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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by Jaime Chung 2019.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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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정말 실용적이고 도움이 되는 서적을 오랜만에 발견했다.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어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책인데, 나도 밀리의 서재에서 한번 읽어 보았다.

나는 이 책은 누구에게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습관을 유지하는 방법이 50개나 제시된다.

이렇게나 많이 알려 주는데, 못 해도 최소 10개 정도는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일단 책 첫머리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력'은 '습관'이 생기면 지속할 수 있다.

'습관'을 만드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저자 본인이 여러 번의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술도 끊고,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 사람이므로, 저자의 방법의 꽤 신뢰가 간다.

게다가 본인의 경험을 그냥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여러 심리학적 연구와 습관에 관한 책들의 저자를 인용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더더욱 믿음이 간다(책 뒤에 실린 참고 문헌을 보면 자료 조사를 정말 열심히 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습관을 만들고 굳히는 50가지 방법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저자는 1, 2장에서 왜 어떤 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운지, 그리고 습관을 형성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알려 준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우리나라에서도 '대박'을 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마시멜로 실험'의 환상을 깨부수어 준 게 좋았다.

왜 어떤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기다리지 못했던 걸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지도 모르고, 단것만 먹으면 당뇨병에 걸릴지도 모르지만, 먼 미래의 벌칙은 가볍게 느껴진다. 그보다 당장의 니코틴이나 당질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이런 식으로 눈앞의 보상을 과대평가하고, 나중에 받을 보상이나 벌칙을 과소평가하는 성질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쌍곡형 할인(Hyperbolic Discounting)'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컴퓨터처럼 합리적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눈앞에 놓인 사과는 지금 당장 먹고 싶고, 3일 후에 1,250엔을 받기보다 지금 당장 1,000엔을 갖고 싶다. 어쨌든 기다리기 싫은 것이다.

그리고 보상이 아주 멀리 있으면 보상을 위한 행동을 오늘 하기가 어렵다.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참아내도, 오늘 5km를 달려도 내일 체중이 1kg 빠지지는 않는다. 1kg이 빠지는 것은 1개월 후일지도 모르고, 3개월 후일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운동, 규칙적인 생활, 공부나 업무를 뒤로 미루지 않는 일 등 바람직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이 쌍곡형 할인이라는 인간의 성질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쌍곡형 할인이라는 인간의 성질은, 당장 오늘 먹을 것을 구해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생존 조건에서 기인했다.

 

그런데, 마시멜로 실험에서처럼, 어떤 목표를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하거나 또는 하고 싶은 일을 참는 일은 의지력을 요구한다.

의지력의 문제를 생각하는 데에는 '래디시(radish, 무) 실험'이 가장 유명하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초콜릿 쿠키와 무를 이용해서 시행한 실험이다. 테이블 위에 쿠키와 생무를 올려놓고 공복의 대학생들을 그 앞에 앉도록 했다. 방에는 갓 구운 쿠키의 달콤한 향기가 감돌았다. 학생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 초콜릿 쿠키를 먹어도 되는 그룹

ⓑ 생무만 먹어야 하는 그룹

ⓒ 공복 상태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그룹

(...) 다음으로 각각의 학생들은 다른 방에서 도형 퍼즐을 풀도록 지시받았다. 이 퍼즐은 심술궃게도 풀리지 않게 만들어져 있었다. 확인하려던 것은 퍼즐을 풀기 위한 지능이 아니었다. 그들이 얼마 만에 어려운 과제를 포기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쿠키를 먹은 ⓐ 그룹 학생들과 아무것도 먹지 못한 ⓒ 그룹 학생들은 평균 20분 동안 퍼즐에 몰두했다. 반면에 쿠키를 먹지 못하고 참아야 했던 ⓑ 그룹은 평균 8분밖에 몰두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이 실험은 오랫동안 이런 식으로 생각되었다. 생무밖에 먹지 못한 그룹은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는 쿠키를 참느라 이미 상당한 의지력을 사용했다. 그래서 의지력이 필요한 난해한 퍼즐을 이어서 풀게 하자 도중에 단념하고 만 것이다. 결국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 같아서 사용하면 할수록 줄어든다고 생각되었다.

