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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젠 그렌맨, <세상의 잡담에 적당히 참여하는 방법>

by Jaime Chung 201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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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젠 그렌맨, <세상의 잡담에 적당히 참여하는 방법>

 

 

제목부터 내향인들이 이 세상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느낌이 팍팍 들지 않는가. 제목이 매력적이어서 빌려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도움이 되는 팁이나 방법을 배웠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나만 이러는 건 아니구나' 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는 책이었다(제목 사기 아니냐?).

서문에 나오는, 저자의 아버지가 저자가 어릴 때 장난감 마이크를 가져다 대며 "녹음할 수 있도록 아무 이야기나 해 봐라"라고 말했는데 저자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느낌을 어떻게 말로 그려낼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결국 아버지가 포기하셨다는 얘기부터 공감이 된다.

내 마음속에는 이렇게 생각과 느낌이 가득한데, 이걸 어떻게 타인에게 적당히 표현할 수 있는지를 모르겠는 느낌, 내향인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 느껴 보지 않았을까.

혹시나 이걸 읽는 독자분이 자신이 내향인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면, 내향인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 주는 22가지 신호들을 한번 확인해 보시라. 이 중 몇 가지나 해당되는가?

1.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2. 혼자 있을 때 좋은 시간이 떠오른다.
3. 내면의 독백이 멈추지 않는다.
4. 종종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과 있을 때 더 외로움을 느낀다.
5. 인맥 관리가 속임수처럼 느껴진다.
6. 교사가 질문을 할 때마다 손을 드는 학생이 아니다.
7. 생각을 말로 하기보다 글로 쓰는 것을 잘한다.
8. 전화 통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9. 성난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다.
10. 가능하면 잡담을 피한다.
11. '너무 진지하다'는 말을 듣는다.
12.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파티에 가지 않는다.
13. 사람들에게 지치면 문을 닫아버린다.
14.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5. 중요한 일에 장시간 집중할 수 있다.
16. 머릿속에서 살고 있다.
17.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18.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말을 듣는다.
19. 친구가 많지 않다.
20. 환경 조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21. 조숙하다.
22.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요즘 나는 왜 이런 성격일까 많이 자책도 하고 고민도 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내향인으로 태어났으며 평생 내향인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이 왜 중요한가? 우리가 평생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향인의 욕구는 외향인의 욕구와 다소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향성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내향인이라면 백이면 백 다 공감할, '내향인 숙취'라는 개념도 소개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회성이 필요한 일(낯선 사람들 만나기, 사교 모임 참석하기 등)을 하고 나면 과도한 자극을 받아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 피로함을 느끼는 증세를 말한다.

내향인들이 내향인 숙취를 경험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쇼나처럼 손에 땀이 나거나 카일라처럼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은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서 20분 후에 찾아올 수도 있고 이틀 후에 올 수도, 몇 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몇 시간씩 지속될 수도 있다. 숙취의 증상과 지속 시간은 몇 가지 요인, 즉 사회적 상황, 각자의 내향성 수준, 에너지 소비량, 그 후에 취한 휴식의 질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치료법은 딱 한 가지로 동일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혼자 있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서재에서 이메일에 답장을 하거나 러시아워에 운전을 하고 가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주변 환경이 반드시 조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진정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정한 휴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내면으로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 순간에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이 문단이 제일 공감됐다.

내향인은 사교 활동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외향인과 사교 방식이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나는 떠들썩한 파티를 질색하지만 저녁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 내향인을 만나서 식사하는 것은 좋아한다. 그런 만남에사서 우리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런 대화 후에는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다.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도 레스토랑을 나설 때 피곤한 것이 아니라 힘이 넘친다. '내면세계'와 '내면세계'의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나는 성찰, 통찰, 아이디어로 가득한 비밀스러운 정신세계를 공유한다. 대화의 초점은 우리 내면에 있다 외향인들도 역시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보통 그들에게는 생각보다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며 대화를 하면서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초점은 보다 바깥쪽에 있다.

맞다, 내향인들은 대화할 때 '깊이'를 원한다. 그래서 내향인들에게 '한담(small talk)'은 무의미해 보이고 또 어려운 것이 된다.

 

책 중후반에 내향인들이 연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가 자신을 팔로우하는, 내향인 트위터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보았다.

내향인과 만나고 있다는 사람은 27퍼센트(208명), 외향인과 만나고 있다는 사람은 26퍼센트(200명). 나머지 47퍼센트(362명)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내향인들에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는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로 매겨 달라고 부탁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 내향인을 만나는 내향인들의 평균 행복 점수: 5점 만점에 3.8점
  • 외향인을 만나는 내향인들의 평균 행복 점수: 5점 만점에 3.7점

즉, 만나는 상대의 내향성/외향성과 행복 점수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향인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물어봤더니, 212명의 내향인들의 46퍼센트가 내향인을 만나고 싶다고 답했고, 24퍼센트는 외향인을 만나고 싶다고 답했으며, 19퍼센트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위의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내향인은 기질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행복 점수를 보면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만일 파트너를 찾고 있다면 기질 때문에 어떤 사람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내향성 또는 외향성에 관한 문제에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지 말고 자신과 기질이 다른 사람이라도 만나 볼 필요가 있다.

 

책 후반에 내향인의 직업과 관련해 내향인의 다양한 직업, 인맥 관리 비법, 면접 대처법 등을 다루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었다기보다는, '아,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많구나' 정도의 공감을 많이 느끼는 데서 그쳐서 아쉬운 책이었다.

내향성은 절대로 외향성보다 못난 게 아니고 내향성이라는 타고난 성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자는 주장만을 되풀이해 하더라도 거기에 진심이 담겼다는 게 느껴지면 꽤 위로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참고로 위에서 방금 묘사한 그런 책을 원한다면, 정확히 말하자면 '내향성'은 아니라 모든 자극에 민감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인 이 책을 보시라.)

2019/07/31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나가누마 무츠오, <몹시 예민하지만 내일부터는 편안하게>

 

[책 감상/책 추천] 나가누마 무츠오, <몹시 예민하지만 내일부터는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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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 아닌 다른 내향인들과 내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찾으신다면 이 책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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