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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나츠오 사에리,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

by Jaime Chung 2019.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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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나츠오 사에리,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

 

때로 얇고 작은 판본이지만 두껍고 큰 책보다 더 알찬 책들이 있다.

이게 바로 그런 책이다. 심지어 이 책은 제목부터 사랑스럽다.

'늘 똑같은 메일을 아주 조금 더 사랑하게 해 주는 48가지 방법'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인생을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럴 땐 비관적인 생각을 하기 쉽고 간단한 일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기 십상이니까. (...)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은 날이면 나는 "기분 탓이다", "내 알 바 아니다"를 입버릇처럼 되뇐다. 여유가 없을 때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봐야 좋은 느낌의 해답이 돌아올 리 만무하기 때문에 그냥 생각의 끈을 놓아 버린다.
내 일이 아닌 것들에는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지내 본다. 정보를 최대한 차단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지도 앟는다.
기운이 나지 않을 땐 정성을 다해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 보자.
그러다 보면 틀림없이 다시 기운이 솟아날 것이다.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건, 기운이 나는 그날까지 미뤄 두는 게 좋다.
- 2 <"내 알 바 아냐" 하고 미뤄 버린다>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렇겠지만 나는 특히 기분에 따라 같은 일에 대한 관점도 크게 바뀌는 편이다.

기분이 좋으면 '다 잘될 거야. 이럭저럭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기분이 나쁘면 '망했어. 방법이 없어. 도저히 잘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는 '난 지금 당장 이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어. 나중에 생각할 거야. 지금은 때가 아니야.' 하는 식으로 일부러 생각을 미룬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그 자체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니까, 어차피 할 거라면 기분이 좀 좋을 때, 제대로 생각할 수 있을 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자도 나 같은 편인지 위 인용문을 읽으면서 무척 공감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질 정도로 용기를 얻은 말도 있다. 

너무나도 절망적인 현실 때문에 샤워를 하다가 엉엉 울었던 기억마저 내게는 있다.
하지만 늘 잊지 않고 소중히 품고 있는 삶의 태도가 하나 있다면, 바로 '난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
그 어떤 나락으로 떨어지든 상관없다. 죽고 싶을 만큼 절망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게 틀림없다는 믿음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행복한 미래가 있다고, 분명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 행위는 내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의 순환 고리를 끊어 주며 감정을 소모하는 연애에서 나를 구해 줄 수도 있다.
'믿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신을 믿으면 저절로 신이 구원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믿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는 믿음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
그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확신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 자세를 지녔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행복해지기 위한 길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현재 괴로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기억해 두자. 나는 잃어버릴 것만 같은 때. 삶에 절망하게 될 때 '반드시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해 보자.
- 17 <'나는 행복해질 거야'라고 믿는다>

 

이 얼마나 강인한 믿음인가.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라고 믿는다니.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반드시 행복해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 이런 시가 있다. 제목은 "그대의 영혼을 살찌우는 히야신스"이고 지은이는 '걸리스탄 사디'이다.  
    -
 
그대의 영혼을 살찌우는 히야신스 

만일 그대가 모든 것을 잃고 
그대의 빈 곳간에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빵 두 쪽뿐일지라도 
하나를 팔아 그 작은 돈으로 
그대의 영혼을 살찌울 히야신스를 사야 하리. 

여기에서 히야신스라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들을 가리킨다.

이 시에서 히야신스로 통칭하는 것들을 나츠오 사에리는 '쓸데없는 것들'이라고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난 역시 '쓸데없는 것'이야말로 마음에는 잘 듣는 약이라고 믿는다. 쓸데없는 이야기, 쓸데없는 지출, 모두 지나치지만 않으면 마음에 잘 듣는 약이 된다.
예를 들면, 잡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일 같은 것이 그렇다. 나는 예전에 모래시계를 산 적이 있다. 시간을 잴 생각으로 산 게 아니므로 모래시계를 산 건 그야말로 쓸데없는 지출이었다.
예를 들면, 꽃도 그렇다. 사실 꽃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건은 아니다. 일주일이면 시들고 마는 섬세한 꽃도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가격도 꽤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꽃을 산다는 것은 쓸데없는 지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잡담도 마찬가지다. 한밤중에 친구에게 거는 전화는 사실 용건만 간단히 하면 2분이면 끝날 통화가 대부분이다. 매일 우리가 친구와 하고 있는 통화에서 2분을 뺀 나머지 1시간 58분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잡담 그 자체라는 얘기다. (...)
…모두 쓸데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자꾸 해 버릇해야 한다. 쓸데없는 걸 허용한다는 건 내 마음에 여유로운 틈을 허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35 <쓸데없는 것들이 마음에 잘 듣는 약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단지 효율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그런 쓸데없는 짓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주 재미있고 귀여운 이야기 하나.

내게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해 준 적이 없는, 최고의 일상을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 움직임을 소설화하는 것이다. (...)
예를 들어 걸어가면서 오른쪽을 바라보았을 때, 내 머릿속에 흐르는 내레이션은 이렇다.
"여자는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멈춰 섰을 땐 "여자는 우뚝 멈춰 서서 뒤를 휙 돌아보았다."
식사에 대해 생각할 땐 이렇다. "'오늘은 생강소스 구이를 만들자.' 그렇게 마음먹은 여자는 집 근처 슈퍼로 향한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혼잣말을 모두 소설풍으로 바꿔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남느냐고 묻는다면 가슴을 펴고 당당히 대답하겠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즐겁다."
싱거운 놀이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 43 <완벽하게 소설 속 주인공이 된다>

내 친구도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에 '내레이션'을 넣고는 한다. 예컨대 내가 한숨을 쉬면 "○○은(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이거 언제 끝나지?'"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하면 별건 없고 웃기고 귀엽다. 그래서 나도 종종 이 '내레이션놀이'를 따라 하곤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자기 인생에 직접 내레이션을 넣어도 재밌다. 내 인생을 묘사하는 3인칭 관찰자가 된 기분이므로 약간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위에서 인용한 것 외에도 '잠들기 전에 좋아하는 말 스무 개를 소리 내 말한다'라든가 '부적이 될 만한 것을 산다' 등의 쉽고 깜찍하고 마음을 조금 밝게 해 주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무료하고 밋밋해 보이는 삶을 조금 더 반짝이게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고 마음에 드는 방법을 따라 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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