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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치데라 에그루, <혼자 있지만 쓸쓸하지 않아>

by Jaime Chung 2019.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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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치데라 에그루, <혼자 있지만 쓸쓸하지 않아>

 

 

치데라 에그루(Chidera Eggrue)는 영국 출신의 인플루언서(influencer), '슬럼플라워(slumflower)'라는 필명으로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theflumflower)으로 더 유명하다.

나는 그녀의 트위터를 팔로우해 왔던 터라, 그녀의 첫 책 <혼자 있지만 쓸쓸하지 않아(원제는 What a Time to Be Alone)>가 나오기도 전에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이 출간되자 이 소식도 트위터로 들었고.

그런데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건, 며칠 전에 어느 도서관 신간 도서 목록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이름이 보여서 '어, 슬럼플라워?' 하고 검색해 봤더니 슬럼플라워, 그녀였다.

그래서 그다음 날로 바로 도서관에 가서 이 한국어 번역본을 빌려 와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음, 나는 이 책이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 위주인 게 약간 별로다.

그동안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비록 가명을 사용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몇 가지 인적 사항은 일부러 뒤바꾸긴 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구체적인 상담 케이스를 접해 온 내가 보기에, 이 책은 너무나 그냥 이론적인 얘기만 있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명심해. 남한테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어 있다는 걸. 너 자신에게만 기대하는 법을 배우면 네가 원할 때 네가 원하는 일로 얼마든지 기뻐할 수 있어."

아니, 말이야 옳은 말인데, 구체적인 예시가 없으니 그냥 너무나 '어느 상황에 갖다 놓아도 말이 될 것 같은' 흔해 빠진 말이 되는 것 같다고 할까.

굳이 상담가들이 하는 것처럼 내담자의 예시를 빌려 오지 않더라도, 개인적 상황을 쓸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한테 학교에서 만난 어떤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애는 나에게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남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게 없고 그냥 어떤 원리에 대해서만 말하니, 사람에 따라서는 그걸 현실에(이걸 쓸 때 '혐실'이라고 오타가 났는데, '혐오감 드는 현실'의 준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다) 적용하는 방법은 알려 주지 않으니 '그래서 어쩌라고?' 반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옳은 말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약간 아쉽게 느껴질 수는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예는 이거다. "게으른 사랑에 절대로 안주하지 마. 넌 그보다 나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게으른 사랑이 뭔지 설명해 주는 말도 없고, 그냥 감성적인 사진을 바탕으로 두 쪽에 달랑 이렇게만 쓰여 있으면, 오직 게으른 사랑이 뭔지 어렴풋하게나마 아는 사람만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저자가 트위터리안이라 그런가, 140자 제한이 있는 트위터에서야 이렇게 말해도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고 아닌 사람은 말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지면 사용이 훨씬 자유로운 책에서 이렇게만 말하고 넘어가면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조금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면 좋았을 텐데.

 

다음은 내가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든 말이다.

깊든 얕든, 네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지나가. 혹시 또다시 절망에 빠지려는 자신을 발견하걸랑 앨런 와츠의 금언을 떠올려봐.
'흙탕물은 휘젓지 않고 내버려둘 때 가장 맑은 법이다.'

 

네 살짜리 너.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자존감이 떨어지려는 순간이 오면 네 살짜리 꼬마였던 너를 떠올려 봐. 넌 그 아이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해.

그러기엔

 

내 거라면 나한테 찾아오게 되어 있다.

(...) 피해 의식은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지만 그걸 극복하려면 늘 스스로 상기해야 해. 우리 몫이 행복은 오다가 딴 데로 샐 리 없다는 걸. 우리와 진짜 인연이 있는 거라면 지금 상황이야 어떻든 결국 잘될 거야. 어디로 날아가지 않고 우리 앞에 무사히 도착할 테니까 걱정 말아. 기회를 놓쳤다고? 그게 네 거였으면 진짜로 놓친 게 아니거나 언젠가 다른 형태로 나타날 거야. 아쉬워할 것 없어. 절교했다고? 실연했다고? 네 인연이었다면 잘됐을 거야. 안타까워할 것 없어. 지금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 받으며 살고 있어. 모든 건 다 제자리를 찾아갈 거야. 그 진리를 받아들이면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눈을 뜰 수 있어. 너무 아등바등 살고 있는 기분이 (특히 대인 관계에서) 든다고? 아마 네 느낌이 맞을 거야.

진짜는 억지로 쥐어짠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저자는 나이지리아에서 '이그보우어(나이지리아 서남부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쓰며 자라서, 책 군데군데에 나이지리아 속담과 표현을 인용해 놓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국어 속담이나 표현, 또는 영어/일본어식 속담이 표현이 아니다 보니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미용실에 가서 존처럼 머리를 잘라 달라는 사람! 두상도 존과 똑같은가?

 

등에 업힌 사람은 여행길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이런 속담들이 멋진 그래픽으로 책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책 디자인에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이 가지고 뭐라 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번역가분이 40대이셔서 그런지, '아싸'나 '순삭'처럼, 요즘 웬만해서는 다 알 법한 줄임말을 굳이 '아싸(아웃사이더)', '순삭(순간 삭제)' 이런 식으로 괄호 안에 뜻을 표기해 놓으셨다.

이게 약간 올드해 보인다고 할까, 설명충처럼 보인다고 할까. 어차피 이 책의 타깃은 젊은 층 여성들일 텐데, 그럼 굳이 괄호 안에 뜻을 표기해 주지 않아도 이미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이 단어들 뜻은 다 알 것이다.

굳이 뜻을 표기해서 번역을 촌스럽게 만들어 놓아야 했을까. 아마 40대 이상의 독자를 위한 배려였을까….

 

전체 평을 내리자면, 괜찮은 책이지만 어떤 구체적인 상담 같은 걸 바라고 읽지는 마시라.

내 생각엔 고등학생~20대 초반 여성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삶에서 직접 경험해 보고, 나중에 '아, 치데라 에그루가 말하던 게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을 거다.

아니면 이미 이런저런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그래, 맞아' 하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겠고.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저자의 TED 강연도 살펴보시라.

https://youtu.be/babcNWX64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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