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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다은, 건오, <회사가 내 월급을 훔쳐갔다>

by Jaime Chung 201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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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다은, 건오, <회사가 내 월급을 훔쳐갔다>

 

 

이건 정말 모든 직장인들, 특히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필독서다!

저자는 모 기업에 다니면서(본문에는 '만능기업'이라는 가명이 사용된다) 포괄임금제로 연봉을 받았는데,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단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내의 비리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나 괴롭힘도 참을 수 없는 정도여서 결국엔 이곳에서 벗어나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이직을 준비하며 자신이 그동안 초과 근무한 내역을 계산해 보니(저자는 기업 내에서 인사 기획과 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초과 근무를 하였으나 받지 못한 임금이 2천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노동청에 이를 신고하기 위해 조용히 증거 자료를 모은다.

다행히 법대 출신인 지인(저자명 중 '건오'가 바로 이분이다)이 있어서, 이분에게 도움을 받아 노동청에 진정서를 넣는다.

이 책은 저자가 이 '만능기업'을 노동청에 신고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고, 모든 직장인들이 꼭 알아야 할 '포괄임금제'에 대한 진실을 알려 준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충격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참고로 아래 문단에서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출퇴근 기록을 출퇴근 확인 프로그램이나 카드 등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 웬만한 기업들은 다 이렇게 하는 것 같지만.

원래 포괄임금제란 법에 있지도 않은 제도로, 판례와 행정해석을 통해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였다. 게다가 만능기업은 포괄임금제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출퇴근은 카드로 초 단위까지 기록해서 보관하고 있었고, 고정적인 수당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심지어 더 큰 거짓말도 일삼았다.

만능기업처럼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포괄임금제는 미리 정해진 추가근로시간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마치 '포괄임금제만 있으면 아무리 더 많이 일해도 원래 돈 한 푼 더 줄 필요가 없다'라는 식으로 직원들을 속였다.

두둥. 여러분은 아셨는가? 나는 '포괄임금제'라는 게 너무 당연하게 여기저기에서 쓰이다 보니 이게 법적으로 근거가 있고 보호가 되는 제도인 줄 알았다.

근데 법에 있지도 않은 제도라니!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회 생활을 웬만큼 하신 분들도 이것까지는 몰랐던 경우가 많았으리라 본다.

그런데 그것만이 충격이 아니고, '포괄임금제'라 하더라도 정해진 추가근로시간 범위를 벗어나 일을 시킨다면, 그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나는 왜 '포괄임금제'가 '무한 데이터 요금제' 같은 거라서, 애초에 '포괄임금제'로 연봉을 주면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이 일을 시켜도 돈을 더 안 줘도 되는 거라고 생각했을까? 나도 노동자인데 말이다.

그건 아마도 내게 이런 점을 설명해 준 적이 없기 때문일 거다. 정말 이 책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읽혀야 한다.

아니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시민 교육' 같은 느낌으로 '노동자 교육'을 시키면서 이런 점을 알려 주든가. 이것도 모르고 살 뻔했잖아!

 

여튼, 저자는 그래서 조용히 속으로 칼을 갈면서 증거를 모은다. 증거는 자기 출퇴근 시간, 초과 근무(평일 연장 근무나 휴일 근무)를 했다는 증거,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근무를 회사에서 시켜서 했다는 '업무 지시' 증거 등이었다.

일단 근태(출퇴근 기록)는 인사팀처럼 자료에 접근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얻기 힘들 것이므로 자신이 출퇴근하는 시간의 (회사) 컴퓨터 시계 사진을 찍어 둔다든가 하는 식으로, 가능한 모든 수를 총동원해서 모으는 게 좋다.

그리고 출퇴근 기록과 같이, '그 시간까지 나는 일을 했다'라는 증거를 모아 두어야 한다.

