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김나위, <내가 나를 위로할 때>
별로 큰 기대 없이 읽게 된 책이었는데, 운 좋게도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문장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어렵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문장들이지만 마침 미래가 보이지 않아 고민하는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시련이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는 말 또한 믿는다. 시련은 버틸 수 있는 만큼의 횟수와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찾아온다. (...)
지나고 보니 그렇게 치열하게 한 치 앞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다. '지날 것은 다 지나간다고. 좋아질 것은 때가 되면 좋아지는 법이라고!'
같은 말을, 중국인의 정신적 스승이라는 지셴린은 <다 지나간다>에서 이렇게 표현했단다.
인생 백년 사는 동안 하루하루가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었네. 제일 좋은 방법은 내버려두는 것. 그저 가을바람 불어 귓가를 스칠 때까지 기다리세.
말하자면 '렛잇고' 하고 '존버' 하자는 말인데 어쩜 같은 말을 이렇게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아 나도 <다 지나간다>를 읽어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꼭 저장해 두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거다.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면 어떤가? 짜증스럽고 화가 나는 건 당연지사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것이냐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상이나 전생까지 들먹인다. 하지만 Y는 달랐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얼굴을 잠시 찌푸리기는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웃어넘겼다.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 속상해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울 만한 일도 Y는 평온하게 대처했다. 나를 비롯해 친구들은 Y의 초긍정 마인드가 너무 신기했다. 우리의 걱정과 호기심에 대해 Y는 이렇게 답했다.
"좋게 생각해도, 나쁘게 생각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더라. 굳이 나쁘게 생각해서 내 마음을 괴롭힐 필요가 있겠어?"
Y는 스스럼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좋은 일도 많아. 그런데 안 좋은 일만 소문나서 그렇지. 맨날 나쁜 일만 일어나면 어떻게 사니?"라고 하였다. Y의 마음이, 그 웃음이 참 멋졌다.
이걸 읽을 당시에 나는 '왜 나에게 그런 (나쁜) 일이 벌어졌을까, 다 내 탓이 아닐까, 내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조금 더 잘 행동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고 자책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말을 읽은 순간, 정말 체한 게 쑥 내려가듯 내 안의 불안이 사라졌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일도 일어날 거고, 나쁜 일도 일어나겠지만, 그게 내 잘못은 아니고 내가 그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이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 사고방식인가!
비슷한 맥락에서 난 이 문단도 좋았다.
"다 때가 있다." (...)
어찌 되었든 시기만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좋은 시절이 온다. 억지스럽지만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래야 불공평이 덜하고, 치우치지 않는 행운이 될 것만 같으니까. 나 역시 언젠가는 행운을 넘어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은 곧 기회가 왔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기회는 일상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높다.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확실하게 해소시켜 줄 것이다.
오늘도 고단하게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가?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 좋은 때, 기막히게 운 좋은 기회는 특정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일 나에게도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팍팍할 때, 그럴 땐 (책에 나오는 말처럼) "딱 이틀만 더 해보자" 하고 마음먹자.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달래 주는 책을 들춰 보자. 어떤 큰 교훈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삶을 조금 더 버틸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문장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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