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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35

[책 감상/책 추천] 김지승, <아무튼, 연필> [책 감상/책 추천] 김지승, 솔직히 책 표지는 이상한데 내용은 정말 놀랄 정도로 좋다. 나는 나름대로 '취존'이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나도 이런 걸 파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분야를 파는 이, 또는 그런 덕질의 대상을 보면 "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죄송합니다…). 몇 년 전에 내 친구가 물고기(집에서 어항에서 키우는 그거)를 덕질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이만큼 놀란 적은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무려 '연필 덕후'이다! 아니, 물론 문구류를 좋아해서 1300K나 핫트랙스 가면 이것저것 쓸어담는 사람은 봤는데, 같은 문구류이긴 해도 '연필'은 뭔가... 너무 사소하다는 느낌? '만년필'은 그래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도 비싼 것.. 2021. 9. 20.
[영화 감상/영화 추천] Moxie(2021, 걸스 오브 막시) - 소녀들, 혁명을 일으키다 [영화 감상/영화 추천] Moxie(2021, 걸스 오브 막시) - 소녀들, 혁명을 일으키다 감독: 에이미 폴러(Amy Poehler) 비비안(Vivian, 해들리 로빈슨 분)은 이제 막 9학년(한국으로 치면 중3이지만 미국에서는 고1)이 된 16살 소녀다. 오늘이 학기의 첫날인데 학교에서 '잘나가는' 애들은 벌써 다른 애들에게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고 비비안의 친구인 클라우디아(Claudia, 로렌 차이 분)가 알려 주었다). '엉덩이가 가장 섹시한 애, 가장 자 보고 싶은 애' 등등. 이렇게 여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순위를 매기는 주범은 미식축구의 주장인 미첼 윌슨(Mitchell Wilson, 패트릭 슈왈제네거 분)이 있다. 그는 '꼬붕'이라 부를 만한 친구 제이(Jay, 제이슨(Jason)의 애칭,.. 2021. 6. 16.
[책 감상/책 추천] 서라미, <아무튼, 뜨개> [책 감상/책 추천] 서라미,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다( 시리즈에 관해 쓴 리뷰는 이 포스트 마지막에 붙여 놓겠다. 한두 개면 여기에 놓으려고 했더니 내가 무려 시리즈의 책을 아홉 권이나 읽고 후기를 썼더라). 사실 나는 뜨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별 관심도 없으며, 굳이 따지자면 싫어하는 쪽인데(뜨개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뜨개를 했다. 원래 누굴 싫어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게 싫어지는 법이지 않나) 이 책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마지막에는 '아, 이래서 뜨개를 하는구나' 하고 뜨개의 매력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애정의 힘인가? 이 책의 놀라운 점은, 뜨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주의에 관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하는 책 .. 2021. 5. 3.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아무튼, 언니>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권을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세상 모든 언니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 공감이 담뿍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친언니뿐만 아니라, 경찰학교에서 만난 동료 여경 언니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며 만난 여성 피해자들까지도 '언니'로 부르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 안에서 여성주의적 자매애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경찰학교라는 곳은 전국 여경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 여중이나 여고처럼 여성들이 우정을 다지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교 첫날, 강당에 모인 우리는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짧게마나 나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사람, 명문대를.. 2021. 4. 7.
[책 감상/책 추천] 오드 메르미오,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책 감상/책 추천] 오드 메르미오,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오드 메르미오가 젊을 적 받았던 임신중지 시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르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되어 있는데, '소설'은 아니고 그냥 만화로 그린 회고록이나 에세이에 가깝다. 어쨌거나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또는 앞부분은 메르미오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 또는 뒷부분은 그녀가 만난 의사 겸 작가 마르탱 뱅클레르(필명. 본명은 마크 자프란)가 보고 느낀 관점을 다룬다. 전자는 실질적으로 임신중지 경험을 한 여성의 시점이라서 좋고, 후자는 그런 여성들을 돕고자 애쓰는 (남성) 의사의 관점이라서 서로 보충, 보완해 준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 그러니까 메르미오가 애초에 아이를 원하지 .. 2021. 3. 24.
[책 감상/책 추천] 아민더 달리왈, <우먼월드: 여자만 남은 세상> [책 감상/책 추천] 아민더 달리왈, 이 만화는 '세상에서 남성이 사라진다면 여성은 어떻게 살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유전적 이상으로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남성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지구상의 마지막 남성이 죽고 나자 세상에는 여성들만 남게 되었다. 이게 이 만화의 기본 설정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여자들이 남성의 유전자를 어떻게든 되돌리려고 노력하는가? 아니다. 남자들 없는 삶에서 슬퍼하고 남성들을 그리워하나? 아니다. 그들은 그냥 재밌게 산다. 나는 처음에 이제 이들이 남성이 없는 세계에서 혼란과 불안을 느끼거나, 어떻게든 남성이라는 존재를 부활시키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화의 내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여성들만 있는 세상, '비욘세의 허벅지'라는 이름을 가.. 2021.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