자신의 GPS 기록을 남겨 자신이 야근 때 회사 건물에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얘가 이 시간까지 회사 건물에 있긴 했는데, 그냥 놀았어요'라고 우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 지시' 증거는 서면(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에서 말한 것도 당연히 서면에 해당한다) 증거가 제일 좋지만, 회사가 약아서 이런 지시는 대개 구두로 내리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녹음기를 사용하자.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본인이 참여하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이거이거 업무 내일 아침까지 끝내'라고 길게 말을 하다가 끝에 자신이 '네' 한마디만 했더라도, 자신이 참여한 대화로 인정되므로 이것은 합법적으로 증거로 쓰일 수 있다.

대신에 물론 부장과 대리가 회의실에서 대화하는 걸, 회의실 밖에서 몰래 내가(=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자) 녹음을 했다면 이건 불법이다. 이 정도는 기억해 두자.

 

물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럴 땐 이 말을 기억하시라.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직접적인 증거는 그 회사에 있는 동안에만 모을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일단 퇴사를 하면 외부인이 되기 때문에 재직 중일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이미 퇴사를 했다면 그동안 그 회사에서 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을 하면서 만든 업무자료는 다시 볼 수 없게 됩니다. 요즘은 이메일로 그룹웨어를 통한 사내 이메일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서 퇴사하고 나면 사내 메일 계정은 삭제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그 회사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양의 자료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또한, 증거는 언제 잡힐지 모릅니다. 언제 밤늦게 업무 지시를 할지, 언제 나에게 불합리한 폭언을 하거나 성희롱적인 발언을 할지, 부당한 업무지시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항상 증거를 수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회사에 있는 동안 계속 녹음을 할 수 있도록 24시간 작동되는 녹음기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상은 내 편이 아닙니다.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난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집요하게 양질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때 당시에는 조금은 귀찮은 마음에, '뭐 이런 것까지 필요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넘겼던 것들이 나중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고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쉬워지는 순간이 분명 오게 됩니다. 지금 한순간의 방심이 나중에 내 발목을 크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략 증거를 모았다면 신고를 해야 할 것이다. 요즘엔 온라인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htttp://www.moel.go.kr)

진정 내용은 복사-붙여넣기도 안 되고 글자 수 제한(1,000바이트)도 있어서 아주 불편하게 돼 있다. 따라서 증빙을 아주 자세하게 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써 봤자 이미 너무 바쁜 근로감독관들은 여러분이 조사를 받으러 갈 때까지 그 자료를 열심히 보지도 않는단다.

그러니 증거가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더라도 방문조사 시점까지 증거가 갖추어질 거 같으면 진정 민원을 먼저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유의할 것은, 임금체불에 관한 사건은 그 사업장이 소재한 지방노동관서에게 담당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실제 거주지좌 임금체불로 신고하려는 회사의 소재지가 같거나 가깝다면 큰 불편은 없겠지만, 거리가 멀다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그러니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서 노동부 신고 플랜을 짜야 한다.

 

내가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충격을 받은 건, '근로감독관'들이 자신의 일, 그러니까 민원인의 고충을 해결하는 일에 그렇게 열성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평을 읽었을 때였다.

아니 물론, 나도 내가 하는 일에 100% 열정만을 가지고 '아, 만인의 편의를 위해 내 한몸 희생하는 마음으로 일하리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근로감독관이라는 것은 현실에 팽배한 (노사) 부정의를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을 가진 자리 아닌가.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면, '근로감독관'이 쉽게 되는 것도 아닐 터이니 당연히 민원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일 거라는 이상한 선입견이 있었던 거다.

'노동부 조사에 임하는 자세'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썼다.

방문조사를 받을 때는 스스로 자신의 주상 내용과 그 증거를 최대한 간결하고 쉽게 정리가 된 상태로 임해야 합니다. 물론 그동안 모은 자료는 당연히 다 가지고 가야 하지만, 정작 조사를 받으러 가면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감독관이 조서를 만드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게다가 근로감독관들은 자신이 일선 공무원이라는 자부심이 상당히 강합니다. 또한, 공무원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업무지침이 있고, 그에 따라 일관적, 획일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그래서 민원인의 주장을 대충 듣고 곡해해서 결론을 내버리는 일도 있고, 아무리 근거를 들이밀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법리뿐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를 왜곡해 버리는 때도 있습니다.

