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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by Jaime Chung 2025.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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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심각한 ‘남초’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논픽션. 얼마 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이런 글을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나도 읽어 보았다.

 

위 인터넷 글은 남성 인구가 자연스러운 성비를 넘어서 과하게 많아지면 여성과 짝을 짓지 못하는 잉여 남성들이 생기기 때문에 폭력성을 보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점은 100%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 부분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2부에 있고, 1부는 성비 연구와 남아를 낳기 위해 여아를 낙태한 역사, 이에 사용된 기술(대체로 초음파)의 발전 및 역사도 다룬다.

새로운 성 감별 기술을 둘러싼 열광이 한창일 때, 외로운 자제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자이자 나치 독일에서 피신한 유대인 아미타이 에치오니였다. 에치오니는 1968년 《사이언스》에 실린 기사에서 성별 제어를 널리 이용할 수 있게 될 경우의 영향력을 검토했다. 그는 부모들이 딸보다 아들을 선택할 것이며 불균형적인 사회는 나쁘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시작한다. “우리는 전쟁이나 이주로 성비가 균형을 잃은 사회에 관한 많은 경험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누적된 현저한 남성 과잉은…… 윤리 교육을 하는 사람의 수가 줄고 범죄자의 수는 늘어나는 등 국경 마을의 거친 특징 중 일부가 나타나는 사회를 낳을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회에서 힘든 사람은 여성만이 아니다. 에치오니는 “짝을 찾을 수 없는 남성들의 슬픔”에 관해 쓰면서 남성이 더 많다는 것은 남성들의 불행을 의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는 그 대가가 정당한지 질문해야 한다. 이것은 종말론적인 위험은 아니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이점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남아 선호 사상은 옛날부터 있었고, 중국, 인도,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여아를 낙태하는 일은 빈번히 일어났다. 초음파라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아이의 성별을 일찍, 쉽게 알게 되자 남아를 낳기 위해 여아를 낙태하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물론, 남성 과잉 사회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몇몇 이들은 여아 낙태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게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던 게, 임신 중단은 당연히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배우자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폭력으로 인해 생긴 태아이든, 아니면 단순히 경제적 또는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태아이든, 태아의 주인인 여성에게 모든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갖고 싶긴 하지만 특정한 성별, 즉 남아만 갖고 싶어 한다면? 이런 임신 중단도 우리는 인정하고 허용해야 할까? 그것은 여아 살해가 아닌가? 나 또한 이런 식으로 여아 살해가 빈번하던 1990년대에 간신히 태어났는데. 아래 인용문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놀랐는데, 상황이 나에게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이 정말로 우연히 첫째로 남아를 가지지 않았다면, 내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부모가 딸을 몇 명 낳은 뒤 아들을 낳기 위해 성별 선택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모 자신들이 편향된 성비 때문에 개인적으로 고통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딸들이 자라 결혼 상대를 찾기 시작할 때 이들의 사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빙의 두 딸은 남편감을 찾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독신으로 살며 우빙과 랴오리에게 의존할 경우 딸들이 결혼했으므로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웃들이 출산 제비뽑기를 조작한 사회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느라 가장 어려움을 겪을 사람은 첫 임신에서 순전히 50 대 50 확률로 아들을 낳은 부모들, 즉 여아를 유산시킨 적이 없는 이들이다.

 

요즘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보다) 많다. 여자들은 이미 현실을 알아차려서 그냥 비혼하겠다고 하는데 남자들은 포기 못하고 꾸역꾸역 여자들과 결혼하고 싶어 하니, 양쪽 다 괴로운 처지다. 그냥 한녀들 놔주세요… 혹자는 여자가 결혼 시장에서 슈퍼 갑이니 뭐니 (이런 워딩을 쓴 인터넷 글이 있는데 굳이 가져오지는 않겠다. 원하시면 검색해 보시라) 하던데, 아니 여자들은 아예 결혼 생각이 없다니까요?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 아니 더 나아가서 결혼할 대상이 될 여자들(여성 인구)이 적으면 여자들의 가치가 올라간다고요?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가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여자들에게 왜 결혼해 달래? 그리고 단순히 여성의 인구 수가 적다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더 잘해 줄 것 같아? 그럴 리가. 머릿수가 적으니까 자기네들 머릿수로 누르려 들겠지. 그래서 이 책에서 이 부분을 읽었는데 내가 추측만 하던 것이 옳다고 밝혀진 것 같아 무릎을 탁 쳤다.

