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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알렉산드라 W. 로그,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

by Jaime Chung 201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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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알렉산드라 W. 로그,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

 

 

저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 심리학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적 명성의 행동 과학자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제목이 말해 주듯,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한 심리학 사례와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370쪽에 달하는 분량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 볼 만하다.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침 속의 물질에 혀가 적응되어 있다는 건 우리가 마시는 맑은 물(pure designer water)이 왜 말 그대로 순수하지 않은지를 설명한다. 가장 비싼 브랜드 물조차도 소듐(나트륨) 같은 소량의 미네랄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은 쓴맛이 날 것이다.

 

(...) 그 결과 여자와 남자 간에, 그리고 다른 나라 출신들 간에 냄새 민감도와 냄새 선호에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냄새에 더 강했다. 그리고 바나나, 페퍼민트, 레몬, 바닐라 향은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선호했다. 반면 그 외 냄새는 나라마다 선호가 달랐다. 예를 들어 정향 냄새(열대성 정향나무의 꽃을 말린 것. 향신료로 쓰인다)는 아시아인들보다 미국인들의 선호가 높았다.

 

냄새와 맛고 연관된 기억은 감정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 예로 한 대학생이 기분이 좋을 때 몇 가지 이유식을 시식해 보았다고 치자. 어떤 것은 맛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그 대학생은 다양한 이유식 중에서 맛이 좋지 않았던 것보다 맛이 좋았던 이유식을 더 쉽게 골라낼 것이다. 반면에 대학생이 이유식을 시식할 때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면 맛이 좋은 것보다 맛이 좋지 않은 것을 더 쉽게 골라낼 것이다. 다시 말해 기분이 좋을 때 경험하면 좋은 맛이 더 기억에 남는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경험하면 나쁜 맛이 더 쉽게 기억에 남는다.

왜 굳이 '대학생'에게 '이유식' 같은 걸 시식해 보게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한다.

 

우리가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건 거의 본능이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잔드스트라와 와엘 L. 디레디는 허기진 젊은 남녀에게 플레인요거트 두 가지 타입 중 하나를 매일 교대로 주었다(총 5일간). 두 타입은 200밀리리터로 양이 같고, 외관상 모양도 맛도 같았지만 칼로리 양이 달랐다. 하나는 57칼로리였고 다른 하나는 255칼로리였다. 당연히 실험 참여자들은 모른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쪽 팀에게는 푸른색-고칼로리, 분홍색-저칼로리 중에서 선택하게 했고, 다른 한 팀에게는 푸른색-저칼로리, 분홍색-고칼로리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색깔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칼로리가 더 높은 쪽을 선택했다.

 

"메뉴를 보고 맛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먹었을 때 한 시간 후에 몸에 건강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지 물어라." - B. F. 스키너 (심리학자)

 

구내식당에서 음식의 배치를 바꾸는 효과는 허버트 메이젤멘 교수와 동료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두 가지 영리한 실험에서 잘 보여 준다. 이들은 많은 먹거리가 구비된 대학 구내식당에서 사탕과 포테이토칩을 일부러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시켰다. 각 실험의 첫 부분에서는 사탕(실험1) 혹은 포테이토칩(실험2)을 학생들이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가는 네 곳의 요지에 위치시켰다. 각 실험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음식값을 지불하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야만 사탕이나 포테이토칩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다시 줄을 서야 했고 구입한 것을 따로 지불해야 했다. 위치는 사탕이나 포테이토칩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묻는 경우에만 카페테리아 카운터 직원이 알려 주었다.

 

앞서 기술된 부차드의 연구에서 유전자는 지방성 세포의 수와 분포에 영향을 미쳤다. 지방 세포는 인체에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인데, 지방이 차면 우리는 배가 덜 고프고 지방이 차지 않으면 배가 더 고프다. 지방 세포 수는 체중이 늘 때 같이 증가하지만 체중이 줄어도 감소하지는 않는다. 체중이 감소할 때는 지방송 세포의 속이 빌 뿐이다. 누군가가 과체중이었다면, 현재 과체중이든 아니든 지방 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지방 세포가 지방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 다시 말해 언젠가 한 번 과체중이었다면 그 상태를 유지해야 허기가 지지 않는다. 이는 살을 빼고 유지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식료품점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산다. 약 100명의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들에게 음식의 유혹 신호를 노출시키면(이를테면 굽고 있는 피자 냄새) 오히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실제로 더 먹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응 또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즉시 나타났다.

게다가 사람들은 식사를 건너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훨씬 더 많이 먹었다. 과거 경험을 통해 식사를 건너뛰는 경우 많이 먹어두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한번 이탈하면 과도하게 먹는 이유다. 그들은 다시 식이 제한을 할지 모른다는 것을 예견한다. 다이어트 식이로 돌아간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나 역시 체중이 슬금슬금 오르고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실제로 더 많이 먹는다. 앞으로 먹는 것이 제한될지 모른다는 예상이 결과적으로 더 먹게 만든다.

 

이 정도로 해 두자. 배고픔과 포만감, 갈증, 맛과 냄새, 음식 선호와 음식 혐오, 충동과 자제력, 먹고 마시는 것, 폭식증과 거식증, 과식과 비만, 음주, 당뇨병, 섭식과 생식, 흡연의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 봐도 괜찮을 듯하다.

(비만이나 다이어트에 특히 관심이 있다면 아래의 책들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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