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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37

[책 감상/책 추천] 송해나,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책 감상/책 추천] 송해나,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이제야 읽게 됐다. 이걸 읽고 나니, 청소년까지는 아니어도 성인 권장 도서 목록에 이걸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직감한 3주차부터 출산 때까지, '임신 일기'라는 트위터 계정에 자신의 임신 과정을 꼬박꼬박 기록했다. 비록 모든 임산부들이 같은 임신 증세나 경험을 겪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임신 일기'에 쓰인 저자의 경험만큼은 거짓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임산부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아주 단적으로 잘 보여 준다고는 할 수 있겠다. 임신을 확인한 순간, 저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 그리고 오늘, 아주 희미하게 테스트기에 붉은 두 줄의 선이 보였다. 임신이다. 계획적으로.. 2019. 10. 9.
[책 감상/책 추천] 은유, <다가오는 말들> [책 감상/책 추천] 은유, 부제는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이다. 나는 은유라는 저자를 좋아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자마자 냉큼 빌렸다. 그냥 에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짧은 에세이마다 주제에 맞는 책에서 적절한 부분을 최소 한 문장 이상 인용을 해서, 그 책의 내용과 글의 주제가 잘 조화가 되게 썼다. 예컨대, 저자가 자신과 딸의 관계에 대해 환기하는, "친구 같은 엄마와 딸이라는 환상"이라는 제목의 꼭지에서는 리베카 솔닛의 을 인용해 이렇게 쓰는 식이다. "어떤 감정 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157쪽) 구원은 과거에 있다. 엄마가 되면서 상실한 '아이적' 감각을 복원하기. 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쓴 자식 양육서를 읽느니 딸이 쓴 엄마 이야기를 보는 게 .. 2019. 9. 13.
[책 감상/책 추천] 김진아,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책 감상/책 추천] 김진아, 카페이자 여성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인 을 운영하는 저자가 쓴,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리뷰를 쓸 수 있겠는데, 그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1. 페미니즘/페미니스트 2. 야망 3. 광고 일단 첫 번째 페미니즘이란 키워드로 시작해 보자. 저자는 40대에 들어서야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자신이 광고 에이전시를 떠날 때(광고 이야기는 아래에 따로 하겠다) 퇴직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남자 상사가 '수'를 써서 '퇴사 당했다'고 표현하는데, 그래서인지 직장 내 '보이즈 클럽'에 대한 문제도 다룬다. 직장 내에 남자들의 네트워크가 너무나 강하고 깊이 뿌리 .. 2019. 6. 12.
[책 감상/책 추천] 숀다 라임스, <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책 감상/책 추천] 숀다 라임스, 저자 숀다 라임스는 인기 TV 드라마 와 의 작가 겸 제작 책임자이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지어내기를 좋아하고,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바쁘게 일하고 싱글맘으로 아이 셋을 키우며 성공적이고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해 추수 감사절, 큰언니가 내뱉은 여섯 마디로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너는 뭐든 좋다고 하는 법이 없지." 사연은 이러했다. 추수 감사절 요리를 하는 큰언니 옆에서 숀다는 아이들을 돌보며 수다를 떠는데 이런 파티, 총회, 토크쇼 등등에 초대를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큰언니는 그걸 들어 주다가 그래서 그중에서 뭐 하나라도 하겠다고 한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숀다는 당황해서 너무 바빠 다 거절할 .. 2019. 5. 15.
[책 감상/책 추천] 웬디 무어, <완벽한 아내 만들기> [책 감상/책 추천] 웬디 무어,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반노예제 운동가, 아동 도서 작가, 급진주의적 사상가인 토머스 데이는 지적이고 아름답되 순종적이고 검소하며 사치나 허영에 물들지 않은 이상적인 여인을 아내로 맞고 싶어 했다. 그러나 두어 번 애인의 변심으로 버림받자, 그는 완벽한 여인을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이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는 장자크 루소가 소설 형식으로 아동 양육법을 서술한 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이 책에서 배운 대로만 여성을 '키우고, 가르치면' 완벽한 여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는 고아원에서 예쁘고 건강하고 똑똑한, 앤 킹스턴이라는 12살짜리 소녀를 한 명 골랐다. 그리고 자신의 하녀가 되는 견습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거짓으로 가르쳐 주고는 그녀를 데려.. 2019. 2. 6.
[책 감상/책 추천] 엘리, <연애하지 않을 권리> [책 감상/책 추천] 엘리, 그렇다, 나도 리디셀렉트에서 이 책을 보고 작년에 읽고 나서 감상을 쓴 그 책인가 했다. (그 책이란 이 책을 가리킨다. 018/12/21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이진송, ) 그런데 아니더라. 작가가 다르다. 뭐, 제목이 비슷하다는 데에서 내용도 비슷할 거라고 추측할 수 있긴 하지만. 두 책을 비교해 보자면, 둘 다 '커플'인 상태를 '정상'으로 보고 개인에게 연애를 강권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연애를 기본 세팅으로 두는 데에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낮게 보는 '가부장'적인 사고가 기저에 존재한다는 주장 한다는 것이 공통 기조이다. 그렇지만 이진송의 가 이 문제에 조금 더 '덕후'스럽고 가벼운, 개인적인 접근을 취한다면(이 책의 마지막 장은 '연애하지 .. 2019.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