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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리처드 오스먼, <두 번 죽은 남자>

by Jaime Chung 2025.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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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리처드 오스먼, <두 번 죽은 남자>

 

 

얼마 전에 책 리뷰를 쓴 리처드 오스먼의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 후속작, 제2편이다. 원서로는 3편 <The Bullet That Missed>, 4편 <The Last Devil to Die>, 그리고 올해 2025년 내에 출간될 5편 <The Impossible Fortune>까지 있지만, 국내엔 아직 2편 <두 번 죽은 남자>까지만 나와 있다.

 

2편에서는 ‘목요일 살인 클럽’의 멤버인 이브라힘이 동네 양아치 소년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이브라힘은 큰 부상을 입고, 당연히 ‘목요일 살인 클럽’의 다른 세 멤버들은 범인을 잡아 주겠다고 약속한다. 또한 ‘한 끗발’ 했던 엘리자베스의 과거 속 인물이 엘리자베스에게 찾아온다. 그게 바로 제목의 <두 번 죽은 남자>. 소개는 이 정도로만 하겠다. 이번에도 사건이 흥미롭게 진행되는데 조이스는 푼수 같으면서도 날카롭고 명민한 면모를 보여 주고, 론은 평소에 자기가 잘하는 걸 하며,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엘리자베스다. 엘리자베스❤️스티븐 커플 너무 애틋하고 귀여워…!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니 내가 좋아서 하이라이트한 곳들 중 보여 드릴 만한 곳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몇 군데 보여드리자면:

“러스킨 코트에 사는 여자랑 얘기를 나눴는데 다이어트 중이라는 거예요.” 조이스는 잔에 남은 와인을 마저 마신다. “그 여자는 여든두 살이라고요!”

론이 의견을 내놓는다. “보행 보조기를 갖고 다니면 뚱뚱해 보일 수밖에 없어요. 보행 보조기 다리가 워낙 가늘어야죠.”

“여든두 살에 무슨 다이어트예요? 소시지 롤을 먹는다고 어디가 잘못되나요? 죽기라도 해요? 우리 나이에 죽는 게 무슨 대수라고.”

옳소! 나도 여든두 살에도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할머니로 늙지는 말아야지.

 

“해낼 수 있을 거야. 당신은 늘 범인을 잡잖아.”

엘리자베스는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뺨에 입을 맞춘다.

“난 당신도 잡았어요, 그렇죠?”

“아니, 내가 당신을 잡은 거지. 당신을 보자마자 계획을 세웠거든.”

서점 앞에서 엘리자베스가 떨어뜨린 장갑 한 짝을 스티븐이 주워 건네면서 그들의 만남은 시작됐다. 물론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게끔 유도한 엘리자베스의 전략이었다. 스티븐에게는 얘기한 적 없지만, 엘리자베스는 벤치에 앉아 있는 스티븐을 멀찍이서 먼저 봤다. 그녀가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남자였다. 엘리자베스는 벤치 앞으로 지나가면서 일부러 장갑 한 짝을 떨어뜨렸다. 예상대로 스티븐은 장갑을 주웠다. 코앞에 떨어진 장갑은 어떤 남자도 거부할 수 없는, 진부하지만 낭만적인 매개체였다. 그랬다. 엘리자베스는 늘 원하는 남자를 손에 넣었다. 남자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늘 계획을 세우고 접근한 덕분이었다.

연하의 미남을 사냥한 엘리자베스 존멋…!

 

론을 겨우 설득해 집으로 보냈다. 론이 곁에 있어줘서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론은 밤마다 곁을 지켜주면서 웨스트햄 팀이라든지 노동당의 문제에 관해 줄기차게 떠들어댔다. 밤이 깊어지자 전 부인과 딸, 아들 제이슨에 대해, 열네 살에 학교를 자퇴한 일에 대해,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해서까지 털어놓았다. 이브라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얘기 빼고는 전부 다 늘어놓았다. 그들은 〈다이 하드〉를 같이 봤다. 1편뿐이지만. 다이 하드 시리즈의 다른 편은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 이브라힘은 론 같은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고, 론도 이브라힘 같은 친구는 처음이었다. 론은 필요하면 이브라힘의 물병을 채워줄 것이고 자판기에서 프레즐을 사다 줄 것이다. 하지만 어깨에 손을 얹는 것 같은 신체 접촉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브라힘은 괜찮다. 요즘은 남자로 사는 일이 전보다 어렵다. 포옹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걸 우리는 유독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라고 하기로 했어요. 이브라힘에게 좀 더 솔직히 감정을 표현해도 돼요, 론…

 

전편과 마찬가지로 번역이나 교정교열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쉽다. 일단 이번 권에서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퍼피’는, 극 중에서도 언급되듯이, 그 뜻이 ‘양귀비’인 ‘Poppy’를 음차한 것이다. 근데 왜 ‘포피’가 아니고 ‘퍼피’라고 쓴 거지? ‘퍼피’라고 하면 강아지 같잖아요… 또한 “론은 나중에 같이 보자며 록키 시리즈 중 최고인 〈록키 3〉 영화 복사본을 가져왔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원문을 보면 “and Ron has brought a copy of Rocky III (“the best Rocky”) for Ibrahim to watch with him later.”라고 돼 있다. 론이 생각하기에 ‘록키 시리즈 중 최고인’ <록키 3> 영화를 DVD로든 블루레이로든 한 장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냥 복사본이라고 하면 무슨 론이 불법 다운로드 한 것처럼 들리지 않나? ‘빅 빈센트’에게 ‘켄트릭’이라고 쓰인 문신이 있다고 하는데 론의 손자 이름인 ‘켄드릭’을 새긴 것이므로 이건 ‘켄드릭’의 오타이다(원문에도 ‘Kendrick’이라고 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 이 외에 ‘갑작스런(’~럽다’로 끝나는 형용사는 ‘~런’으로 줄여쓸 수 없고 ‘~러운’이라고 써야 한다)’, ‘걱정스런’, ‘이빨(사람 치아인데도)’, ‘걱정마세요’, ‘그럴리가요’, ‘깨닫는데(문맥상 ‘깨닫는 데’라고 띄어 써야 한다)’ 등등 자잘한 맞춤법 실수도 많았다. 두 권을 같이 내려고 급하게 보다가 이런 건가요? 그럼 3편부터는 이런 실수가 하나도 없다고 확신하실 수 있나요? 😒

 

전편을 즐기셨다면 이번 편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버전에서 이미 원작과 다르게 바꾼 부분이 있는데 이것도 영화화하면 어떻게 적용하려나… 2편 영화도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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