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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Colette(콜레트, 2018) - 영화로 만나 보는 20세기 프랑스의 대담한 여성 작가 이야기

by Jaime Chung 2018.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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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Colette(콜레트, 2018) - 영화로 만나 보는 20세기 프랑스의 대담한 여성 작가 이야기

 

 

 

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Wash Westmoreland)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 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의 시골 처녀로, 자기보다 나이가 열다섯 살이나 많은,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한) 윌리(Willy, 도미닉 웨스트 분)와 결혼한다.

그를 따라 파리로 와 보니 이곳엔 지적이고 예술적인 사람들이 참 많다. 윌리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적당히 재능이 있는 작가들을 고용해 '팔릴 만한' 소설을 찍어 내는, 일종의 '양산형 소설 공장' 주인이다.

두어 명의 작가가 윌리에게 빨리 고료를 지급하라고 재촉하자 윌리는 딱히 미안한 기색도 없이 자기를 못 믿느냐며, 곧 지급하겠다고 대꾸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브리엘은 남편이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지, 자신에게 약속한 대로 자기에게도 (부부로서) 동일한 권리를 주는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윌리는 평소에 편지 같은 글을 잘 쓰던 아내 가브리엘에게 소설을 써 보라고 권한다.

가브리엘은 공책 한 권을 써서 주었으나 이를 읽어 본 윌리는 '잘 팔릴' 것 같지 않다며 그냥 책상 안에 넣어 버린다. 가브리엘은 실망하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 다짐한다.

몇 년이 지난 후, 가브리엘은 책상 서랍에서 자신의 소설을 발견한다. 다시 한 번 읽어 본 후, 긴 이름을 지우고 '콜레트'라는 성만 남겨 버린다. 이 기회에 아예 그냥 '콜레트'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다.

남편도 이 소설을 군데군데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친 후, 남편 이름('윌리')으로 낸 이 소설 <학교에서의 클로딘>은 예상 외로 대박이 난다.

처음에는 그저 기뻤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인 '클로딘(Claudine)' 열풍이 거세지자 콜레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데...

 

남편 윌리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콜레트(이때는 아직 '가브리엘' 시절)

 

이분이 남편 윌리. 팔리는 소설 위주로 찍어 내는 소설 공장 주인이다.

 

왼쪽 빨간 머리는 미국 남부 출신 조지 부인, 오른쪽 검은 머리가 콜레트

<클로딘> 시리즈 1편(<학교에서의 클로딘>) 이후 역시 남편에게 속편을 권유받아 집필 중인 콜레트

 

그 속편을 놓고 같이 손보는 중

 

<클로딘>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역시 대성공하자 인터뷰를 싣기 위해 사진을 찍은 세 사람.

왼쪽 흰 옷이 콜레트, 가운데 남자가 윌리, 오른쪽 검은 반짝이 달린 옷이 폴레어(<클로딘> 뮤지컬의 주인공 역 배우)

 

남자처럼 옷을 입고 남자처럼 행세하는 미시(왼쪽)와 연인이 된 콜레트(오른쪽)

 

미시(왼쪽)와 콜레트(오른쪽)가 공연하는 판토마임 공연 중 한 컷

 

20세기 프랑스의 중요한 소설가 중 한 명인 콜레트의 삶을 다룬 영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 높고 인기 있는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가 주연을 맡은지라, 분명히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개봉을 할 거 같긴 하다.

다만 콜레트라는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라서... 하지만 국내에 <여명>, <암고양이>, <방랑하는 여인>, <사랑에 눈뜰 때>가 번역되어 있으니 이 책들에 띠지만 잘 인쇄해서 끼워 팔아도 홍보는 잘될 듯(영화가 개봉을 한다면 그럴 거라는 이야기다).

20세기 초 파리의 사교계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영화 <지지(Gigi)>의 원작도 이 콜레트가 쓴 중편 소설(novella)이다. 이렇게 저렇게 홍보할 구석은 적지 않은 듯.

 

콜레트는 자기의 소설만큼이나 관능적인 삶을 살았다. 일단 처음 결혼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와 했지만 남편이 자기를 두고 창녀와 만나 돈을 쓴 게 억울해서인지 그녀도 별 죄책감 없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

첫 상대는 유부녀인 조지 라울-드발(Georgie Raoul-Duval, 엘리너 톰린슨 분) 부인. 미국 남부 출신이라 액센트부터 독특한데 붉은 머리도 고혹적이다.

