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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555

[책 감상/책 추천] 알무트 슈말레-리델,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 [책 감상/책 추천] 알무트 슈말레-리델, 눈이 확 뜨이는 책이다. 보통 화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기고 피하려고 하는데, 특히 여성들은 화를 내는 게 너무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라 생각해서 화를 더욱더 피한다. 그래서 그들은 화라는 감정을 포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우울함, 슬픔으로 표현한다. 많은 사람, 그중에서도 여성은 화내기보다는 슬퍼하는 쪽을 택한다. 화가 날 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불현듯 그런 감정이 스치기도 할 테지만 그때마다 실망과 고통, 슬픔 등을 재빨리 앞세우고 분노는 애써 떨쳐버린다. 왜냐하면 여성성과 화, 분노가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 두 요소가 조화될 수 없다는 관념 뒤에는 어떤 여성상이 숨어 있을까? 우선 여기에는 분노하는 여성을 강하게 비하하려는 저의가 .. 2020. 11. 2.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서버 개발자인 주인공은 사정이 급해 보이는 한 게임 회사에 덜컥 입사한다. 이전 담당자가 미쳤는지, 정신이 홰까닥 돌았는지,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 않게 되어서 게임에 버그가 있는데도 손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버그라는 것도 참 웃긴 게, 게임 속에서 65,536번 점프를 하면 서버가 터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 담당자가 짠 코드와 주석을 읽어 보며 버그의 원인을 파헤치던 중, 주인공은 어쩌면 이 버그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 담당자가 쓴 코드 자체에 뭔가 이상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어라, 알라딘에서 이 제목으로 검색하니 안 나오는데 아마도 이게 단편 제목이라 그런 것 같다. 리디북스에서는 이 단편만 뚝 떼어서.. 2020. 10. 26.
[책 감상/책 추천] 개리 비숍, <내 인생 구하기> [책 감상/책 추천] 개리 비숍, 출판사의 책 소개가 굉장히 강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이걸 보면 내 망한 인생도 구제가 될 것 같았는데!) 솔직히 실망했다. 왜냐? 사실 책 내용 자체는 다 맞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다. 맞는 말을 계속 늘어놓아서 '그렇지, 그렇지'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고 나면, '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하고 의문만 남는다. 분명히 저자의 말에 다 공감하는데, 이제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식이다. 예컨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자기 방해'를 그만두라고 저자는 말한다(여기에서 '자기 방해'란, 말하자면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믿음으.. 2020. 10. 23.
[책 감상/책 추천] 베키 앨버탤리, <첫사랑은 블루> [책 감상/책 추천] 베키 앨버탤리, 우리의 주인공 사이먼 스파이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절친 닉과 레아도 있고, 남매(앨리스 누나와 여동생 노라)끼리 사이도 좋다. 그에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게이라는 것 정도? 아직 아무에게도 커밍아웃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학교 텀블러 사이트에서 자신이 게이라고 밝힌 한 익명의 남학생이 쓴 글을 읽고 그에게 동질감을 느껴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상대는 '블루'라는 닉네임을 쓰는데, 사이먼과 그는 잘 통한다. 사이먼은 '블루'에게 학교 얘기, 친구 얘기, 공연(사이먼은 연극부원이다) 얘기 등등을 하면서 점점 더 그와 친해지고, 그는 얼굴도, 본명도 모르는 이 소년에게 점점 빠져 버리고 마는데... 라는 것이 간단한 줄거리이다. 학교의 .. 2020. 10. 16.
[책 감상/책 추천] 필 바커, <남자다움의 사회학> [책 감상/책 추천] 필 바커, '남자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을 '맨박스(manbox)'라고 하는데, 대개는 신체적으로 강인해야 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성애자여야 하고... 등등, 여러분도 익히 잘 알고 있을 그런 생각이다. 저자는 이런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이 남자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여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지는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 맨박스 안에 남으려는 투쟁은 벽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소통, 공감, 우정, 열린 마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모두 상자 밖에 있다. 상자 안에서 허용되는 표현은 분노와 약간의 성적 공격성이 전부다. 맨박스는 부서지기 쉽다. 우리가 조금씩 깎아낸다면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남자라면 .. 2020. 10. 5.
[책 감상/책 추천] 아리 투루넨, 마르쿠스 파르타넨, <매너의 문화사> [책 감상/책 추천] 아리 투루넨, 마르쿠스 파르타넨, 각 시대별로 '매너'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매너의 시작, 몸가짐과 바디랭귀지, 인사법, 식사 예절, 자연 욕구와 분비물, 눈물과 웃음, 공격성, 성생활, 디지털 중세시대 등으로 각 장이 구분돼 있다. 사실 매너라는 게 시대에 따라, 그리고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건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 대중의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매너도 같이 변화한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퍽 재미있는 일이다. 매너가 곧 예의라고는 할 수 있지만, 예의가 곧 도덕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저자들은 1장 '매너의 시작'에서 이렇게 썼다. 하지만 그들이 선한 의도로 그.. 202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