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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by Jaime Chung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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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이 책은 워낙 출간 당시부터 세간의 관심을 많이 끌고 반응도 좋았어서, 내가 따로 소개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그냥 바로 내 감상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출간 당시에는 목차만 보고 '응? 이건 별로 안 맞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늘 제대로 읽어 보니 꽤 그럴듯하게 잘 분석한 듯했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대학생들과 어울리게 된 것을 계기로, 처음에는 그들의 새로운 언어 생활에 주목했다가 후에는 이들만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분석을 시도하게 된다

객관적인 자료(설문 조사 등)와 주관적인 자료(인터뷰 등)를 적당히 사용해서, 과연 90년생의 마음을 잘 파악했다고 본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현재에 왜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90년대생이 이렇게 많은지를 알아 보는데,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이 시대에 '고용안정성'이 높고 그나마 워라밸이 좋다고 여겨지는 직업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청소년들도 장래 희망을 공무원이라고 할까.

만 13~18세 청소년들의 직업 선택 기준은 '청소년 가치관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래 일관되게 '능력'과 '적성'이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능력과 적성을 빼면 그동안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경제적 수입'을 먼저 꼽았지만, 이 조사에서는 '직업 안정성'이라고 답한 청소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2년 '청소년 가치관 조사'에서 '안정성'을 1순위로 꼽은 청소년(중·고등학생)은 5.5퍼센트에 불과했는데, 2017년 조사에서는 13.6퍼센트로 증가했다. 반면 '경제적 수입'을 1순위로 꼽은 청소년은 2012년 조사에서 14.0퍼센트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9.8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기성세대가 보면 요즘 세대는 책임감도 없고, 열정도 패기도 없고, 나약해 보이겠지만, 그것은 저자 말대로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팔짱만 끼고 방관하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이 '9급 공무원의 꿈'을 꾸게 된 데는 사회적 현실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엄연한 사실인데, 기성세대는 그걸 모르니까 그저 혀를 차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세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90년대생이 온다'로, 90년생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나누어 본다.

두 번째는 '90년대생이 직원이 되었을 때'인데, 90년대생이 특히 기업 문화에 어떻게 적응하(거나 하지 못하)는지를 보여 주고, 이에 따라 90년대생 이전의 기성세대가 어떻게 이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새롭게 바꾸어야 하는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마지막 세 번째 챕터는 '90년생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이고, 90년대생이 소비자로서 소비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보고한다.

 

세 챕터 모두 내용은 꽤 적절하게 잘 분석했다는 느낌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챕터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에 저자가 만나 본 90년생들의 인터뷰 대답이 인용돼 있는데, 나는 이것들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우리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는지 아세요? 바로 중소기업 사장들의 마인드가 쓰레기인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은 죽도록 시키고 쓰다 버리죠. 우리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쓰레기 사장과 꼰대 선배들이 널려 있는데, 3년 간 초봉 좀 올려 준다고 누가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나요? 이런 정책 또한 꼰대질 중 하나입니다." -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 씨(1993년 생)
회사의 규정을 보니 근속 휴가를 10년 단위로 주더라고요. 그런데 언론에서 본 우리 회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5.3년이었어요. 평균 근속 연수가 5년인데 근속 휴가를 10년 단위로 주는 게 말이 되나요?
회사에서도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회식 시간에 팀원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대리님이 '즐거움은 돈을 내고 찾아. 회사는 엄연히 돈을 받고 일을 하러 오는 곳이야. 그런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말이 되니?'라고 답하더군요. 회사에서 일을 안 하고 놀고 싶다는 뜻이 아니에요. 단지 어차피 할 일이면, 즐겁게 하고 싶다는 말이죠.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잘도 하면서 왜 회사를 즐겁게 만들려는 생각은 안 하는 거죠?

 

또한 이런 저자의 분석도 아주 정확했다.

(...) [90년대생 주모 씨는] 회사를 10년씩이나 다닐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안에서 10년 후의 계획이나 꿈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다.

입사 때부터 "이 회사에선 적어도 임원의 자리에까지 올라가 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90년대생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직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면접관들은 과거의 면접 단골 문제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회사의 임원인 자신을 본보기로 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너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본인의 지위와 경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르기 위한 노하우에 로열티를 받고자 하며, 이를 기준으로 그들의 행동과 생각에 못마땅한 점을 비판한다.
90년대생들이 일에서 흥미를 찾는 태도를 적은 보상에 대한 마중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들은 앞의 어떤 세대보다도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보상의 개념이 단순한 연봉 액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법정 휴가 사용과 법정 근로 시간 중수 및 근무 유연성 등 비금전적인 보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90년대생에 대한 분석 뒤에는, 그래서 기성세대가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와 관련한 방향도 제시된다.

예컨대, 90년대생들에게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하지 말고, '(승진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려 주거나, 각 팀원이 프로젝트식으로 일을 진행하여 스스로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해내고 성취감, 참여 의식, 평등의식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책 내용에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예컨대 박준형의 '와썹맨'이나 퀴즈 방송이 인기를 얻은 이유 같은 것은, 90년대생 분석에 메인이라기보다는 좀 사소한 일부분인데 아주 주류적인 것처럼 묘사되어서 나는 좀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노력과 시간을 들여 90년대생을 정말 열심히 연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내용의 약 75% 정도는 공감한다.

이 책에 묘사된 90년대생의 특징이 과연 맞나, 안 맞나, 공감이 되나, 안 되나를 알아 보기 위해 읽는 90년대생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성 세대 독자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감히 소망해 본다.

그들이 90년대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회적 세대 갈등이 더 줄어들 테니까.

그리고 그들이 90년대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듯, 나도 나중에 조금 더 나이가 들어 기성 세대가 된다면 그때 또 나보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모두가 기성 세대가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을 다지기 위해, 내가 마음에 들었던 이 부분을 인용하며 이 글을 끝마칠까 한다.

누구나 젊은 때는 있고, 나이가 들면 자기보다 어린 세대를 믿고 또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려고 노력해야 하는 법이니까.

<한겨레>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라는 촌철살인으로 화제가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오늘날이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라며,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입니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정보도 지식도 먼저 것은 다 틀리게 되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 경험이 이젠 판단의 기초 혹은 가르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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