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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11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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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5년 11월에 읽은 책들

 

2025년 11월에 읽은 책들은 총 10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모리미 토미히코, <셜록 홈스의 개선> ⭐️⭐️⭐️
모리미 토미히코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의 모험> 이야기를 빅토리아 시대의 일본 교토로 옮겨 놓았다. 여기서부터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게다가 이 이야기에서 셜록 홈스는 슬럼프에 빠져 있다! 그래서 그의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사이인 존 왓슨이 그를 ‘개선’시키려는 것이다. 흥미롭지만 솔직히 초중반에 이야기 진행이 더디고 ‘셜록 홈스가 슬럼프랍니다!’ 이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조금 지겹다. 하지만 그것만 견뎌냈다면 마지막의 반전은 새롭고 신선하다.
원하나, <독서모임 꾸리는 법> ⭐️⭐️⭐️
독서 모임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은 해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이곳에서 독서 모임에 나갈 일은 없고, 내가 운영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 같기에 내가 이 책을 왜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언젠가 참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인 듯. 진짜로 독서 모임을 꾸리고 싶은 분들, 또는 최소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유유 출판사의 이 땅콩문고 시리즈가 워낙에 가볍고 간략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이 출판사에서 펴낸 책 소개만 이 책 분량의 35%는 잡아먹는다는 것(방금 확인해 봤더니 본문이 다 끝나고 판권이 나오는 페이지가 이 책 진도의 63% 되는 곳이었다). 나머지 35%는 다 책 광고였다. 나야 교보 샘으로 봤으니까 책이 길든 짧든 내가 가욋돈을 더 내는 게 아니라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보시는 분이라면 좀 속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주연,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
제목이 기가 막힌 이 책은 ‘오픈리 퀴어’인 저자가 국내 및 국외 미디어 속 퀴어 인물을 소개하는 에세이다. 대부분 레즈비언이고 바이섹슈얼이나 무성애자도 조금 등장한다. 현실적인 이유로 영어로 된 미디어(미드, 영드 등)가 제일 많고, 태국 GL도 간간히 있고, 한국 드라마도 쪼끔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살펴보시라.
마샤 웰스, <Rapport: Friends, Solidarity, Communion, Empathy> ⭐️⭐️⭐️
내가 하도 수없이 언급해서 질리셨을 수도 있는 마사 웰스의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애플TV의 드라마 <머더봇>의 원작!)에 속하는 단편 소설. 시간적으로 따지면 2권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 상태>와 5권 <Network Effect> 그 사이 어드멘가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페리헬리온이라는 수송선이 태우고 다니는 크루의 이야기인데, 이 페리헬리온이 누구냐면… (더보기) 2권을 읽으셨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머더봇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종이책으로 치면 34쪽밖에 안 되는 부담 없는 길이도 마음에 든다.
데이나 슈워츠, <당신의 불행을 선택하세요> ⭐️⭐️⭐️
독특하게 게임북 형태로 되어 있는 에세이. 맨 처음 꼭지는 ‘당신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라면, 어떤 직업이 어울릴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각각의 선택지에 따른 결과가 있는데, 때로는 무엇이 진짜로 일어난 일이고 무엇이 창작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주제는 명확하다. 무엇을 선택하든, 현대 사회에서 여성, 특히 페미니스트 여성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는 것.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 보시라.
김지효, <인생샷 뒤의 여자들> ⭐️⭐️⭐️
제목을 정말 잘 지은 듯. 소위 ‘인생샷’이라고 불리는, 잘 찍힌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여성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무엇인가. 저자는 ‘셀카’를 누가, 왜 찍는지부터 시작해 페미니즘과 탈코르셋, 페미니즘의 ‘관객들’(SNS에서 페미니즘적인 콘텐츠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까지 나아간다. 애초에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하지 않고 셀카를 찍는 일도 거의 없는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인터뷰이들이 설명하는 그 감정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인생샷’을 찍어 SNS에 전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
남초 사회가 근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논픽션. 성비가 어느 정도를 넘으면, 다시 말해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현저하게 많아지면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이 많아지고, 이들은 과도한 폭력성으로 인해 사회에 큰 위험이 된다. 이 책은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간단히 소개한 글(이 글)로도 잘 알려진 듯하다. 사실 이 내용은 책의 절반에 불과하고, 남아를 낳기 위해 여아를 낙태한 역사와 그를 위한 기술의 발전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책.
스티븐 킹, <피가 흐르는 곳에> ⭐️⭐️⭐️⭐️
내가 2025년 11월에 본 영화 중 <The Life of Chuck(척의 일생)>(2025)과 <Mr. Harrigan’s Phone(해리건 씨의 전화기)>(2022), 이 두 편이 스티븐 킹의 (동명)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 원작들이 바로 이 중편 소설집에 실려 있다. 네 편 모두 웬만한 퀄리티를 보여 주는데, <해리건 씨의 전화기>는 약간 으스스한 이야기, <척의 일생>은 의외로 감동물, <피가 흐르는 곳에>가 진짜 무서운 공포물이고 <쥐>는 약간 심장이 쫄리는 스릴러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중 꼭 읽어 보면 좋은 두 편을 고르자면 <척의 일생>과 <피가 흐르는 곳에>가 단연코 최고다. 이 중편 소설집 자체를 추천한다!
스티븐 킹, <돌로레스 클레이본> ⭐️⭐️⭐️⭐️
동명의 영화(1999년작)로도 만들어진, 스티븐 킹의 대표작 중 하나! 메인 주의 리틀톨이라는 작은 섬마을에 사는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자신이 일하던 부잣집의 마나님 베라 도너번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돌로레스로 말할 것 같으면 억척스럽고, 강인하며, 자기 남편 조에게 폭력을 당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여인이다. 그는 경찰들과 속기사 앞에서 자신은 남편 조를 죽였지만, 베라는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그는 이야기의 한가운데부터 시작해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면서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 소설의 본문 전체가 돌로레스가 혼자 이야기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전혀 지루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짜여 있다. 베라가 얼마나 깐깐한 고용주였고, 어떻게 그와 몇십 년간 일하면서 우정이랄지, 삶이 고단한 여인들간의 이해랄지 같은 것을 쌓아 왔는지 이야기하다가 자기 딸 셀리나 이야기도 하고 남편 조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정말 흡인력이 대단하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가부장제와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여인이 어떻게 나름대로 저항하고 싸우며 결국 이겨내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영화보다 원작 소설이 훨씬 낫다고 장담할 수 있다. 강력 추천!
미야케 카호, <덕후의 글쓰기> ⭐️⭐️⭐️
제목부터 매력적인 이 논픽션은 최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대박’, ‘쩐다’, ‘미쳤다’ 정도밖에 말할 수 없는 덕후가 스스로의 언어를 찾아 좀 더 효과적인 사랑 고백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애’의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왜 좋아하고, 어디가 좋은지 스스로 언어를 자기 안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일단 남이 읽고 (’최애’를 모르는 경우) 호기심을 가지거나 (같은 ’최애’를 둔 경우) 공감할 수 있도록 글을 써 보자는 취지다. 덕후는 좋아하는 것 이야기만 나오면 말도 생각도 빨라지므로, ‘최애’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정보까지 제공하라고 조언한다. 근사한 글은 아니어도, 내 진실한 마음을 잔뜩 담아 내 언어로 쓴 글 한 편을 완성해 보고 싶다고 한다면 한번 읽어 보시라. 진지한 작법서는 아닐지언정, ‘나도 한번 써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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