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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718

[책 감상/책 추천] 사이토 미나코, <요술봉과 분홍 제복> [책 감상/책 추천] 사이토 미나코, 부터 헬렌 켈러 위인전까지, 다양한 일본 매체에 등장하는 '홍일점' 캐릭터들의 분석을 통해 왜곡된 성역할을 지적하는 책이다. 신기하게도 이 책은 1998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지금 봐도 무리 없을 정도로 거의 다 들어맞는다. 그만큼 매체 속 여성이 묘사되는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만. 어쨌거나 그 덕분에 현재 20-40대인 독자라면 '그래그래, 맞아, 이 캐릭터는 이렇게 그려졌지' 하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시작하며'에서 이 책의 목표를 이렇게 정리했다. (...)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다. '다수의 남성과 소수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핑크레인저와 나이팅게일은 동급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홍일점을 중심으로 .. 2022. 5. 9.
[책 감상/책 추천] 미켈라 무르지아,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책 감상/책 추천] 미켈라 무르지아, 때로 '위 아 더 월드'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이 책이 이탈리아인 저자에 의해, 이탈리아 상황에 맞게 쓰였으나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상에 참 왜 이런 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인가, 약간 한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은 맞는 말 대잔치이다. 읽으면서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예컨대 이런 것들. 물론 현실에 안주하는 방법도 있다. 웃으면서 고분고분 "네."라고 말하는 착한 여자아이는 가부장제에서 항상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다. "이건 별로예요."라고 말해 명예로운 자리를 포기한다면 고난의 길로 들어서는데, 과거에 누군가는 여성들을 위해 .. 2022. 5. 6.
[책 감상/책 추천] 허새로미,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책 감상/책 추천] 허새로미,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바이링구얼(bilingual)'인 저자가 한국어를 다시 돌아보는 글이다. 모국어라서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한국어의 특징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또 책이 길지 않아서) 한 1시간 만에 뚝딱 읽었다. 정말 놀라운 책이다. 저자가 미국 대학원에 유학을 갔을 때 집도 구하지 못하고 데려간 황구(강아지 이름)와 추위에 덜덜 떨며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할 때 "어떻게 돼가요?"라는 말 한마디에 언어가 갑자기 봇물처럼 터져나온 경험이 이 책의 첫 꼭지이다. 이것도 물론 감동적이지만, 나는 한국어의 특징 또는 함정(부정적인 특징)을 짚어보는 꼭지들이 더 좋았다. 예컨대 이런 것들. 한국의 국적기 항공사.. 2022. 5. 2.
[책 감상/책 추천] 박선희, <아무튼, 싸이월드> [책 감상/책 추천] 박선희, 지난 번 가 깊이 있는 진지한, 그리고 긴 책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쉬어 가는 의미에서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게 이것인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ㅎㅎㅎ 싸이월드가 최근 (2022년 4월) 다시 오픈했다는 뉴스에 싸이월드에 급히 접속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상당수 기능이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미흡하다고 하는데, 이참에 싸이월드에 대한 이 책을 읽고 싸이월드 시절을 추억하며 기다리는 건 어떨까. 싸이월드가 망했다는 소식에 느낀 감정은 각자가 보낸 그 시절의 질감만큼이나 다양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이었다. 순진하게 충격 같은 걸 받기엔 지금껏 너무 많은 웹 플랫폼의 명멸()을 지켜봐왔다. 한반도 '덕후'들의 뿌리가 된 .. 2022. 4. 29.
[책 감상/책 추천] 세라 크래스너스타인, <트라우마 클리너> [책 감상/책 추천] 세라 크래스너스타인, 와, 정말 놀라운 책이다. 일단 제목의 '트라우마 클리너'는 범죄나 자살 현장, 또는 정신 질환 등으로 혼자 청소가 어려울 정도로 더러워진 집을 치워 주는 전문 청소업체, 또는 그 직원을 말한다. 작가 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은 샌드라 팽커스트라는 트라우마 클리너를 4년간 스무 곳이 넘는 현장을 따라다니며 인터뷰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제목만 보면 단순히 트라우마 클리너 일은 어떤지,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작업 현장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 주는 내용일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은 없고 그 자체로도 흥미롭겠지만, 이 책은 사실 그 이상을 보여 준다. 샌드라 팽커스트는 그 삶 자체가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될 만한(그래서 바로 이 책이 있는.. 2022. 4. 25.
[책 감상/책 추천] 이자연, <어제 그거 봤어?> [책 감상/책 추천] 이자연,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 등 (대체로) 한국 TV 속에 묘사된 여성의 모습을 살펴보는 책. 각 꼭지 뒤에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두어 개 실려 있어서, 학생들이 토론용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제일 먼저 소개되는 꼭지, 에서 저자는 놀라운 발견을 한다. 여성 캐릭터의 방에는 책상이 없다는 것! '책상의 부재'는 대부분 여성 인물에게 해당됐다. 일기 쓰는 서민정,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는 이현경, 공부하는 황정음과 백진희. 이들은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읽고 쓸 때 책상이 없어 화장대에 앉아야 했다. 남성 인물의 생활 환경을 비교해 보면 문제점은 더욱 극명해진다. 공부와 담쌓은 이윤호에게도, 다락방 신세인 이민용에게도, 조연인 강세호에게도 모두 책상이 있다. (..... 2022.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