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가타다 다마미, <상대의 악의적 거짓말에 당하지 않는 방법>
제목부터가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저자는 일단 거짓말하는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그다음에 우리가 거짓말쟁이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방법을 설명한다.
일단 저자는 거짓말쟁이는 그저 혼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거짓말을 계속할 수 있게 동조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거짓말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쟁이가 있으니까 당연히 그 거짓말에 속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거짓말은 '거짓말쟁이'와 '속는 사람'이라는 양자 관계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 주변에는 거짓말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인에이블러(enabler), 즉 동조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알코올 중독 환자의 주변에는 술값을 대신 내주거나 음주로 인한 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거짓말쟁이의 주변에는 거짓말에 동조하거나 이를 옳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거짓말쟁이의 능력은 무엇보다, '타인의 욕망'을 간파하는 데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타자의 욕망'을 파악하는 그들의 뛰어난 능력이다. 사무라고치 씨는 장애를 딛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 하는 대중의 염원을, 가짜 여의사는 '주변에 의사 한 명쯤은 지인으로 두길 바라는' 대중의 일반적 희망을 알아채고 이를 충족시켰다. 그래서 이들에게 열광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거짓말쟁이에게도 해당된다. 앞서 언급했던 편집자의 경우, 그는 "우리 부서에서 유명 작가의 원고를 책으로 내서 베스트셀러를 내고 싶다."라는 상사의 욕망을 파악한 다음, 여기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그 사람이 거짓말로 지어낸다 한들, 나는 그것에 속기는커녕,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반응할 테니까 말이다. 거짓말이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말하자면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 주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어떨까?
저자는 "사람들은 대개 진실에 별로 관심이 없다"라고 강조한다.
가령, 옷 매장에는 조금 날씬하게 보이는 거울이 설치된 경우가 많고, 그 사람들은 그 거울을 보고 옷을 산다. 진실은 종종 가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눈앞의 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저자는 남편이 불륜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모른 체하는 한 부인의 예를 드는데, 실제로 나도 이 비슷한 경우(이쪽은 남편이 성추행을 저질렀고, 아내는 자신이 가진 타이틀 - 사장의 아내라는 타이틀 - 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남편과 이혼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몰아세웠다)를 목격해서, 이게 100% 맞는 말이라고 보장할 수 있다.
첫 번째, 겉보기에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고, 남들이 보기에 혜택받은 현재의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
두 번째,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전업주부면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경우, 이혼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자녀에게까지 정서적인 아픔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더더욱 남편의 거짓말을 모른 체한다.
세 번째, 남편의 거짓말을 들추어내면 주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또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결혼생활에 실패한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워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다.
결국, 세간의 이목에 신경을 쓰는 사람일수록 거짓에 가려진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거짓말쟁이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간파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관찰력과 분석력을 키운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청산유수로 말하기 때문에 옆에 있다가 심취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심취하는 사람이 되면 그 거짓말쟁이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상대를 과대평가하게 되면 눈앞이 흐려진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슨 이야기든 그대로 있는 그대로 믿지 말고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이야기하는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늘 생각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타인의 욕망'을 분석해 보는 것인데, 귀찮아하지 말고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남의 거짓말을 모른 체하는 중요한 이유는 '나태'이다. 이 '나태'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짓말을 간파하기 위한 행동 지침과 질문법을 여러 개 제시하는데, 그중 두어 가지만 같이 보자.
중요한 건, 일단 내가 상대방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 또는 상대방의 말에 어딘가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당분간 이를 숨겨야 한다. 또 정보는 세부 사항까지 자세하게 모으는 것이 좋다.
예컨대 의사인 척하는 어떤 부인의 이야기가 의심스러울 때, 필자는 그 가짜 여의사가 졸업했다고 주장하는 사립 의대의 졸업생 명단을, 지인에게서 부탁해 구해서 보았고, 거기에 그녀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가짜 여의사의 명함에 기재된 병원은 마침 또 필자의 고등학교 선배가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곳이어서, 선배에게 '○○라는 이름의 여자 의사가 있나요? 또는 예전에 근무한 적이 있나요?"라고 물으니 그런 사람은 없고 여태껏 그런 사람이 근무한 적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확실하게 그 주장이 거짓이라는 근거를 찾아내고 나서 필자는 어떻게 했을까? 바로 그 가짜 여의사에게 가서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윽박질렀을까? 아니다.
이처럼 상세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는 일단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상대가 허점을 노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머리 굴리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거짓말을 간파할 도리가 없다. 거짓말쟁이와 맞서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조금은 영악해져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거짓말쟁이에게(또는 거짓말이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이전에 했던 말을 한 번 더 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는 물론 완벽한 기억력을 가진 거짓말쟁이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이전에 했던 말을 정확하게 떠올리는 것을 힘들어한다.
자기 이야기에 모순이 숨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이 거짓말쟁이는 자기방어를 위해 말을 아끼기 십상이다. 그래서 단어 선택에 신중하고 자세히 말하는 것을 피하려 든다. 이러한 행동의 변화를 놓치지 말자.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관찰력을 길러 두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이 있다. 당연할 수도 있지만,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상대의 의심을 사지 않고 질문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
이렇게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예전에 한 말과 내용이 같은지 다른지를 점을 파악하거나,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는 등,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책 내 예시는 거의가 아니라 전부 일본의 것이지만,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예시는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므로(예컨대 일본에 'STAP 세포 조작 사건'을 일으킨 오보카타 하루코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황우석이라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저자가 제시하는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방법' 또는 '거짓말쟁이를 상대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하겠다.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그렇겠지만.
다소 놀라운 건, 책 끝의 역자 후기에서 역자가 이 책을 추천하는 동시에 비슷한 책으로 황규경 변호사의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를 추천한다는 것이다(이 책에 대해서는 나도 리뷰를 남긴 적 있다).
2019/03/25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황규경,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아니, 분명 황 변호사의 책도 좋은 책이긴 한데, 난 역자 후기에서 다른 책을 추천하는 것은 처음 봐서, 처음엔 이 두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나, 하고 찾아보기까지 했다(아니다. 둘 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어쨌든 둘 다 좋은 책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같이 읽으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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