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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베아타 코리오트, <미안하지만 스트레스가 아니라 겁이 난 겁니다>

by Jaime Chung 201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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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베아타 코리오트, <미안하지만 스트레스가 아니라 겁이 난 겁니다>

 

 

제목이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책을 절반쯤 읽고 나니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던 감정이 알고 보니 겁이 난 것이었다'는 의미임을 깨닫게 됐다.

파워 요가의 창시자에게 명상 호흡 훈련을 전수받은 최초의 독일인인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스트레스는 나쁘지 않다. 스트레스 반응 자체는 해롭지 않고,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해를 입힐 거라는 생각, 바로 그러한 판단이 해롭다.

둘째,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생각한 감정은 사실 두려움이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외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녀의 첫 번째 주장은 이미 다수의 실험 결과로도 입증되었다. 제레미 재미슨(Jeremy Jamieson) 연구 팀은 피실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에게는 스트레스가 몸에 이로운 이유와 더불어 어떻게 집중력을 높여 주고 실력을 향상시키는지 설명했다.

"이제 피는 뇌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당신은 충분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런 현상은 당신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흥분은 능력을 최대치로 높이는 주된 도구지요.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손에 땀이 나는 것 혹은 호흡이 불안정해지는 건 좋은 거예요. 무조건 도움이 되는 거죠."

피실험자들에게 들려준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스트레스의 긍정 측면의 특성으로 손꼽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플라세보 효과를 주는 방식으로 실험 전에 개입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에게는 실험 전에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다.

스트레스 실험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은 짧은 프레젠테이션 후 수학 문제를 말로만 풀어야 했고, 전문가들은 피실험자들이 얼마나 빨리 문제를 풀든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듯 더 빠르게 할 것을 종용하며 계속 스트레스를 주었다.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란 사실 그리고 사람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직면한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관점을 전환하기만 하면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그룹의 피실험자들은 현재 일어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반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관점을 정비했다. 그들은 연구 팀을 신뢰했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난 신체 증상들을 긍정적이며 유익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정말로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고 실력 또한 향상되었다. 게다가 신체적 반응들은 오히려 건강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이런 관점으로 삶 전체를 살게 된다면 더 나은 방어 능력을 갖추고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계속된 실험 결과, 첫 번째 그룹의 피실험자들이 검사 직후 더 빨리 긴장을 이완시키고 평온을 되찾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이들은 다른 두 그룹의 피실험자들과 달리 스트레스 상태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저자의 두 번째 주장을 살펴보자. 

우리는 스트레스에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사실 곤경에 처했을 때 드는 감정은 두려움뿐이다. 실상 존재하는 것은 비판에 대한 두려움, 해내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갖고 싶던 어떤 것이나 성취에 무언가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사랑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 두려움, 이 끝도 없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견딜 수 있다. 이 스트레스라는 꼬리표만 없애면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진정한 감정의 문제를 풀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상에는 스트레스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없다. 그런 힘은 외부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고 느끼고 간직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당신 반응이다. 

그리고 이런 반응들은 사고, 감정, 신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저자는 이 영역들에서 두려움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각각 한 장씩을 할애해 설명한다.

첫 번째, 사고. 우리 생각은 매일같이 불안을 만들어 낸다. 생각이 없으면 불안을 느낄 수 없다. 우리가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대체로 행복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을 괴롭히는 두려움의 대부분은 당신의 상상으로 일어난다. 99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당신이야말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 천재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으면 잘못된 두려움들이 끝도 없이 생겨난다. 우리는 있지도 않은 위험들에 떨며 삶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들을 짜낸다. 그렇게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들은 잘못된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깊고 진정한 평온 상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예컨대, 핸드폰에 상사의 전화번호가 울리면 우리는 생각으로 자신을 패닉 상태로 몰아간다. '젠장, 뭘 또 시키려는 거야!' 하고. 전화를 받기도 전에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오르며 호흡이 빨라진다. 근육들이 뭉치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전화를 받으니, 내용은 '이따 점심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다.

일어나지도 않은 한 편의 드라마를 우리 머릿속에서 쓰고 찍은 거다. 그리고 우리 몸은 머릿속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반응하고 진짜 현실이라 받아들인다. 우리는 제한된 시선과 지식으로 아주 조그마한 감정 속에서만 가능한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급하게 결론짓고 반응하는 것, 이런 생각과 견해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따라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찍는 일을 그만둔다면 우리는 홀가분해질 수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떻게 끌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의식하면 된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도 알다시피 기억은 믿을 게 못 된다. 생각은 매일 왔다가 가 버린다. 그런데도 대부분이 생각되는 사람을 나와 동일시한다. (...)

하지만 생각하는 그게 나라는 걸 어떻게 알지? 예를 들면 확실하게 오늘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 당장 생각해 낼 수 있다. 나에게 손을 흔드는 우스꽝스러운 두더지! 지금 막 생각했고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 생각의 창시자다. 이런데 이걸 우리와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럼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누군데?

생각하는 자 - 생각 = ?

그래도 여전히 나인가? 지금 내 생각들에 어떠한 믿음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나 자신일까? 생각이 없는 상태의 나는 누구일까?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그때의 나는 누구지? 뇌를 다치면? 그래도 나란 존재가 있긴 할까? 아님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걸까? 우리는 생각하는 자이자 생각인가?

생각하는 자 + 생각 = 나

아닌가?

 

이렇게 다소 철학적이긴 하지만, 정말 머릿속의 드라마를 멈추고 생각이 곧 나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지적이 계속된다.

책에서는 이렇게 '두려움'이 나타나는 다른 측면, 그러니까 감정과 신체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려 삶이 피곤하다면, 그리고 겁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면 읽어 볼만 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고와 나의 분리' 방법이 흥미롭고 또 도움이 된다면, 비슷한 방법을 좀 더 구체적이고 또 실습을 해 볼 수 있는 식으로 다룬, 노아 엘크리프의 <생각을 걸러내면 행복만 남는다>도 추천한다.

2019/03/20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노아 엘크리프, <생각을 걸러내면 행복만 남는다>

 

[책 감상/책 추천] 노아 엘크리프, <생각을 걸러내면 행복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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