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635

[책 감상/책 추천] 최광현, <사랑이 힘겨운 당신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책 감상/책 추천] 최광현,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을 바탕으로 한 책인데, 나는 같은 내용이라도 영상보다는 글으로 접하는 게 좋아서 책으로 보길 잘했다 싶다. 강의를 바탕으로 한 거라 구어체로 쉽고 편하게 설명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 몇 군데만 소개하겠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심리학자인 토니 험프리스(Tony Humphreys)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30년 동안 정말 많은 가족들을 상담했지만, 놀랍게도 일부러 자녀와 배우자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때로는 언론을 통해서 심각한 문제를 가진 가족들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저러고도 사람이야?'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2021. 4. 21.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아무튼, 언니>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권을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세상 모든 언니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 공감이 담뿍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친언니뿐만 아니라, 경찰학교에서 만난 동료 여경 언니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며 만난 여성 피해자들까지도 '언니'로 부르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 안에서 여성주의적 자매애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경찰학교라는 곳은 전국 여경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 여중이나 여고처럼 여성들이 우정을 다지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교 첫날, 강당에 모인 우리는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짧게마나 나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사람, 명문대를.. 2021. 4. 7.
[책 감상/책 추천] 류희주, <병명은 가족> [책 감상/책 추천] 류희주, 주로 가족과의 관계에서 유래한 정신병, 즉 알코올 의존, 거식증, 망상장애와 치매, 지적장애, 조현병, 공황장애, 사회공포와 우울, 신체증상장애를 다루고 있기에 제목이 잘 어울린다. 이 중에 마지막 신체증상장애는 저자의 이야기인데 딱히 가족과는 큰 관계가 없어서 이건 조금 제목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흥미를 유발하게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 서적은 언제나 잘 팔리고 정신과 의사가 직접 쓴, 각종 정신병에 대한 논픽션도 인기가 있는 듯하다. 나도 정신과 의사가 자기 환자의 정체가 다 드러나게 실제 사례를 갖다 쓰는 게 아니라면야, 정신과적 지식을 나누기 위해 자신이 본 사례를 소개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 드러난 저자의 태도가 약간 우려스럽.. 2021. 4. 2.
[책 감상/책 추천] 오드 메르미오,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책 감상/책 추천] 오드 메르미오,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오드 메르미오가 젊을 적 받았던 임신중지 시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르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되어 있는데, '소설'은 아니고 그냥 만화로 그린 회고록이나 에세이에 가깝다. 어쨌거나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또는 앞부분은 메르미오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 또는 뒷부분은 그녀가 만난 의사 겸 작가 마르탱 뱅클레르(필명. 본명은 마크 자프란)가 보고 느낀 관점을 다룬다. 전자는 실질적으로 임신중지 경험을 한 여성의 시점이라서 좋고, 후자는 그런 여성들을 돕고자 애쓰는 (남성) 의사의 관점이라서 서로 보충, 보완해 준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 그러니까 메르미오가 애초에 아이를 원하지 .. 2021. 3. 24.
[책 감상/책 추천] 아민더 달리왈,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 [책 감상/책 추천] 아민더 달리왈, 이 만화는 '세상에서 남성이 사라진다면 여성은 어떻게 살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유전적 이상으로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남성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지구상의 마지막 남성이 죽고 나자 세상에는 여성들만 남게 되었다. 이게 이 만화의 기본 설정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여자들이 남성의 유전자를 어떻게든 되돌리려고 노력하는가? 아니다. 남자들 없는 삶에서 슬퍼하고 남성들을 그리워하나? 아니다. 그들은 그냥 재밌게 산다. 나는 처음에 이제 이들이 남성이 없는 세계에서 혼란과 불안을 느끼거나, 어떻게든 남성이라는 존재를 부활시키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화의 내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여성들만 있는 세상, '비욘세의 허벅지'라는 이름을 가.. 2021. 3. 19.
[책 감상/책 추천] 마크 포사이스,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책 감상/책 추천] 마크 포사이스, 제목 그대로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인 저자가 각 단어에 관한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걸까 싶고 너무 신기하다. 나름대로 영어 공부 좀 하고 전공까지 한 나도 몰랐던 게 참 많다. 일단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저자의 덕후스러움과 재미있는 말재주를 (번역도 잘됐다) 볼 수 있다. 대략 친구에게 비스킷의 어원(프랑스어로 '두 번 구웠다'라는 뜻의 'bi-cuit'에서 왔다)을 설명해 주다가 바이섹슈얼, 마조히즘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흐름으로 이어졌고, 마조히즘이 자허마조흐라는 소설가 이름을 따서 만든 걸 알았느냐고 물었다는 맥락이다. 친구는 자허마조흐라는 사람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고, 지금 자기 소원은 비스킷 좀 마음 편히 먹는 .. 2021.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