콜레트의 남편 윌리가 먼저 '조지가 콜레트에게 작업을 거는군' 하고 알아차리고 콜레트에게 잘해 보라고 밀어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윌리도 조지와 육체적을 즐기고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프랑스스러운 스캔들도 일어난다.

콜레트는 처음에는 좀 화내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그런 현실의 경험을 살려서 소설을 쓴다. 정말 대단... 콜레트가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사람은 아니었던 건 확실하다.

영화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콜레트의 애인은 미시(Missy, 데니스 고프 분)이다. 본래 이름은 마틸드 드 모니(Matilde de Morny)로, 나폴레옹 3세의 조카딸인데, 남자 옷을 입고 남자처럼 행세했다.

보통 레즈비언이라고 숏컷에 중성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자를 떠올리는데, 미시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키이라 나이틀리의 말에 따르면 당시에 여자가 남자 옷을 입는 건 불법이었다고).

1906년에 콜레트가 남편 윌리를 떠나자, 콜레트는 미시의 품에 안겼다. 1907년에 그들은 그 유명한 물랑 루즈(Moulin Rouge)에서 <Reve d’Egypte>라는 제목의 판토마임 공연도 같이 했다. 이 공연 장면도 영화에 나오는데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집트풍의 옷을 입고 판토마임을 직접 연기하더라.

그런데, 레즈비언 공동체가 파리에서 웬만큼 인정을 받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좀 '너무 나갔다'. 무려 콜레트와 미시가 공연 중에 무대 위에서 키스를 했던 것이다.

'시대를 앞서 나간' 공연에 관객들은 크게 반발했다. 미시의 가족은 그녀에게 보내 주던 수입을 크게 삭감했고, 콜레트는 작가가 아니라 공연가로서 먹고살아야 했다.

 

영화는 이 이후에 콜레트가 어떻게 (첫) 남편 윌리와 '클로딘'이라는 거의 본인이나 다름없는 캐릭터를 두고 싸우고 나서 자신의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 새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정도를 영화 후반에, 그리고 영화 끝에 올라가는 자막으로 보여 준다.

하지만 사실 그 이후, 그러니까 미시 이후(그들은 1911년에 헤어졌다)에도 콜레트는 여러 사람을 잘 만나고 다녔다.

세 번째 연애 상대는 남자였는데, 앙리 드 쥬브넬(Henry de Jouvenel)이란 남작이자 신문 편집자이기도 했다.

1920년에 콜레트는 <셰리(Cheri)>라는 소설을 출간했는데, 내용인즉슨 중년 여성이 젊은 남자와 정사를 벌이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놀랍게도(이제 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놀랍지도 않나?) 1923년, 앙리 드 쥬브넬은 자기의 아들과 아내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려나? 콜레트가 자기 양아들이랑 바람을 피운 것이다. 남편을 두고서!

앙리는 당연히 별거를 요구했다. 콜레트는 그렇게 했지만 양아들(이름이 버트랜드(Bertrand)였다)과 1924년까지 커플로 살았다.

그러다가 콜레트가 버트랜드를 놔두고 다른 여자(미국인 저널리스트인 마사 겔혼(Martha Gellhorn))를 만나기 시작하지만.

물론 그러다가 콜레트는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난다. 모리스 고데케(Maurice Goudeket)라는 보석상을. 그가 35세, 그녀가 52세이던 해에.

내가 쓰면서도 말이 안 되는 거 같지만(이 내용의 근거가 되는 기사는 아래에 주소를 적어 놓을 테니 참고하시라) 콜레트가 그만큼 매력이 쩌는 여자였나 보다 한다.

다행히도(?) 둘은 여생을 함께했다. 모리스가 유대계라 게슈타포(옛 나치 시절 독일의 비밀 경찰)에 끌려가 콜레트가 그를 석방하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진짜 다행히도 그는 석방되었다.

(https://www.refinery29.com/en-us/2018/09/209945/colette-movie-true-story-sex-life)


 

영화 <콜레트>의 바탕이 된 실존 인물 콜레트의 당시 사진

이건 미시와 이집트풍 공연할 때 사진인 듯.

 

내가 보고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한 콜레트 사진. 예쁜 것도 예쁜 건데 분위기가 참 고혹적이다.

 

이런 내용까지 다 영화에 담았으면 더 스펙터클했을 텐데, 아쉽게도 영화는 콜레트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로 시작해 작가 '콜레트'가 되고 조지 부인과 미시를 만나 공연을 함께하는 내용까지만 보여 준다.

