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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은는이가, <난생처음 시골살이: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어>

by Jaime Chung 2023.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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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은는이가, <난생처음 시골살이: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어>

 

 

나는 시골살이에 판타지나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계속 이런 책을 읽는가. 아마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렇지, 역시 도시에서 사는 게 최고야!’라는 내 생각이 옳다는 걸 확인받고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골, 자연, 영화 <리틀 포레스트>류의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 내가 그런 생활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몰랐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은는이가’라는, 나름대로 꽤 잘 알려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였다. 그랬구나… 역시 유행에 느리고 관심도 없는 나는 사람… 어쨌거나 저자는 시골에서 ‘내 집’을 ‘직접 지어’ 살아 보기를 원했고, 결국 그 꿈을 이룬다.

직접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설명이나 묘사는 없다. 물론 직접 설계를 하고, 단열재 등의 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시공하고, 방수 시공이랄지 페인트칠을 하는 등등의 일련의 과정을 저자네 부부가 겪으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야기되지만, 애초에 이 책이 ‘집 짓는 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한다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울 수는 없다(그런 걸 기대하고 보시는 분은 설마 없겠죠?). 물론 나 같은 일반 독자들은 그 점이 오히려 기껍고 읽기에 편할 것이다.

이 부부가 어떻게 고난과 역경(!)을 해치며 직접 집을 지었는지 그 과정 이야기는 참 재미있고 좋은데, 마지막 4장은 급하게 쓴 건지, 아니면 편집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다듬지 않은 건지, 다른 앞의 세 장(章)들과는 글쓰기의 결이 다른 느낌이다. 예를 들어서, 저자의 남편이 일하는 버섯 농장에서 키운 버섯은 품질은 아주 좋지만 별다른 판로가 없어 농협 공판장에 헐값으로 팔려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분은 그게 안타까워 본인 인맥을 동원해 직거래를 도왔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어 주지 못했다. 그 얘기를 하고 나서 다음 두 문단들은 ‘뉴스를 통해 배달 음식 수수료가 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인 농협을 이용한다. 시골에서는 농협에 대한 신뢰가 압도적이다. 농민 혼자 판로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 중개 역할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그게 뭐든 하나의 플랫폼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건 위험해 보인다. 그것이 ‘내 채널’이 중요한 이유다’라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니, 버섯 이야기에서 농협, 그리고 ‘채널(’(어떤 제품이 판매 및 유통되는) 경로’라는 의미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독립된 ‘계정’이라는 의미 둘 다)까지,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흐름이 너무 엉뚱하다는 느낌이다. 이게 과연 앞에 나오는 글을 쓴 사람과 동일인이 쓴 글이 맞나? 이 뒤에 나오는 냉장고 이야기, 조카 이야기, 시간 이야기 들도 뭔가 어딘가 책의 앞부분과 큰 통일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에세이를 통해 집을 직접 짓는 일을 대리 경험했으므로 이제 충분하다. 내가 직접 집 안 지어도 된다! 만 오천 원도 안 되는 값에 240쪽 정도로 (가격, 분량 모두 둘 다 종이책 기준) 집을 짓는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 보시라. 아니면 <은는이가> 유튜브 채널을 보셔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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