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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

by Jaime Chung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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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

 

 

저자는 독일 출신으로, 추모 기사를 쓰는 작가이다. 이때 추모 기사는 유명인을 위한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주위의 보통 일반인들을 위한 것들인데, 이 점에서 나는 내가 이전에 리뷰를 쓴 적 있는 영화가 떠올랐다.

2018/09/19 - [영화를 보고 나서] -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Last Word(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2017) - 독불장군 여사님, 죽은 후에 어떤 말을 듣고 싶으세요?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Last Word(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2017) - 독불장군 여사님, 죽은 후에 어떤 말을 듣고 싶으세요?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Last Word(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2017) - 독불장군 여사님, 죽은 후에 어떤 말을 듣고 싶으세요? 감독: 마크 펠링톤(Mark Pellington) 해리엇(Harriet, 셜리 맥클레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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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기 부고 기사를 근사하게 쓰기 위해 뒤늦게 착한 일을 하려는 여사님과, 그 여사님의 부고 기사를 써야 하는 젊은 기자이다. 부고 기사라는 소재가 같아서 이 영화가 떠올랐다.

어쨌거나, 저자는 고인의 유족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약 A4 용지 두세 장 분량으로 추모 기사를 쓴다.

처음에 그는 두세 장 정도면 너무 짧아서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이 일을 제안한 편집장 친구는 오히려 뭘 써야 할지 모를 거라고 말했단다.

그리고 저자는 실제로 추모 기사를 쓰면서 그 말이 맞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것이 죽은 사람에 대해 글을 쓸 때 깨닫는 기본 교훈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시간이 별로 없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당신은 자존감이 높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가? 그러면 뭐하나, 죽음 앞에선 아무 도움이 안 되는걸. 어느 좋은 날에 당신은 죽을 것이다. 그래서 권하건대, 당신의 추모 기사를 직접 써 보라. 진지하게. 그러면 당신은 우리의 일을 덜어 주는 것이다. 냉소적으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진심으로 권하는 것이다. 추모 기사가 당신은 보존해 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일종의 유서.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갖지 못하게 막아 줄 것이다. 물론 정직하고 정확하게 작성한다면 말이다. 책상 앞에 앉아 열 문장쯤 쓰면 금세 글이 완성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바이올린을 손에 든다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그래서 첫 질문으로 묻는다. 스스로 생각할 것인가, 남에게 시킬 것인가? 추모 기사 필자에게 시킬 생가깅라면, 좋다. 당장 책을 덮고 어떤 추모 기사가 나올지 기다리라. 운이 좋으면 베를린에서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 스스로 생각해서 직접 추모 기사를 쓸 생각이라면, 정말 잘 생각했다. 계속 이 책을 읽어도 좋다. 이 책은 그저 도움을 주는 조수일 뿐, 감독이 아니다! 그러니 세뇌될까 염려 말고 계속 읽으라. 나는 대답을 주지 않고 묻기만 할 것이다. 정확히 열 가지 질문. 장(章)마다 하나씩.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 이 열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당신은 자신에 대해 더는 물음표를 띄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다. 자, 그럼 시작하자! 당신을 위한 작은 기념비를 세우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위의 인용문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저자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추모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열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스스로 생각할 것인가, 남에게 시킬 것인가?", "왜 사는가?", "나는 행복한가?" 등등(나머지 일곱 개는 책에서 확인하시라고 일부러 첫 세 개만 공개했다).

저자가 각 장(章)에서 질문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 솔직히 저자가 독일인이라 그런지 우리와 문화가 달라서 "그런데 이 이야기는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싶을 수 있다. 뭔가 이야기의 흐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다고 할까.

정 이해가 안 되면 그냥 각 장의 첫 페이지(노란색 색지로 되어 있다)와 각 장의 맨 마지막 페이지(질문이 다시 서술돼 있다) 정도만 읽어도 된다. 좀 더 읽고 싶으면 각 장의 첫 두어 페이지도 읽으면 적어도 헷갈릴 일은 적을 것이다.

참고로 책 중간중간에 파란색 기사문 같은 게 나오는데, 처음엔 나도 이게 도대체 뭔데 갑툭튀하나 싶었다. 

책 중반을 넘어서야 그게 저자가 작성한 부고 기사라는 걸 깨달았다.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어떤 답을 내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저자는 한 가지 당부를 한다.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도 평생 무탈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시간 동안 사색한 게 언제인지 친구나 지인에게 물으면 그들은 놀라서 반문할 것이다. 뭐에 대해서? 한 시간이나?

앞으로 당신이 명심할 기본 시간 단위는 30분이다. 한 장(章)을 읽는 데 30분 이상 걸리지 않을 테고, 읽은 것에 대해 30분 이상 생각해선 안 된다. 각 장을 맺을 때마다 내가 딱 한 가지씩만 물을 테니, 산책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질문을 하나씩 하는 까닭은, 생각이라는 것이 제자리를 맴도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할 때는 대략의 방향이 있는 게 좋다. 

 

그러니 올가을에는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잠시간 나의 부고 기사를 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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