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감상227 [책 감상/책 추천] 카트린 하르트만, <위장환경주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기반으로 기능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전 세계 대기업들이 어떻게 ‘친환경’적인 척하면서 사실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고발한다. 솔직히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살짝 달랐다. 나는 좀 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들(예컨대 에코백)이 어떻게 실제로는 전혀 환경에 도움이 안 되는지를 설명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저자는 몇몇 대기업들지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위장환경주의’의 현실을 들추어낸다. 예컨대 BP사가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기름 유출 사건을 어떻게 쉬쉬했는지, 사건 이후에 책임지고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대외적인 이미지만 챙기려고 노력했는지 .. 2022. 11. 5. [책 감상/책 추천] 반병현, <코딩 하는 공익>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 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한’ 공익 근무 요원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뿐 아니라 대중매체에서도 잘 알려진 반병현 씨의 첫 에세이.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IgA 신증이라는 일종의 신장병을 앓고 있음에도 공익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그 정도면 충분히 면제를 받아도 되지 않나? 이에 대해 다른 이들도 많이 분노한 듯하다(책에도 나온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글 기저에 2년간 국가에 소속되어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 분노, 좌절, 슬픔이 깔려 있다. 공익 근무 요원은 최저시급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의 월급을 받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얼마나 경제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힘들겠는가. 저자가 공익 시절 쓴 글에서.. 2022. 10. 28. [책 감상/책 추천] 한승혜, <다정한 무관심> [책 감상/책 추천] 한승혜, 내가 호주에 와서 들은, 나에 대한 피드백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곁을 잘 안 준다는 것이었다. 아니,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점이긴 한데, 내 남자 친구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내가 남에게 안부를 잘 안 묻는다는 거였다. “How are you?” “How’s it going?” 같은 것. 실제로 영어권에서는 상대방의 안부를 정말 자주 묻는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안부를 묻는 일 또는 과정 중에서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든 건 이거다. 예컨대 내가 어떤 자리에서 한 학생을 만났으며, 나는 그가 저번주에 시험을 치렀다는 걸 안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분명히 그 사실을 아는데도 굳이 그 이야기를 하고.. 2022. 10. 24. [책 감상/책 추천] 도대체, <뭐라고? 마감하느라 안 들렸어> [책 감상/책 추천] 도대체, ‘행복한 고구마' 만화(클릭)로 유명해진 도대체 작가의 일상 에세이. 이 저자의 전작 도 흐뭇하고 재미있게 잘 읽었기에, 전자 도서관에서 뭐 읽을 책 없나 뒤적거리다 이걸 발견하고 바로 빌렸다. 저자가 작가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짧은 에세이와 만화로 표현했는데, 가벼우면서도 포근하고 따뜻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한 1시간 정도에 끝낸 거 같다. 소소하지만 미소를 짓게 하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부드러운 힘’이란 이런 거구나 느끼게 된다. 매주 마감에 치이면서도 시간을 내서 친구를 만나는 것, 마감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울면서 작업을 하면서도 실제로 마감을 펑크 내지는 않는 것,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망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니 새삼스럽.. 2022. 10. 23. [책 감상/책 추천] 최훈, <왜 얼굴에 혹할까> [책 감상/책 추천] 최훈, 지각 심리학자인 저자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면서 흔히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을 뇌 과학과 심리학을 이용해 설명한다. 저자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니면 편집자 솜씨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글이 아주 깔끔하니 읽기 쉽고 편하다. 각 꼭지를 시작할 때 나오는 짧은 상황 제시 글도 유머러스하고, 꼭지 마무리는 적당히 시사점을 남기면서도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 딱 대중을 위해 잘 만들어진 인문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얼굴 몰아주기’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효과적이지 않다. 저자는 이 점을 ‘동화 효과’를 들어 설명한다. 동화 효과는 대비 효과와 정반대로 2개의 자극이 있을 때 그 차이를 축소해석하고 유사성을 확대해석하는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동화 .. 2022. 10. 19. [책 감상/책 추천] 권김현영, <여자들의 사회> 올해 8월 말에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 제작 발표회에서 CP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와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출처). “여자 댄서들과 남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이 다르다. 여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에는 질투,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 댄서들은 의리와 자존심이 자주 보였다.” 이게 2022년에 공적인 자리에서 할 말인지. 여자들이 같은 여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그저 단순히 ‘여자들은 이럴 거야’ 하고 공상(소위 ‘뇌피셜’)으로 프레임을 짜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자존심하고 의리 좋아하네. 그놈의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헛소리는 하도 써먹어서 닳아 없어지지 않았나? 이치는 여자들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이 .. 2022. 10. 17. 이전 1 ··· 34 35 36 37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