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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조애나 닐룬트, <용기의 기술>

by Jaime Chung 201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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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조애나 닐룬트, <용기의 기술>

 

 

핀란드인 저자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 핀란드의 정신, 시수(sisu)'에 대한 책이다.

시수란 무엇인가?

시수는 핀란드어에서 적어도 500년 이상 존재해 온 개념이다. 문자 그대로의 뜻은 우리 몸속의 내장이며, 이는 힘의 근원인 배에서 우리의 확고한 투지가 생겨난다는 고대의 믿음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야심이 있다는 말을 "배짱이 있다."거나, 뱃심 혹은 배포 등으로 대신 표현하는 것과도 같다.

시수는 많은 것들이다…

시수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영어에는 시수와 비교되거나 대신할 수 있는 유사한 단어가 전혀 없고, 심지어 핀란드어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수는 의연한 결정, 대담함, 용기, 용맹, 의지력, 끈기, 회복력을 포함하는 한 무더기의 자질들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을 의미하며 활동 지향적인 사고방식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신의 능력 밖에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도전을 기꺼이 떠맡을 때 시수는 비로소 활동을 시작한다. 역경과 주위의 반대로 포기하고 싶을 때, 오직 자기 자신의 용기만이 그 같은 역경과 반대를 견뎌 낼 수 있을 때, 시수는 바로 그때 진정으로 필요하다.

 

저자는 시수가 "핀란드 사람들에 의해 병에 담기고 상표가 붙여졌을 뿐, 전 세계적인 특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시수의 예는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예컨대...

마지막 몇 킬로미터는 끔찍할 만큼 힘들고 괴로웠지만, 당신은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까지 완주했다.

비록 결혼 생활을 지켜 내는 게 멀고도 험한 길이었지만, 당신은 결혼 생활을 끝내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칠흑 같은 힘든 시간 속에서도, 당신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끔 도와주는 용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또 다른 말로 하자면, 

"시수는 산을 뛰어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이라기보다, 오히려 한 발을 다른 발 앞으로 내딛게 해 주는 힘이다."

 

시수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도 소개된다.

1939년 가을, 소비에트 연방이 핀란드를 침공했다. 소련은 핀란드보다 세 배나 많은 군사와 서른 배 많은 항공기, 그리고 백 배가 넘는 탱크를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에 핀란드는 수적인 열세와 부족한 보급품 외에도 걱정할 것들이 많았다. 1939년에서 194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은 연일 섭씨 영하 43도를 기록할 만큼 이례적으로 추웠다. 게다가 군복을 입고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건 현역 군인들 뿐이었고, 소집된 상당수의 예비군들은 스스로 의복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핀란드인에게는 몇 가지 이점이 있었다. 우선, 그들 대부분은 크로스 컨트리에 숙련돼 있었다. 그리고 참호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옷을 겹겹이 껴입는 것이 추위에 맞서는 최고의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가벼운 흰색 위장복을 겉에 입었는데, 그 덕분에 하얀 눈 속에서 움직여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핀란드는 전쟁 내내 속도전과 게릴라전을 주요 전술로 펼쳤다. 수적으로 우세한 소비에트 군대를 작은 무리로 고립시킴으로써, 소규모 병력인 자신들의 열세를 최대한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소련 군인들은 눈 속에서 소리 없이 나타나 백발백중 총알을 명중시키는 '핀란드의 유령들'을 점점 더 무서워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시수가 뭔지 대충 감이 잡히는 것 같지 않으신가? 그래서 책은 시수 이야기만으로는 책 분량을 채울 수 없겠다 생각했는지, 핀란드 문화에 관한 다른 정보도 적당히 집어넣었다.

'쐐기풀 수프'(이건 도대체 왜?), '나만의 테라리엄 만들기', '전형적인 핀란드의 결혼 생활이란?'(물론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데 '시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밖으로 나가자 - 자연을 공동의 부모로 만들기' 같은 코너들이 있다는 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

뭐, 큰 그림을 보자면 시수라는 개념에 대해 더 잘 설명해 주기 위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쐐기풀 수프는 도대체 시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핀란드의 문화를 접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직후엔 '그래서 시수가 도대체 뭐라는 거지?' 싶을 수 있다.

그럴 땐 잠시 머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필요하다면 책을 다시 후루룩 넘겨 보자. 그러면 대충 시수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요약본을 머리에 만들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남은 건, 그 시수를 인생에서 실천하는 것뿐이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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