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결산] 2023년 10월에 읽은 책들

[월말 결산] 2023년 10월에 읽은 책들

 

2023년 10월에 읽은 책들

2023년 10월에 읽은 책들은 총 12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 김예지,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저 청소일 하는데요?>와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를 무척 인상 깊게 읽은 터라 김예지(김가지)의 이 책도 챙겨 읽었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많이 부각되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여태까지 읽은 이 작가의 책 중에서 제일 인상이 흐릿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뭘 말하고자 하는 거지?’ 싶었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소견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 유랑, <망그러진 만화> ⭐️⭐️⭐️

‘망그러진 곰’ 만화를 책으로 엮은 것.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 받아서 한 30분 만에 읽었나. 망곰이는 귀엽다.

• 강지희 외 9인,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

이것도 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것 같은데, 정작 내용은 별로 기억에 없다. 그 정도로 내 취향이 아닌 글들만 주루룩 나열돼 있어서 나도 후루룩 읽고 넘겼다.

• 박상영,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 ⭐️⭐️⭐️

나는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은 읽은 적 없는데 에세이는 여러 편 읽었다. 에세이는 대개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므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게 마련인데, 이분은 글을 보면 엄청 다정하고 세심한 분이신 것 같다. 그래서 인간 자체가 호감이라 이분 에세이는 읽게 되는 듯. 이 책은 번아웃 증세로 힘들어하실 때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스에 입주해서 조금 휴식도 하시고 이런저런 작가 활동도 하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학부생 때 친구분들이랑 아직도 사이 좋게 잘 지내시는데 (그것도 여자 사람 친구들), 그것만 봐도 얼마나 좋은 분인지 알 수 있다. 현재 밀리의 서재에서만 서비스되는 밀리 오리지널이다.

• 최지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저자가 자신과 같은 여성들을 인터뷰해서 하나의 에세이처럼 엮어낸 책. 나는 인터뷰 형태의 글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각각의 꼭지를 두고서 그와 관련된 인터뷰이의 답을 여럿 모아 담은 거라서, 그렇게 인터뷰스럽지 않다는 점이 내 마음에 들었다. 여성이 아이를 원하거나 가지지 않아도 100% 괜찮다는 걸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때까지, 이 작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널리널리 퍼뜨려 주면 좋겠다.

• 이토 마사아키, <플레이밍 사회> ⭐️⭐️⭐️

제목처럼 캔슬 컬처부터 해시태그 운동까지, ‘불타오르는’ 정의감에 주로 SNS에서 논란이 되는 사건이나 현상들을 다룬 논픽션. 일본인 저자가 쓴 것이라서 대체로 일본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이 예시로 등장한다. 그래서 일본 사회에 크게 관심을 두고 소식을 접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 낯선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해석만 믿어야 하니) 비판적 사고가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적당히 조사를 해 가며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읽는다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대체적으로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국 등 전 세계 SNS가 ‘불타오르는’ 이유나 유형을 잘 분석했다고 본다.

• 최지선, <여신은 칭찬일까?> ⭐️⭐️⭐️

여자 아이돌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그들이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면면을 분석한 글.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지고 쓰였으므로 그것도 모르고 읽다가 ‘어 뭐야, 이거 이런 책이었어?’ 하고 놀라지 마시라. 나는 여돌에 관심도 없고 좋아해 본 적도 없지만 이 책은 흥미롭게 읽었다.

• 이융희, <웹소설 보는 법> ⭐️⭐️⭐️

웹소설을 쓰고, 웹소설에 관한 논문도 쓰고, 웹소설에 관한 강의까지 하는 저자가 웹소설을 읽는 법을 알려 준다. ‘웹소설 쓰는 법’이 아니라 ‘웹소설 보는 법’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웹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웹소설의 문법과 장르를 소개하는데, 솔직히 아직도 웹소설이 낯선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 어쨌거나 회빙환(회귀﹒빙의﹒환생), 로맨스, 아포칼립스 등 장르 소설에 관한 통찰이 돋보인다. 웹소설을 이미 잘 알고 좋아하는 이들이 읽어도 재미있을 장르 소설에 관한 짤막한 역사도 포함한다.

• 마이클 투히그, 클라리사 옹,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완벽주의로 인한 불안감으로 시달려 본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저자들은 완벽주의를 크게 두 가지, 적응적 완벽주의와 부적응적 완벽주의로 나눈다. 전자는 어떤 목표, 성취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고, 후자는 실수나 실패하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건 대체로 후자다. 나도 후자 때문에 고생한 사람으로, 저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이 꽤 효과가 좋다고 본다. 위에 링크한 책 리뷰에도 썼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말 생각으로만 볼 수 있게 된다면 진짜 인생이 바뀔 거라고 장담한다.

• 염승숙, 윤고은, <소설가의 마감식: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

염승숙, 윤고은 두 소설가가 이야기하는 소설가들의 음식 이야기. 두 작가의 글이 번갈아 나오는데, 각자 개성이 있으면서도 둘 다 너무 귀엽다. 음식을 소재로 하는 에세이 시리즈인 ‘띵’ 시리즈 중 한 권.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 김이삭,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

‘남남북녀’가 아니라 ‘남녀북남’, 즉, 남쪽의 여성이 북쪽 (출신) 남성과 연애하고 결혼했다. 둘은 대학 시절 (둘 다 중문과 출신) 원어 연극을 준비하다가 만났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 한국 사회에서 ‘북한 이주민’들은 그 존재가 수면 위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아무래도 여전히 이방인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 신지민, <와인: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 ⭐️⭐️⭐️

위에 있는 <소설가의 마감식: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과 마찬가지로 ‘띵 시리즈’ 중 한 권. 밀리의 서재에서 <소설가의 마감식>을 끝내니 같은 시리즈에 있는 이 책을 추천해 줬는데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시도해 보았다. 심지어 나는 와인을 포함해 술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와인)을 위해 ‘굳이’ 발품을 팔아 (와인이 조금 저렴한) 주류 마켓에 가고, 와인 저장고를 구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와인을 추천하고 영업하는 일련의 ‘덕질’이 참 재미있어 보였다. 원래 덕질이란 ‘굳이’ 안 해도 되는 걸 하는 일이니까. 와인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와인 공부에도 좋을 듯.

 

2023년 10월 읽은 책들 통계

 

2023년 10월 읽은 책들 랭킹

나에게 별점 3점은 ‘음…’부터 ‘괜찮네’, 그리고 ‘완전히 내 취향 저격까지는 아니지만 읽어 두면 좋을 듯’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단순히 별점으로 나타낼 수 없는 뉘앙스를 조금 더 보여 주고 싶어서 랭킹표를 만들어 왔다. ‘별로 😕’에 대해 부연하자면, 김예지(김가지)의 책은 내가 여태까지 읽은 저자의 책 중에서 제일 별로였다는 뜻이고(다른 책들은 좋았다), <망그러진 만화>는 내가 특별히 큰 애착을 가지지 않은 캐릭터인 데다가 (물론 귀엽긴 하다) 만화라서 딱히 별다른 내용이 없어서 여기에다 넣었다. 진짜로 ‘별로다’ 하는 책은 <혼자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이다. ‘괜찮아요 🙂’라는 랭크는 정말 괜찮다는 뜻이다.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단 한 권만 추천하자면 단연코 마이클 투히그와 클라리사 옹이 쓴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