또한,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을 때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하며 임의로 날짜를 지정하는데, 이게 평일 낮일 수도 있어서(근로감독관의 업무 시간은 평일 9-6시다) 이미 다음 직장을 구해 근로 중인 민원인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이런 점은 국가적인 입장에서 배려를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내 일도 아닌데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이직을 해서 연차를 사용하기도 눈치 보일 시기일 텐데 말이다.

다행히, 근로감독관이 '(민원의 대상이 되는) 기업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조사에 참석해야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근로감독관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조사에 임하지 않더라도, 민원인 혼자라도 조사를 받으면 된다. 물론 이것 때문에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지만, '반드시' 기업과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노동청에 신고를 하는 것도 귀찮고 번거롭지만, 일단 신고가 됐다면 상대 기업에서 신고를 취하하라며 민원인을 귀찮게 굴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실에서 노동관계법은 정말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관계법과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근로감독관들이 오히려 회사 편에 서서 나의 적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회사 편을 들며,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회사와의 합의를 강요하기도 하고, 민원인의 주장과 근거를 회사에 알려주고 심지어 그 대응방법까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임금체불 진정을 넣고 근로감독관을 통해 조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이제 다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이렇게 근로감독관이 내가 아닌 회사의 편을 들고 있다면, 다양한 외부의 힘을 빌려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해 근로감독관의 공평하지 못한 태도를 밝히고 바른 수사를 촉구하거나, 언론 또는 양대 노총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한 '노동부를 통해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소송까지도 간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냉철하게 득실을 따져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물론, 신고 이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길기도 하고 힘들 테니 민원인도 합의를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굳이 근로감독관이나 회사 측에서 먼저 합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굳이 본인이 먼저 합의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만약에 그런다면 권리 행사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보이지 않고, '이러나저러나 회사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구나'라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저자 말로는 "회사에 합의 가능성을 열어 주면 합의금을 헐값에 후려치려고 온갖 수를" 부린단다.

 

물론 임금체불 과정은 준비 과정도, 조사 과정도 힘이 든다. 그래서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 해도 이로 인해 민원인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때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무조건 선입금 후취하'라는 것이다. '우리 사이에, 내 약속 못 믿니?' 이런 말은 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시라.

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얼마를 제시하든 그게 실제로 여러분 통장으로 입금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신고를 취하해서는 안 된다. 취하하고 나서는 말을 바꿔서 '내가 언제 돈을 준다 그랬어?' 하고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여러분 통장에 돈이 입금된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진정 취하 과정을 밟을 생각조차 마시라.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이 합의금이 '세전'인지 '세후'인지도 꼭 따져 보시라.

저자는 2천만 원의 임금을 체불당해 진정을 넣었고, 결국 5백만 원을 받고 진정을 취하하기로 합의를 봤는데, 이때 이게 '세전'인지 '세후'인지 따져보지 않았던 게 심각한 실수였다고 한다.

저자는 '당연히' 세후 5백만 원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는 어떻게든 민원인에게 돌아가는 돈을 줄이고 싶어서 여기에서 세금을 뗐다(물론 이 돈은 기타소득으로 여겨지므로 22%의 세금을 떼어야 하는 게 법적으로 타당하긴 하다).

그래서 저자가 결국 받은 것은 390만 원가량이었다. 그러니 회사가 얼마를 제시하든, 이게 '세전'인지 '세후'인지를 꼭 따져봐야 한다.

 

이상 설명한 내용은 이 책에서 설명해 주는 것의 절반 정도도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면 '포괄임금제'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근무허가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상식을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설명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노동법 입문' 같은 원론서가 아니기 때문에,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들이 곁들여진 일러스트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고, 그래서 나도 웬만큼 다 이해했다(여담이지만, 이 책 일러스트에 인간은 없는 게 참 다행인 게, '사장'이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 형태였다면 너무 얄밉고 짜증 나서 책에 주먹을 날려 책을 찢어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나는 이제야 배웠다는 게 좀 안타깝고 씁쓸하긴 하지만, 적어도 이제나마 이걸 알게 됐고, 또 이 글을 통해 많은 다른 분들에게 소개해 드릴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기로 했다.

특히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연봉을 받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읽으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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