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21 [책 감상/책 추천] 나탈리 헤인스, <천 척의 배>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그리스 전쟁 이야기는 이미 다들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전쟁에 연루된 여성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살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남자’ 영웅들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나탈리 헤인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이 여인들에게 목소리를 준다.나 같은 서사시들은 관습적으로 시인이 무사(희랍 신화에 나오는 학문과 예술의 여신들. 영어식으로 하면 ‘뮤즈’) 여신들에게 ‘제가 이 시를 잘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 하는 기원으로 시작하는데, 저자는 이 관습을 살짝 비틀어 칼리오페가 이 소설의 첫 장을 시작하게 한다. 칼리오페가 무사이(’무사’의 복수형) 중 유창함과 서사시를 담당하는 여신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인으로 하여금,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 2024. 5. 27. [책 감상/책 추천] 리처드 홀먼, <크리에이티브 웨이> [책 감상/책 추천] 리처드 홀먼, 내가 블로그 글을 쓸 때 늘 상기하는 말이 있다. “완성된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글이 잘 나오지도 않고, 어떻게든 초고를 써 놓고서도 고치고 또 고치느라 그 글을 세상으로 보내기를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일주일에 세 번,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다고 결심했고, 그래서 글이 내 마음에 흡족할 만큼 잘 쓰였는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때가 되면 글을 올린다. 이게 내가 ‘좋은 글’, ‘잘 쓴 글’, ‘완벽함’의 악마와 싸우는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글, 그림, 음악 등 창조적인 일을 (직업적으로나 또는 취미로나) 하는 이들이 흔히 접하는 ‘악마’들을 무찌르는 방법을 알려.. 2024. 5. 24. [책 감상/책 추천] 머리사 멜처, <디스 이즈 빅> [책 감상/책 추천] 머리사 멜처, ‘웨이트워처스(Weight Watchers)’의 설립자 진 니데치의 전기와 저자 머리사 멜처 본인의 다이어트 경험이 교차하는 논픽션. 저자 역시 비만인 여성으로서, 다이어트를 수도 없이 시도해 봐 왔다고 한다. 어느 날, 진 니데치의 삶에 흥미를 느끼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진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한다. 비록 진은 30여 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유지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웨이트워처스’라는 감량 프로그램 회사의 얼굴이자 진행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는 점은 저자와 무척 달랐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녀의 삶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웨이트워처스를 1년간 시도해 보기로 한다.그런데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서 진 니데치가 활짝 미.. 2024. 5. 22. [책 감상/책 추천] 심완선, <아무튼, 보드게임> [책 감상/책 추천] 심완선, SF 평론가인 심완선 작가가 쓴, 보드게임에 관한 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답게 짧고, 가볍고, 재미있다. 작가는 “영혼의 일부”가 “보드게임에 흡수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보드게임에 푹 빠진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보드게임이나 브리지, 마작 등을 할 수 있는 인원의 숫자인 3과 4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4명보다는 3명 모이기가 압도적으로 쉽다. 넷은 더할 나위 없지만 셋이어도 충분히 재수가 좋다. 더욱이 의미심장하게도 숫자 ‘3’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완벽한 숫자다. 이를테면 수학과 철학이 멀지 않던 시절 초기 피타고라스학파는 ‘3’을 가장 고귀한 숫자로 삼았다. 자기 이하의 숫자를 모두 합해 자신이 되는 자연수이기 때문이다. ‘1’은 존재, ‘.. 2024. 5. 17. [책 감상/책 추천] 줄리아 월튼,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책 감상/책 추천] 줄리아 월튼, 성교육을 겸한 청소년 소설. 피비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성과 관련해 솔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나누는 블로그, ‘네모 안의 동그라미’를 운영하고 있다. 피비가 이 블로그의 주인 ‘폼(Pom)’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피비의 절친인 코라도 모른다. 피비는 신문부로 활동하고 있는데, 부장인 닐을 짝사랑한다. 과연 피비가 닉과 이어질까, 아니면 다른 남자애와 이어질까? (복선 😉) 이 책은 제목부터 십 대의 성(性)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밝힌다.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On the Subject of Unmentionable Things’)’에서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성이다. 피비가 운영하는 블로그.. 2024. 5. 13. [책 감상/책 추천] 로런 플레시먼, <여자치고 잘 뛰네> [책 감상/책 추천] 로런 플레시먼, 저자 로런 플레시먼은 미국의 5천 미터 달리기 챔피언으로, 어릴 때 시작한 달리기에 선수 생활을 바치고 지금은 작가와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자서전이자 여성 스포츠의 옹호 글이다. 여자의 몸을 안다면, 굳이 선수 생활을 해 보지 않아도,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가 동일한 훈련법을 따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게 상식이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의 많은 부분이 남성 위주로 연구되었기에 여성을 위한 자료는 많지 않다. 저자는 미국 교육계에서 성차별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인 ‘타이틀 나인(Title Ⅸ)’이 도입된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처음에는 크로스 컨트리로 달리기를 시작했다.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성별에 따른 운동 능력의 우위가 존재하지 .. 2024. 5. 10.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