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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35

[책 감상/책 추천] 케이트 쇼팽,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책 감상/책 추천] 케이트 쇼팽, 케이트 쇼팽은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은 내가 학부생 시절 영미단편소설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는 작품이다. 내가 읽은 이 번역본은 표제작을 비롯해 총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각 단편소설의 간단한 줄거리와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몇몇 작품은 반전이 중요하므로 반전까지는 밝히지 않겠다). 에서 맬라드 부인은 남편이 열차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폭풍 같은 슬픔이 가라앉자 자기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유, 자유, 자유다!” 공허한 눈길과 두려운 표정도 잠시, 곧 눈이 열정적으로 밝게 빛났다. 맥박이 빠르게 뛰었고 몸의 구석구석으로 피가 끓어올랐다가 서서히.. 2022. 12. 19.
[책 감상/책 추천] 민혜영, <여자 공부하는 여자> 저자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 수업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위해 읽은 페미니즘 서적들을 간략히 요약하고 감상을 표현한 글을 모은 것이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많지만 내가 몰랐던 좋은 책들도 있어서 대박 ‘노다지’를 캔 기분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왜 자신이 이 늦은 나이에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일과 육아로 분주해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걸까?’와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번갈아 드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가 사사키 아타루의 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한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문구가 하.. 2022. 11. 16.
[책 감상/책 추천] 미켈라 무르지아,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책 감상/책 추천] 미켈라 무르지아, 때로 '위 아 더 월드'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이 책이 이탈리아인 저자에 의해, 이탈리아 상황에 맞게 쓰였으나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상에 참 왜 이런 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인가, 약간 한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은 맞는 말 대잔치이다. 읽으면서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예컨대 이런 것들. 물론 현실에 안주하는 방법도 있다. 웃으면서 고분고분 "네."라고 말하는 착한 여자아이는 가부장제에서 항상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다. "이건 별로예요."라고 말해 명예로운 자리를 포기한다면 고난의 길로 들어서는데, 과거에 누군가는 여성들을 위해 .. 2022. 5. 6.
[책 감상/책 추천] 다시 로크먼,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책 감상/책 추천] 다시 로크먼, 책 제목은, 책 커버에 쓰인 문구처럼, 남자들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데 여자들은 '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다시 말해 남성은 자기 일만 잘하면 되지만 여성들은 자기 커리어 이외에 집안일과 육아까지 잘할 것을 기대받는 현상을 말한다. 그것도 일종의 성차별이기 때문이다. 여성 운동으로 인해 이제는 여성들이 고등 교육을 받거나 자신만의 일, 직업을 갖는 일은 전혀 이상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 운동이 완전히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제 여성들은 '일'도 잘하고 '집(집안일 + 자녀 양육)'까지 잘 돌보기를 기대받기 때문이다. 그냥 해야 할 일이 늘은 것뿐이다. 남성들은 여전히 집안일이나 육아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2022. 4. 1.
[책 감상/책 추천] 김수정,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책 감상/책 추천] 김수정, 얼마 전에 흥미로운 쇼츠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어터들에게 잘 알려진 필라테스 강사이자 유튜브 인플루언서인 캐시 호(Cassey Ho)가 디자인한 곱창 밴드(scrunch) 영상이었다. 보통 곱창 밴드처럼 보이는 이 머리끈에는 지퍼가 달려 있어서, 지퍼를 여닫고 그 안에 립밤이라든지 동전 같은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간단하지만 기발해 보이는 이 곱창을 소개하는 쇼츠에 달린 몇몇 댓글들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것들. 여성의 옷에 주머니가 없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어서, 이제 여자들은 '직접' 이렇게 주머니를 만들어 쓴다. 애초에 옷에 주머니가 많이 잘 달려 있었으면 귀찮게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도대체 왜 여자 옷에는 주머니가 없을까?.. 2022. 3. 25.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나의 미녀 인생>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프랑수아 베고도가 글을 쓰고 세실 기야르가 그림을 그렸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산 그래픽 노블이다. 제목의 은 약간 반어법, 아이러니한 의미인데 우리의 주인공인 길렌은 추녀이기 때문이다. 사랑 많은 부모님에게 태어나 예쁨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기준으로 '예쁘지'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자각하게 된다. 친한 옆집 친구 질(Gilles, 프랑스 남자 이름이다. 영어식 여자 이름 'Jill'인 줄 알고 나도 놀랐다)과 재미있게 놀던 차에, 다른 아이들이 무리로 놀길래 끼워 달라고 헀더니 '그 못난이를 데리고 오는 것만 아니면 우리랑 같이 놀아도 괜찮다'라고 한 것이다. 질은 다행히도, 또는 다정히도 이를 모르는 듯(또는 척)했지..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