌이 안에서 이 약혼남 캐릭터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자들이 다 해먹는 걸 봐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10대 딸 이름을 ‘하퍼’라고 짓는 데에서 진짜 흔한 백인 중산층 가정 느낌이 풀풀 났다ㅋㅋㅋㅋㅋ <프리키 프라이데이>을 재미있게 본 이들이 나이 들어서 이제 자녀들과 이걸 볼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느꼈다. 그냥 괜찮은 오락 영화.
<My Cousin Vinny(내 사촌 비니)>(1992) ⭐️⭐️⭐️
감독: 조나단 린
장르: 범죄, 코미디
억울하게 살인죄를 쓴 두 대학생 빌(랠프 마치오 분)과 스탠(밋첼 휘트필드 분)은 빌의 사촌인 비니(조 페시 분)에게 변호를 맡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형사 재판이 처음. 그는 약혼녀 리사(마리사 토메이 분)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준비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재판이 진행될수록 재미있긴 한데, 지방 검사가 상대 변호 측에게 증거 및 증인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던 변호사를 도대체 뭘 믿고 봐줘야 하는 건지… 솔직히 사건 해결은 리사가 다 했는데, 왜 영화 제목이 ‘내 사촌 비니’인지 모르겠다. 문제를 해결해서 빌과 스탠의 결백을 증명해 주는 건 ‘내 사촌 비니의 약혼녀 리사’잖아요… 누가 봐도 리사가 비니보다 더 똑똑하고, 젊고, 개성으로 보든 외모로 보든 더욱 매력적인데 이쪽이 타이틀 롤이 아니라고? 이게 여성 혐오가 아닐 리가 없다. 1992년 영화니까 말 다 했지 뭐… 마리사 토메이가 살린 영화.
<Hit Man(히트맨)>(2023)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장르: 코미디, 범죄, 로맨스
한마디로 여미새와 남미새의 환장할 로맨스. 경찰을 위해 첩보 활동을 하는, 본업은 대학 강사인 게리(글렌 파월 분)는 경찰 요원 재스퍼(오스틴 아멜리오 분)가 정직을 당하자 얼떨결에 그 일을 맡게 된다. 살인을 청부하는 사람들에게 히트맨인 척 다가가서 그들을 체포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살인을 청부하는 말을 녹음)를 모으는 일이다. 해 보니까 의외로 이런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리. 어느 날 그는 자신을 학대하는 남편을 살인해 달라는 아리따운 여인 메디슨(아드리아 아르호나 분)을 만나게 되는데… 게리는 여미새요, 메디슨은 남미새나 이보다 끔찍하게 환장할 커플은 있을 수 없다. 보는 나야말로 상식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이상한 로맨스…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여미새, 남미새가 정상적인 사람일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되죠? 염병할 로맨스를 견딜 수 있는 분들만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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