(이 실험은, 심리학 서적은 전혀 아니지만 아래 책에서도 언급되었다. 참고로 아래 책은 겁나 재밌다!)

2019/10/04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구달, <일개미 자서전>

 

[책 감상/책 추천] 구달, <일개미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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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라면을 한번 먹었더니 '이미 망쳤다'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스크림이며 과자며, 온갖 것들을 먹어 치우는 상황이 바로 이런 '의지력 고갈'의 예라 하겠다.

 

하지만 굳이 해야 할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도 의지력은 고갈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 후에 하는 운동이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그러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해서 의지력이 줄어들어 다음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의지력을 갉아먹는 건 '불안'이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감정이 키워드라는 것이다.

래디시 실험도 감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눈앞에 달콤한 향기가 나는 초콜릿 쿠키가 있는데 "너는 먹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 것 같고, 슬프지 않겠는가? 래디시 실험에서 소모된 것은 의지력이 아니라 자존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이 바쁠 때 편의점에서 산 음식으로 식사를 간단히 때우기도 한다. 간편하긴 한데 어쩐지 서글퍼진다. 맛이 없어가 아니라 스스로를 소홀하게 대하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피부 관리, 화장에 애쓰는 것은 의지력이 필요한 귀찮은 행위지만, 자신을 케어하는 일로 자기긍정감이 높아진다.

 

다시 마시멜로 실험으로 돌아가 보자.

한편 마시멜로 실험은 조건을 바꾸면 결과가 현저히 바뀐다는 것을 알아두자. 첫째, 진짜 마시멜로가 아닌 프로젝터로 비춘 마시멜로 영상으로 실험하니 아이들은 2배 더 오래 기다렸다. 둘째, 마시멜로를 화장실에 감추었더니 기다리지 못했던 아이도 10배나 오래 기다렸다.

눈앞에서 진짜 마시멜로를 제거하기만 해도 아이들은 더 오래 기다렸다. 본래의 실험에서 기다리는 데 성공한 아이들은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부르거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하거나 눈을 감고 잠을 자기도 했다. 눈앞에 마시멜로가 있어도 시선 돌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떤 것이다. 반대로 눈앞의 마시멜로를 계속 바라보는 아이는 대개 실패했다.

그렇다면 마시멜로 실험에서 기다리지 못했던 아이들은 의지력이 약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마시멜로에 유혹당한 횟수가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계속 마시멜로를 바라보며 맛을 상상해서 유혹당한 것이다. 실제로 마시멜로를 생각하면서 기다리도록 지시받은 아이들은 그리 오래 참지 못했다.

이래서 다이어트를 할 때 집안에 유혹이 되는 음식을 두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눈에 뜨이면 유혹을 받고, 그 유혹을 이겨내려면 어마어마한 의지력이 필요하니까.

게다가 그런 의지력 싸움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질 때가 올 것인데, 그러느니 차라리 애초에 그렇게 의지력을 갉아 먹을 일이 없도록 자기 시야에서 그런 유혹을 치우는 게 백 번 지혜롭고 안전한 방법이다.

이렇게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 어떻게 하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애초에 유혹을 멀리할 수 있는지도 알려 주는 저자, 정말 믿음직하지 않은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소개할 수 없어서 이 글은 이쯤 해 두겠지만, 3장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습관 만들기' 방법도 위에서 소개한 내용 못지않게 정말 근거가 탄탄하고 아주 실용적이다. 이건 직접 읽어서 확인해 보시라.

새로운 습관을 만들거나 안 좋은 습관을 끊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나는 책 첫머리에서 소개되는,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라는 인용문도 좋았는데, 책 마지막 장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천재'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내용은 대략, 엄청난 노력을 한 사람들의 노력을 '천재'라는 말로 일축해 버리지 말라는 거였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일(예를 들어 야구나 언어 습득)에 조금 더 센스가 있는 사람은 물론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도 노력한다면 덧셈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쌓아갈 수 있으니까.

참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은 천재니까 뭐든 쉽게 했을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야구 선수 이치로도 엄청난 노력을 쏟은 연습 벌레였고, 그래서 성공했던 거다.

 

마지막 문단에서 말이 생각보다 조금 길어졌는데, 어쨌거나 이 책은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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