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노아 엘크리프, <생각을 걸러내면 행복만 남는다>
저자는 6살부터 명상을 해 왔고, 2009년엔 명상 수련을 하다가 생의 전환점을 맞아 마음속 생각들이 대부분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순간 그는 엄청난 평화와 자유, 안락을 느꼈고, 그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가지 않았단다.
그는 이때부터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을 믿지 않고,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내재하는 평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지금 이 순간으로 가는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원치 않는 감정을 찾는다.
2) 불필요한 감정 뒤에 숨은 생각을 찾는다.
3) 감정은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만들었다는 것을 인식한다.
4) 자신의 생각이 진실인지 아닌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5) 계속 고통스러울 이유가 있는지 질문한다(적절하다면).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그대로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을 검토해 보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거나 진실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 우리는 그 생각을 믿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다.
불행, 슬픔,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가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괴로운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을 버리면 그런 감정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친구가 "너희 집이 불타고 있어!"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이 말을 믿는다면 당장 괴로움과 걱정, 절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가 평소에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라면, 그래서 이번에도 그가 농담을 하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리가 없다. 어떤 말인지 이해가 되시는지?
혹자는 '하지만 상황이 정말 안 좋아요. 이러저러한 상황에 처해서 힘들다고요'라고 저항할 수도 있다. 해고를 당했거나 가까운 누군가가 사망했거나 애인이 나를 떠났거나 등등.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고 해서 우리가 반드시 어떤 생각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같은 상황이어도 우리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고를 당했다고 해도 '안 그래도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잘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도 있고, 누군가 죽었다고 해도 그에게 재산을 상속받는다거나 그분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하면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다행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애인이 떠났어도 '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큰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고, 그동안 그 애인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었다면 '헤어지길 잘했다'며 기뻐할 수도 있다.
즉, 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상황이 우리의 생각을 전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나 현재, 미래의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할 때 괴롭거나 슬프거나 하는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것은 100% 생각 때문이지 그 일 때문이 아니다.
저자의 비유대로, 지난주에 샤워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내 머리가 젖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의미에서, 다음주에 샤워할 것을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 내 머리가 젖는 것도 아니다.
생각 자체는 머리를 적시는 힘이 없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붙잡음으로써 부정적 감정이 피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관두면 된다. 그러면 부정적 감정을 버리고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과거에 일어난 적도 없는데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면, 사건 때문에 감정이 일어나는 게 아님이 분명해진다. 지금 우리가 하는 유일한 행동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상황이 완벽할 때가 아니다. 부정적 생각이 없을 때가 행복한 것이다.
혹자는 집을 산다거나 다이어트에 성공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원하는 것을 이뤄서 행복해질 수 있지도 않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자신의 상황을 '나쁘다'에서 '완벽하다'로 바꿔서 꿈꾸던 몸무게가 되거나, 자신이 정의한 성공을 이루거나 더 큰 집을 사면, 곧바로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이때 원하던 것을 이뤄서 행복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복은 실제로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져서 생긴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목표 체중을 달성하거나 성공을 거두거나 더 넓은 집에 살자마자, 체중이나 성공, 집에 대한 수치심이나 슬픔, 분노, 불안감을 낳는 부정적인 생각이 즉시 사라진다. 이 세 가지 상황들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부정적인 생각들이 고통을 일으켰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생각이 없으면 현재가 주는 고유의 행복만이 남는다.
저자는 책 내에서 사랑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한다.
연인이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행복하게 느끼지만 동시에 그 '완벽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에 대해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예컨대 연인끼리 매일매일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연인이 전화 통화를 하루라도 빼먹는다면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냥 전화 통화를 좋아하지 않을 뿐 우리를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 아니면 너무 바빠서 단순히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그러나 우리는 남들도 우리처럼 생각할 거라고 지레짐작해 믿어 버린다.
우리는 논리를 비약해서 '나를 진짜로 사랑한다면 나한테 이런 거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역시나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러면 당신은 원하는 걸(연인의 사랑) 가질 수 없어서 화가 나고, 상대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속상해한다. 우리는 자신이 추측하는 상대의 생각이 정말로 그러한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도 마치 상대의 생각을 아는 듯 착각함에 따라 '나쁘다'는 감정에 더불어 다른 여러 감정들까지 겹으로 느끼게 된다. 당신의 남자 친구는 당신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당신을 사랑하고 했지만, 단지 차이가 있다면 당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아, 정말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다. 사실 너무 정확해서 양심에 찔릴 정도다. 나도 이런 식으로 애인의 행동을 내 멋대로 재단하고 혼자서 '나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믿어 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사랑 또는 인정을 갈구하거나 자신의 사랑을 주는 대가로 남의 사랑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냥,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원하지만, 정작 이 사랑을 얻는 과정에서 우리가 대체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들에게서 어떻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애써 고민하지 않는다면, 남을 사랑하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때, 우리는 사랑받아 얻고자 했던 그 기쁨을 경험한다. 우리가 꾸밈 없고, 정직하며, 언제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 가짜의 모습으로 꾸미지 않을 때 우리는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맘껏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사랑과 인정을 통해 누리고 싶었던 평온함과 만족감이다.
이 외에도 '나에 대한 남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나는 믿는가?', 또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크나큰 괴로움이 생긴다' 등의 주제도 다루니 꼭 한번 끝까지 읽어 보시라. 정말 내 정신 건강을 혁명적으로 개선시킨 책이다.
책 내에 사소한 오류(너무나 명백한 띄어쓰기 오류와 구두점 오류 등)가 몇몇 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훌륭한 책이라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책에 나오는 질문을 읽고 솔직히 답해 보자.
직접 종이에 쓰는 것도 좋다. 머릿속에서 그냥 생각만 하는 것보다 종이 위에 써서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게 내 생각을 알아차리는 데 더 도움이 되니까.
머릿속 생각을 비워 내고 그 자리에 행복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정말 귀한 책이다. 생각이 감정을 좌우하게 마련이니 이 책을 따라 자신의 마음과 머릿속을 살펴보면 분명히 부정적인 감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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