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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팩트풀니스>

by Jaime Chung 201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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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팩트풀니스>

 

 

제목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 즉 '사실 충실성'이란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뜻한다.

저자는 통계학 분야의 권위자로, 꼼꼼히 준비한 자료를 통해 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지를 보여 준다.

자, 그럼 책 소개를 하기 전에 간단한 문제를 두 문제만 풀어보자(이 책 본문에 나오는 13문제 중 2문제이다).

 

1.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 A: 20%
  • B: 40%
  • C: 60%

2.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 A: 저소득 국가
  • B: 중간 소득 국가
  • C: 고소득 국가

 

답은 1번은 C, 2번은 B이다. 놀라운가?

저자는 이렇게 세계에 관한 간단한 문제를 13문제 제시하는데, 테스트에 참여한 14개국 약 1만 2,000명 중 만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가장 쉬운, 기후 온난화에 대한 마지막 13번 문제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평균 2개의 문제만은 맞혔을 뿐이다. 그리고 전체 실험자들 중 무려 15%가 빵점이었다.

전 세계 각계각층의 실험자 중에는 의대생, 교사, 대학 강사, 저명한 과학자, 투자 은행 종사자, 다국적 기업 경영인, 언론인, 활동가, 심지어 정치권의 고위 의사 결정자도 있었다. 그랬는데도 이들의 '절대 다수'가 오답을 내놓았다.

침팬지가 랜덤으로 답을 골라도 정답을 맞힐 확률은 33%인데, 인간의 정답률은 그것보다 못했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사람들은 세상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완전히 부정적으로.

내가 질문한 모든 집단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이며, 더 가망 없는 곳으로, 한마디로 더 극적인 곳으로 여겼다.

 

왜 우리는 침팬지를 이기지 못하는가?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세계 인구의 절대 다수가 중간 소득 수준을 유지한다. 우리 인간에겐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 사이에 거대한 불평등의 틈을 상상하는 거부하기 힘든 본능"이 있다.

전형적인 것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개념이다.

책에서 저자는 여성 1인당 출생아 수, 그리고 각국의 아동 생존율을 나타낸 도표로 이 개념이 얼마나 구식인지를 보여 준다.

도표 왼쪽 아래에는 가족 구성원이 많고 아동 사망률이 높은 국가가 위치하고, 오른쪽 위에는 가족 구성원이 적고 아동 사망률이 낮은 국가들이 위치한다.

이것이 바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집단의 사각형이다. 

세상은 이 두 사각형 안에 딱 들어맞는다. (...) 이 그림은 세계가 두 집단으로 나뉘고, 그 중간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정말 깔끔하지 않은가. 세상을 이렇게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다니!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이름 붙이는 것이 뭐가 그리 잘못일까? (...)

그 이유는 이 도표가 무려 1965년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한 도표를 보면, 도표 왼쪽 아래, 즉 개발도상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범위는 텅 비었다.

모든 나라가 아이 수는 적고 생존율이 높은 작은 사각형 안으로 향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인류의 85%가 소위 '선진국'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나머지 15% 중 상당수는 두 사각형 사이에 있고, 세계 인구의 6%에 해당하는 13개 나라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안에 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적어도 서양인의 머릿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다. 서양인 대부분은 시대착오적 생각에 사로잡혀 서양 이외의 세상을 바라본다.

 

사실 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아직 이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 대신에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소득 수준에 따라 세계를 네 단계로 나누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1단계는 1인당 1일 소득이 2달러 이하다. 2단계는 8달러 이하, 3단계는 32달러 이하, 4단계는 32달러 이상이다.

1단계에서는 물을 1시간 거리에 있는 더러운 진흙 구덩이에서 길어 와 써야 한다. 이동 수단은 당연히 맨발이다.

2단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어서, 물을 길어 오는 시간이 30분 정도로 줄어들었다.

3단계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수도가 설치되어 물을 길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전기도 안정적으로 공급된다. 

4단계에서는 차를 타고 다니고, 교육은 12년 넘게 받고,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떠날 수도 있다. 

4단계에서는 1, 2, 3단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가난해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이것이 저자가 경고하는 '간극 본능'이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보라."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본능은 '부정 본능'이다. 사람들은 흔히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고들 하지만, 세계에 대해서라면 이는 옳지 않다.

1800년에는 인류의 약 85%가 극빈층에 해당하는 1단계 삶을 살았다. 그리고 1966년까지 다수가 줄곧 1단계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극빈층이 세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줄었다.

1997년에는 인도와 중국의 총인구 중 42%가 극빈층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인도에서 이 비율이 12%까지 떨어져 20년 전보다 무려 2억 7000만 명이 줄었다. 중국에서는 같은 기간 이 비율이 0.7%까지 급격히 떨어져 다시 5억 인구가 이 중대한 한계점을 넘어섰다. 한편 라틴아메리카는 이 비율이 14%에서 4%로 줄어 3500만 명이 1단계를 벗어났다. (...)

전 세계는 2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9%가 극빈층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9&로 줄었을 정도로 크게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옥을 탈출했다. 인류를 괴롭혀 온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우리는 파티를 열어야 한다. 그것도 성대한 파티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우리'는 바로 인류다!

 

하지만 세상이 정말 그렇게 발전했고 나아졌다면, 왜 우리는 이런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일까?

첫째는, 언론인들도 인간이기에 우리가 가진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본능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세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위에서 '각계각층'의 실험자들이 모두 오답을 내놓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고통을 보도하는 게 좋은 소식을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끔찍한 소식을 들었을 때 침착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라. 이 정도의 긍정적 발전이 있었다면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까? 대규모 발전이 수백 건 있었다 한들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까? 아이가 익사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창밖이나 뉴스에서, 자선단체 홍보물에서 아동 익사 사고나 결핵 사망이 줄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을까? 긍정적 변화는 훨씬 흔하지만 그 소식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리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통계를 보면 그런 소식은 차고 넘친다).

 

따라서 사실 충실성은 "지금 저 뉴스를 부정적 면을 보도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된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저자의 비유를 빌려 오자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미숙아를 상상해 보자.

입원 일주일 후, 아이의 상태는 훨씬 나아졌다. 모든 지표에서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 계속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듯이, 세상 역시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세상이 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지, 어떻게 하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지 좋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안개가 걷히고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굳이 언론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만약 자신이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이 책이 사실에 충실하게 사물과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고, 우리가 가진 본능 ―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한 본능 등 ― 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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