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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위험한 자신감>

by Jaime Chung 2019.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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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위험한 자신감>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신감 ≠ 능력. 그러므로 자신감 대신 능력을 키워라!'라고 할 수 있겠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현대 사회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자신감이 낮은 게 '행운'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신감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할 수 있다'(=능력)와 '할 수 있는 것 같다'(=자신감)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예컨대 나는 스케이트보드를 한 번도 타 보지 않고서 그걸 잘 탈 수 있다고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질 순 있지만, 실제로 스케이트보드를 한번 타 보면 내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감과 능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감과 능력의 연관성은 아주 낮다. 정확히 고작 0.3밖에 안 된다."

다른 말로 해서, 두 요소 사이에 이렇다 할 연관이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신감이 없을 때' 저자가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법은 자신감을 키우는 게 아니라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감'의 문제를 연애에도 대입해 본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매력을 긍정적으로 착각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매긴 점수보다 약 20퍼센트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런 착각은 특히 남성들에게 두드러졌는데, 저자는 이렇게 쓴다.

나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성찰 능력 부족임을 깨달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거나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몰랐다. 실패로 끝난 관계를 되짚어보면서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이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괜찮은 배우자감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을 자신하는 사람일수록 성공률이 낮은 것이 당연하다.
자신감과 능력은 서로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반비례하기도 한다.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이 낮은 경우가 노높은 경우보다 훨씬 고치기 쉽다. 사실 자신의 매력에 대한 불안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Bronson, 2008)>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 초반에, 정말 가냘픈 여자(브론슨이 좋아했던 여자 아니면 여자 친구였던 거 같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근육 빵빵맨 브론슨의 대조가 참 인상 깊었다.

내가 어딘가에서 본 말처럼, '자신의 힘을 알지 못하는 남자는 반드시 여자의 마음을 얻게 돼 있다'(여기에서 힘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지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냥 넓은 의미에서 '매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게 좋겠다).

무슨 말이냐면,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는 남자는 매력적이라는 거다.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는 건 자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잘난 체하지 않는다는 건데, 그것 자체가 이미 매력적인 사람의 조건(겸손) 중 하나가 아닌가!

사실 많은 여성들이 자신감 넘치는 남성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자신의 매력을 모르는 겸손한 남자에게도 똑같이 끌린다. 

연애라는 분야에서는 저자의 통찰이 꽤 맞는 것 같다.

 

차모로-프레무지크 박사는 건강의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바라본다. 건강과 자신감 사이에도 역시 인과관계가 없다.

사람들이 건강에 자신감이 없는 이유는 병에 걸렸다고 믿기 때문이고, 거꾸로 자신감이 있는 이유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만만해도 실제로는 건강이 나쁠 수 있다는 연구는 무수히 많다. 음주, 과식, 흡연, 마약 복용 등의 행위가 건강을 해친다는 증거가 많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하는 이유는 '난 괜찮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고양 편향에서 나온 자신감은 건강에 독이 된다.

 

우리나라에도 '잔병 치레가 잦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지 않은가.

잔병이 많으면 건강이 염려되어 병원에 자주 가거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러면 건강에 자신감이 있어서 건강을 위해 따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보다 더 실제로 건강 상태가 양호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실제로 사람들은 안전 장치(무릎 보호대, 헬맷 등)를 착용했을 때 더욱 위험한 시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감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아예 생각하지 않거나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한다.

한마디로, "자신만만함은 겁 없는 행동, 무분별한 쾌락 추구를 불러오며 두려움과 불안, 주의는 감소시킨다."

 

여기까지는 거의 웬만큼 다 공감이 됐는데, 저자가 마지막 '나오며' 챕터에서 한 말에 대해서는 딴지를 한번 걸고 싶다.

자신감을 높이려고 억지로 노력하면 결국 실패하고 낙심하게 되는 반면 실제로 능력을 발전시키려고 하면 능력뿐만 아니라 참된 자신감까지 얻게 된다. 사람들이 낮은 자신감을 걱정하는 이유는 그들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자신감이 없어서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하겠어" 또는 "물이 두려워서 영영 수영을 못 배울 것 같아"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라. 발표 능력을 키우면 저절로 자신감이 생기고 수영을 익히게 되면 저절로 물이 친숙해지지 않겠는가? "자신감이 낮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포용하라!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말한 바이다. 낮은 자신감 덕분에 우리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으며 문제가 있고 불안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우리가 스스로 발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아니, 자신감이 낮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위에서 언급한 대로 예컨대 수영 연습을 한다든가)을 할 거라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신감이 너무 낮아서 불안감이 심하면 애초에 그런 노력을 할 의욕이 없다고욧!!

자신감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이 정신과 의욕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저자가 간과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자신감이 전부가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자신감이 없을 때는 능력을 키우면 된다'라고 말하는 건 '우울증 따위는 노오력과 의지 문제이다. 왜 혼자서 떨치고 일어나지 못하느냐?' 하고 따지는 거랑 비슷한 급 아닌가?

자신감도 웬만큼 없어야지 '그래도 노력을 해서 실력을 쌓아야지'라는 의욕을 낼 수 있는 거지.

보통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실력에 상관없이(개중에는 실제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남들 앞에서 말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대 공포증이라는 말이 괜히 있을 리가.

무대에 서는 연예인, 예술가, 또는 운동선수들도 실력과 상관없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낄 거다.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 해도, 그게 정말 너무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실력(누군가는 그게 '재능'이라 부를 만한 수준이라 해도)을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이럴 때에도 '자신감은 중요하지 않다. 실력을 키워라!'라고 말할 것인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으나, 너무 이 문제를 겉에서만 보고 실제로 어떤 행위를 수행할 때 개인이 느끼는 불안이나 스트레스 적인 면은 깊게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자신감을 가진다고 없는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자신감 또는 불안을 통제할 수 있는 어떤 감정 상태가 없다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점도 충분히 생각해서 그 점을 보충해서(그게 자신의 주장에 대한 옹호이든 변명이든 간에) 책을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 말마따나 노력을 해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또 '성공'을 거두고 나면, 다음번엔 더욱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또는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같은 건 없을까? 그런 면에 대해서도 고찰이 좀 필요할 듯싶다.

책이 길지 않고(eBook으로는 1.9MB, 종이책 244쪽) 술술 잘 읽히니 한번 읽고서 과연 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독서 토론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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