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정재영, <남에게 못할 말은 나에게도 하지 않습니다>
책 제목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말해 준다.
우리는 힘든 일을 겪는 친구에게는 마음을 헤아려 따뜻한 격려나 위로를 해 주면서 왜 우리 자신에게는 그런 말 한마디는커녕 비난 또는 자책만 하는 것일까? 우리 자신이 남보다도 못한 사람이어서인가?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가장 소중한 베스트 프렌드를 대하듯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슬프면 '그런 나약한 소리 하지 마' 따위의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슬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줘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연민'이라는 말을 무기력하고 비겁하다는 태도로, 즉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기 연민이다.
이런 문화 탓에 개개인은 아픔이나 슬픔을 느껴도 그 감정을 하찮게 여기거나 모르는 척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인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연민의 태도는 이와 정반대다. '힘없고 슬픈 나'를 동정하고 껴안고, 현재의 모습이 어떻든 받아들이는 태도다. 자존감이 낮아도, 게을러도, 무능해도, 못생겨도, 성격이 나빠도 괜찮다. 매일 실수를 해도 문제 될 게 없다. 지금 자기 자신이 아픔과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를 연민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태도가 좋은가, 아니면 차라리 자기를 연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편안하게 사는 쪽이 좋은가? 자기 연민을 긍정하는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신을 가엽게 여길 때 고통은 줄어들고 행복감은 높아진다고 한다.
책 내에서 저자는 크리스틴 네프 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올바른 자기 연민의 태도' 중 일부를 인용하는데, 나도 그중 몇 가지를 재인용해 보겠다.
1 자신에게 얼마나 친절한가
-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 당신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쓰는가?
- 당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에 관대한가?
- 당신의 나쁜 성격도 이해하려 노력하는가?
위 세 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면 자신에게 아주 친절한 사람이다. 나도 이렇게 나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려 한다.
왜냐하면, 저자의 비유처럼, 우리 인간은 '오렌지 한 박스'이지 '오렌지 한 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렌지 한 박스에 썩은 오렌지 한 알 정도는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한 박스를 전부 다 갖다 버릴 것인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냥 썩은 것 하나만 버리고 나머지는 맛있게 잘 먹으면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모두 단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나머지 부분이 모두 쓸모없고 우리 존재 자체가 무가치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실수를 했다면 "내가 잘못했네. 난 정말 멍청해. 죽어도 싸."가 아니라 "내가 잘못했네. 명백한 실수야. 인정해." 정도로 인정하고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자.
"이거 실수했네. 조심성이 없어. 넌 그 태도가 문제야."가 아니라 "이거 실수했네. 다음엔 잘하자고." 하고 반응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미이다.
저자가 인용하는 러셀 그레인저의 말처럼, "당신의 행동과 당신 자신을 분리하라."
우리는 어릴 적부터 조건부 사랑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저자는 '나'를 향한 사랑은 무조건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면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렇게 교육받아 세뇌된 가치관을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주입한다. 물론 모두 틀린 생각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해도 가치 있다.
나는 어떤 모습이어도 소중하다.
나는 무조건 소중한 존재다.
저자가 제시하는 '자신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확신하는' 훈련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나는 무조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조건부로 사랑받기를 훈련받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만 교정된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 암기하는 것이다.
나는 지혜롭다, 예술적 재능이 있다, 호기심이 많다, 리더십이 있다, 정직하다, 공감 능력이 있다, 개방적이다, 끈기가 있다 등등.
자신의 장점을 계속 곱씹고 기억해야 한다. 기회가 생기면 남에게 당당히 표현해도 좋다.
3번째 챕터 '좌절에 익숙한 나를 응원하는 말'에서 저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평소 알고 지내던 여직원에게 복도에서 마주쳐서 인사를 했는데 그녀는 아무 반응 없이 빠르게 내 곁을 지나쳐갔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나'는 굴욕감이 밀려오고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 것인가? 그렇게 확실할 수 있나?
그녀는 딴생각 중이었을 수도 있고, 내 인사를 못 들었을 수도 있으며, 아니면 그냥 화장실이 급했던 걸 수도 있다.
사실은 '그녀가 나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녀가 나를 무시한다'는 그저 내 의견에 불과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습관은 일상을 괴로움으로 채우게 할 뿐이니 버리는 것이 좋다.
그냥 생각을 끊어 버려라. 분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예 생각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가령 선샐님이 손을 든 자신을 지명하지 않았다면, '선생님이 나를 지명 안 했네'쯤에서 생각을 그친다. '선생님이 왜 그랬을까' 분석하기 시작하는 순간 함정에 빠진다."
다음은 생각을 완전히 멈추는 게 불가능할 떄의 방법이다. 반드시 이유를 따져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그렇게 하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녀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나를 무시한다'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맞을 수도 있지만 순전히 자기만의 환상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녀가 나를 무시한다'라는 생각을 하되, 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는 천지 차이다. 그렇게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어느 정도는 편해진다. 증오와 복수심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이 사람이 전화를 빨리 끊고 싶어 한다'라는 것은 사실이고, '이 사람이 더는 나와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의견이다. 사실은 틀리지 않지만 의견은 틀릴 수 있다. 우리의 의견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표현하는 말에 불과하다. 진실이라고 믿으면 곤란하다. 이렇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다면 자학적인 생각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아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이 자신에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참고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2019/03/20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노아 엘크리프, <생각을 걸러내면 행복만 남는다>)
다시 이 책, <남에게 못할 말은 나에게도 하지 않습니다>로 돌아오자면, 이 책은 마치 스스로에게 해 주는 '셀프 허그' 같은 책이다.
내가 위에서 인용하고 언급한 것보다 많은 내용이 들어 있으니 내가 쓴 부분이 마치 책 내용의 전부인 것처럼 실망하고 '애걔?' 하지 마시고 한번 꼭 끝까지 읽어 보시라.
'자존감'보다는 '자기 연민', '자기 자비(self-mercy)'에 집중하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인식을 하든 못 하든 간에 우리는 매일매일 스스로를 너무 학대하고 비난하고 있다. 이제는 그런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을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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