사실 이렇게만 해도 꽤 내용이 풍부해서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느낌이고, 지루한 감은 없다.

다만 <학교에서의 클로딘>의 성공으로 그 뒤를 잇는 <파리에서의 클로딘>을 쓰게 되는데, 이 책들과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한 공연까지 제작할 정도로 흥했는데 왜 좀 더 일찍 콜레트가 '클로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지가 좀 답답할 뿐이다.

영화에서는 클로딘풍의 옷이나 머리스타일뿐 아니라 버터나 과자 같은 아주 동떨어진 물건에도 '클로딘'이라는 상표가 붙을 정도로 클로딘이 대박 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렇게 대박이 나고 속편까지 성공할 동안 아무도 윌리가 진짜 작가가 아님을 몰랐다고?

인터뷰도 엄청 많이 했을 텐데 윌리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속아 넘겼던 걸까? 워낙에 '양산형 소설 공장' 주인이니까 이런저런 말로 그럴듯하게 둘러대기는 잘했나? 그런 게 틀림없나 보다.

아니면 독자들이 윌리가 진짜 저자가 아님을 어렴풋이 감을 잡고 있었다 하더라도 일반 독자로서 증거를 찾아서 진실을 요구하기는 어려웠겠지.

 

아, 영화에서 윌리가 '클로딘' 시리즈의 판권을 다른 출판사에 팔아 버리고 콜레트는 격노하며 윌리를 떠난다. 그리고 윌리는 콜레트가 직접 쓴 원고(그 공책)를 비서에게 주며 태워 버리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비서가 그 공책을 받아 난롯가에 가져갔다가 잠시 멈칫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다들 예상했겠지만 이 비서는 다행히 그걸 태우지 않고 보관해 놨다가 나중에 콜레트에게 돌려줬단다. 다행.

 

'클로딘'이 어찌나 큰 인기였던지, '클로딘'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까지 제작되고 이에 원 탑 주인공 '클로딘' 역의 배우를 찾기 위한 오디션에 당당히 나타난 폴레어(Polaire, 아이샤 하트 분)며 윌리의 불륜 상대가 되는 소녀 메그(Meg, 섀넌 타벳 분)까지 모두 다 자기가 '진짜 클로딘'이란다.

성적으로 대담하고 남녀 불문하고 홀릴 정도로 매력적인 클로딘이란 캐릭터는 분명 콜레트가 만들어 낸 것이고, 그 소설의 이야기는 콜레트 본인의 자전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다.

따라서 생각해 보면 클로딘은 콜레트 본인일진대, 어쩜 그렇게 수많은 여자들이 입을 모아 자기야말로 클로딘이라 주장하는지, 보고 있따 보면 살짝 어이가 없다.

물론 좋은 문학은 넓은 폭의 독자들이 공감하고 또 그 안에서 나름대로 색다른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같은 작품을 두고도 독자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해석권의 자유는 백번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저자 앞에서 '내가 진짜 클로딘'이라며 다들 나름대로 그걸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니(폴레어는 배역을 따서 배우로서 성공할 생각, 메그는 윌리를 유혹할 생각) 저자인 콜레트가 '나의 클로딘쨔응은 그렇지 않아!'를 외치지 않을 수 없겠는가.

다들 클로딘을 사랑한다며 그걸 제멋대로 자기 좋은 데에 이용해 먹으니 콜레트는 (자기 자신이기도 한) 클로딘을 낳은 어머니로서 정말 가슴이 아팠을 거다.

 

요즘 사람들의 눈으로 봐도 무척 대담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다 간 콜레트.

키이라 나이틀리는(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판토마임까지 직접 연기하며 콜레트에 빙의한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R 등급이긴 하지만(살색이 많이 드러나는 장면이 중간중간에 있다) 이 정도로 강렬한 여성 캐릭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다면 나는 콜레트의 삶에 대해 프랑스 문학 전문가가 좀 자세히 설명해 주는 무비 토크를 보러 가고 싶다. 그런 것도 어딘가에서는 해 주지 않을까.

지금으로썬 콜레트의 삶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기사들을 참고하시라.

https://www.bustle.com/p/colette-is-a-true-story-but-theres-even-more-to-this-revolutionary-authors-life-than-the-movie-shows-12232962

http://time.com/5396467/colette-author-biography/

http://movies2.nytimes.com/books/99/10/17/specials/colette-obi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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