신부 구매가 증가한 데다 반대 증거들이 나와 있는데도 일부 학자들은 고집스럽게 성별 선택에 수요공급의 법칙을 계속 적용한다. 여성 구성원이 줄어들면 여성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2009년 경제학자 게리 베커와 이론가 리처드 포스너는 “[여아에 비해] 남아가 많은 집단의 아이들이 성장하면 여아와 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유리한 점이 늘어난다”라고 썼다(경제학자들이 특히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학자들은 성비 불균형이 발생한 사회에서 불이익을 겪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내와 여자 친구로서, 그리고 다른 면에서 여성의 가치가 높아진다. 남편과 남자 친구로서 남성의 가치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의견은 가장 투박한 의미에서만 맞다. 성비 불균형이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은 결혼할 때가 되었을 때 희소성 때문에 더 많은 협상력을 지닐 수 있다. 현재 중국 동부의 부유한 도시들에 사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집, 차, 좋은 직업을 갖추지 못한 남성과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고 불평한다.30) 하지만 신부의 가치 상승이 자율성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중국 동부 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치 상승은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뿐이다. 정말로 평등한 관계인지의 판단은 여성이 남성에게 어떤 물건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결혼 후에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성비 불균형이 높은 지역의 신랑은 신부에게 감사하고 다정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마음을 끌려고 모았던 재산에만 집착하거나 자신을 떠날까 봐 아내를 매처럼 감시할 수도 있다. 구성원 수가 줄어들면 사회의 나머지 집단에게서 더 귀하게 대우받을 것이라고 착각해 소수집단이 되고 싶어 하는 다수 집단은 없다. 그리고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나 신부로 팔려 갈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경우 성비 불균형은 종종 삶을 상당히 악화시킨다.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의 성 감별 낙태 증거를 찾아냈던 컬럼비아 대학 경제학자 레나 에들런드는 이런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들런드는 여성에게 수요공급의 법칙을 적용하는 경제학자들에게 분노한다. “좋아요, 전체 여성의 수가 줄어들면서 여성의 가치가 올라갔어요. 하지만 그게 여성이 더 나은 지위를 누린다는 의미일까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에요. 여성은 부모에 의해 팔려 갈 수도 있고 납치를 당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약간 역설적이긴 하지만 여성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그 가치를 빼앗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누군가가 그 가치를 차지하려고 할지 모르니까요.”

수요공급의 법칙은 성비 불균형이 심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수행하는 역할 역시 무시한다. 타이완, 한국, 그리고 여성이 부족한 다른 지역들에서 여성은 아내, 어머니, 돌봐주는 사람, 가정부, 섹스 상대로 필요하다. 남성들은 베트남 아내에게 원하는 특성들을 나열할 때 유머 감각이나 동등한 동반자 관계를 이루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성비 불균형이 높은 사회는 유난히 문맹률이 높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낮았다. 그리고 오늘날 성비가 편향된 사회들은 계속해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한다. 그런 역할에 순응하는 여성이 높게 평가되는 반면 변호사나 과학자가 되거나 독신으로 남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등 기대에 맞서는 여성들은 위협적인 인물로 인식된다.

 

성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역시 가부장제를 타파하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 여자들이 살 만한 세상이 되어야 여자들이 여아를 낳는 걸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지.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가부장제가 무너지는 그날까지!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 정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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