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The School of Life, <끌림>
저자명인 'The School of Life'는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설립한 글로벌 기관으로,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전 세계적으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숍과 수업 교실 운영, 기업 컨설팅, 도서 집필 및 풀판, 영화 제작, 제품 판매 및 디지털 활동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 책은 '끌림(원제는 'On Being Nice')'에 대한 짧은 글을 모은 것인데,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우리의 인격을 개선하고 선량한 사람, 즉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돕기 위해 기획되었다."라고 한다.
현재 우리는 기독교, 낭만주의, 자본주의, 에로티시즘의 영향으로 '착한 사람은 무능하다'거나 '착한 사람은 재미없다', '착한 사람은 쫄딱 망해!', '착한 사람에게는 몸이 끌리지 않아!'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선량함은 실제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가치를 지켜주고 있으며, 이 가치들은 선량함과 상충하지 않는다. 착하면서도 성공한 사람, 착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사람, 착하면서도 부유한 사람, 착하면서도 관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끌리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짧게 설명해 주는데, 예컨대 이런 것이다.
일장일단 이론이라는 게 있다. 모든 장점에는 반드시 그만한 단점이 있다는 뜻이다.
일장일단 이론에 따르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누군가의 장점 이면에는 반드시 그만한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장은 그 단점으로 어떤 혜택을 보게 될지 몰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바로 그 단점 덕분에 혜택을 볼 일이 생긴다. 나의 눈에 거슬리는 상대방의 결점은 나쁘기만 한 결점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장점의 어두운 이면일 뿐이다. 장점에도 비롯한 단점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장점을 차례로 열거하고 나서 단점을 열거해보면 좋은 점에는 대체로 그에 상응하는 나쁜 점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점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게 러시아의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Ivan Turgenev)의 이야기이다.
1870년대에 파리에서 살던 미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당시 같은 도시에서 살던 투르게네프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그는 특히 이 러시아 작가의 느긋하고 태평한 집필 방식에 마음을 빼앗겼다.
투르게네프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 때까지 더 좋은 대안은 없는지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바꾸고 윤색하느라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것은 글쓰기 면에서는 존경을 받는 지독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투르게네프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는 바로 그 장
내가 이 책에서 제일 깊이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은 '공손한 사람 vs. 솔직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꼭지였다.
이 꼭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버릴 말이 없이 모든 단어가 다 공감이 되는데, 이걸 다 옮겨서 보여 드릴 수는 없으니 중요한 부분만 간단히 도표화해서 보여 드리겠다.
솔직함은 순수하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신이 거리낌 없이 드러낸 의견이라면 큰 앙심이 있고 꼴사납고 지겹고 잔인한 말일 수가 없다고 전제한다. 이런 면에서 솔직한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바라본다. 다시 말해, 사람은 본래 선하다고 믿는다.) |
솔직함은 죄악이다 (반면에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충동과 자기 자신을 근본적으로 의심한다. (...) 자신이 때때로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자신이 어디까지 남에게 겁을 주고 혐오감을 줄 수 있는지 절대 잊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 안에 있는 나쁜 충동으로부터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거짓이 아니다. 가감 없이 '자기답게' 행동하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되므로 다른 사람(특히 자신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의 본모습을 보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나도 남과 같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본질은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무의식중에 마음 편하게 전제하고 행동한다. 그리하여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거리낌이 없고, 사회적 장벽에 얽매이지 않으며, 놀라우리만치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한다. (...) 상대방과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몸 상태나 성생활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를 꺼낸다. 모두가 이런 주제에 대해 비슷비슷하게 느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속으로는 자기와 감정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
나는 남과 다르다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그 내면은 자기와 매우 다를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머뭇거리고 조심하고 질문을 많이 던진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하나씩 명시적으로 확인해 나간다. (...) 그는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을 남에게 일어나는 일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그가 예의를 지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심오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예민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
사람의 내면은 견고하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내면이 대체로 매우 견고하다는 전제하에 행동한다. (...) 어쩌면 사람들의 자아가 거미줄처럼 위태롭고 언제라도 끊어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제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지지와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소소한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
사람의 내면은 연약하다 반대로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우리의 내면이 언제든 쉽게 무너져 내리고 절망과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다고 전제한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 보여도 인간이란 고통스러우리만치 연약해서 (겉으로는 갈채와 인정을 받아도) 사람들이 내심은 자기를 싫어할 것이라는 의심에 순식간에 휩싸이고 또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
거창한 친절을 베푼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매우 친절하게, 그것도 아주 거창하게 친절을 베풀곤 한다. 이를테면 '아프리카 살리기'라든가, 그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삶을 살아갈 기회를 주자며 인류에게 베푸는 박애와 친절에 관심을 보인다. 거창한 열정을 품은 사람은 그 결과 소소한 조치나 친절을 베푸는 행위에 조급증을 내는 경향을 보인다. 인류가 처한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때에 사람들에게 꽃을 보내고, 만찬 후에 감사의 편지를 쓰고 생일을 기념하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이는 행위는 이들이 보기에 의미 없는 일이다. |
소소한 친절을 베푼다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도 인류를 향한 친절과 사랑, 선행을 베푸는 일에 열정이 있지만, 일상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베풂을 실천할 기회를 엿본다. (...) 다른 사람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꾸거나 인류를 고통 속에서 구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웃는 얼굴로 5분 정도 날씨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소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오늘이 가기 전에 할 일이 무엇인지 민감하게 인식한다. |
자기 확신이 있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신속하게 판단하는 자기 능력을 신뢰한다. 누가 올바르게 행동했는지, 잘못했는지 또는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지 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의 근저에는 모든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신속히 가린다는 자신감, 사람들의 성격과 자신이 맡은 역할의 본질을 신속하게 이해한다는 자기 확신이 있다. |
자기 의심이 있다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은 이런 면에서 스스로 확신하지 ㅇ낳는다. 오늘 확고했던 생각이라도 다음 주가 되면 또 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안다. 자신이 보기에 이상하고 엉뚱한 아이디어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극히 중요한 개념을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말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그 의미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여지를 둔다. 자신의 뇌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고 또 자신은 지각하지 못하는 기분에 사로잡혀 의미를 오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늘 기억한다. 그래서 되돌리지 못할 말을 삼가고, 전폭적으로 존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
길진 하지만, 이것도 요약한 거다. 나는 모든 항목에서 후자, 즉 공손함/예의 범절을 중요시하는 타입이었다.
어쩜 이렇게 본질을 잘 잡아냈는지 감탄했다. 책은 이렇게 쓴다.
솔직함을 중시하는 사람과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에는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의 특별한 지혜를 재조명하고 전파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 공손함의 지혜에는 솔직함을 칭송하는 문화가 일으킨 역효과와 현대 사회의 무도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힘이 담겼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데, 대체적으로 내용을 요약하자면 '타인은 나와 그리 다르지 않다. 용기를 내서 다가간다면 공통점을 찾아 친해질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끌리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또 매력적인 일인지 생각을 바꿔 주는 책이다.
150쪽밖에 안 되는 얇은 볼륨도 딱 좋다. 쓸데없는 말, 분량을 늘리려고 적당히 끼워넣은 이야기가 없다는 느낌.
올 여름 휴가 때 옆에 끼고 읽으며 몸을 쉬게 해 줄 뿐 아니라 정신도 가다듬으며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꾀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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