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28 [책 감상/책 추천] 김수정,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책 감상/책 추천] 김수정, 얼마 전에 흥미로운 쇼츠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어터들에게 잘 알려진 필라테스 강사이자 유튜브 인플루언서인 캐시 호(Cassey Ho)가 디자인한 곱창 밴드(scrunch) 영상이었다. 보통 곱창 밴드처럼 보이는 이 머리끈에는 지퍼가 달려 있어서, 지퍼를 여닫고 그 안에 립밤이라든지 동전 같은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간단하지만 기발해 보이는 이 곱창을 소개하는 쇼츠에 달린 몇몇 댓글들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것들. 여성의 옷에 주머니가 없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어서, 이제 여자들은 '직접' 이렇게 주머니를 만들어 쓴다. 애초에 옷에 주머니가 많이 잘 달려 있었으면 귀찮게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도대체 왜 여자 옷에는 주머니가 없을까?.. 2022. 3. 25.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나의 미녀 인생>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프랑수아 베고도가 글을 쓰고 세실 기야르가 그림을 그렸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산 그래픽 노블이다. 제목의 은 약간 반어법, 아이러니한 의미인데 우리의 주인공인 길렌은 추녀이기 때문이다. 사랑 많은 부모님에게 태어나 예쁨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기준으로 '예쁘지'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자각하게 된다. 친한 옆집 친구 질(Gilles, 프랑스 남자 이름이다. 영어식 여자 이름 'Jill'인 줄 알고 나도 놀랐다)과 재미있게 놀던 차에, 다른 아이들이 무리로 놀길래 끼워 달라고 헀더니 '그 못난이를 데리고 오는 것만 아니면 우리랑 같이 놀아도 괜찮다'라고 한 것이다. 질은 다행히도, 또는 다정히도 이를 모르는 듯(또는 척)했지.. 2022. 1. 5. [책 감상/책 추천] 이다솔, 갈로아, <숙녀들의 수첩> [책 감상/책 추천] 이다솔, 갈로아, 수학동아에 연재된 이 교육 만화의 부제는 '수학이 여자의 것이었을 때'이다. 무슨 말이냐고? 놀랍게도 18세기 영국에서는 수학이 여성적인 학문,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학문으로 여겨졌다. 수학동아의 이다솔 기자는 마감 기간, 자신의 기사가 교정되기를 기다리며 론다 쉬빈저의 를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바로 이 문장을 본 것이다. "18세기 초기에 가장 놀라웠던 면은 여성들의 수학 공부가 적극 권장되었다는 사실이다." 21세기는 남성들이 이과적 지성이 발달했고 여성은 문학을 잘한다는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 있는 우리에게는 참 낯선 개념이다. 칼럼에서 이다솔 기자도 말하지만, 이 고정관념 때문에 기자 본인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삶의 진로가 바뀌었을까? 18세기.. 2021. 12. 20. [책 감상/책 추천] 애너벨 크랩, <아내 가뭄> [책 감상/책 추천] 애너벨 크랩,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부 기자 출신이자 정치적 쿠킹 쇼인 의 진행자인 저자가 '왜 남자들에게는 아내가 있는데 여자들에게는 아내가 없나'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쓴 책이다. 여기에서 '아내'란 집안일도 해 주고 애가 있으면 애도 키워 주어, 개인이 전일제 일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이를 말한다. 따라서 여자들도, 이론상, '아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이 전일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해 주고 자녀 양육까지 도맡아 해 주는 남성을 찾기가 쉬운가? 그래서 여자에게는 '아내'가 없다, 여자들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아내가 부족하다는 뜻의 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만약 당신은 전일제 근무를 하는데 배우자가 시간제 근무를 하.. 2021. 12. 15. [영화 감상/영화 추천] Embrace(2016, 임브레이스) - 지금, 당신의 몸을 안아 주세요 [영화 감상/영화 추천] Embrace(2016, 임브레이스) - 지금, 당신의 몸을 안아 주세요 (포스터 이미지가 왜 이런지는 글 맨 끝에 달아 놓은 추신에서 설명했습니다. 대체 이미지를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독: 타린 브럼핏(Taryn Brumfitt)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자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인 타린 브럼핏 본인이 자신의 출산 이전과 이후 사진을 마치 다이어트 '전과 후' 사진처럼 편집해 (물론 출산 후가 '애프터'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킨 사람이다. 그녀는 출산 후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지 못해 성형 수술까지 고려했으나, 그러면 자신의 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혹시 자신이 딸에게 여성의 몸을 부정적으로 보고 사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2021. 11. 6. [책 감상/책 추천] 김지승, <아무튼, 연필> [책 감상/책 추천] 김지승, 솔직히 책 표지는 이상한데 내용은 정말 놀랄 정도로 좋다. 나는 나름대로 '취존'이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나도 이런 걸 파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분야를 파는 이, 또는 그런 덕질의 대상을 보면 "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죄송합니다…). 몇 년 전에 내 친구가 물고기(집에서 어항에서 키우는 그거)를 덕질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이만큼 놀란 적은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무려 '연필 덕후'이다! 아니, 물론 문구류를 좋아해서 1300K나 핫트랙스 가면 이것저것 쓸어담는 사람은 봤는데, 같은 문구류이긴 해도 '연필'은 뭔가... 너무 사소하다는 느낌? '만년필'은 그래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도 비싼 것.. 2021. 9. 2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