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18

[책 감상/책 추천] 김지현, 최연호,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책 감상/책 추천] 김지현, 최연호,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이 책 제목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 “뭐야, 둘 다 같은 거잖아. 이 무슨 ‘혼돈에 카오스’나 ‘어둠에 다크’ 같은 소리야?” 생강빵과 진저브레드가 가리키는 대상은 똑같은지언정, 각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다르다. 생강빵은 뭔가 매운 맛이 날 것 같지만, 진저브레드라고 하면 귀여운 진저브레드맨이 먼저 떠오르고, 서양에서 온 달콤한 과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번역’에 따라 음식의 이미지는 달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릴 적에 영미 소설을 읽으며 거기에 묘사된 이국적 음식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월귤’이라고 묘사되었던 게 사실 ‘링곤베리(lingonberry)’라는 사실을 알게 된 번역가이다. 그는 영미 문.. 2023. 3. 27.
[책 감상/책 추천]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정의 규칙> [책 감상/책 추천] 히가시노 게이고, 어떤 장르든 ‘고인 물’일수록 그 장르 특유의 트로프(trope;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이 포스트를 참고)를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가지고 놀 정도이게 마련이다. 추리/미스터리 장르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처럼. 이론 소설이나 추리/미스터리물을 잘 안 읽는 나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쪽 ‘고인 물’ 중의 ‘고인 물’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리고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추리물을 섭렵했다. 무슨 소리냐면, 나는 이 책을 통해 탐정물 또는 추리물에 자주 나오는 트로프들, 그러니까 예컨대 밀실 트릭, 후더닛(Who done it; 복잡한 플롯으로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추리하는 것이 주 관심사가 되는 추리물),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트릭 등등을 배웠다는 뜻이다. 소설.. 2023. 3. 24.
[책 감상/책 추천] 송경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책 감상/책 추천] 송경화, 기자 송경화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벌써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게 2021년 3월(종이책 기준)에 출간된 거라 현재는 이미 후속작인 (역시 종이책 기준 2022년 9월 출간)까지 나와 있다. 나는 이 책 표지는 여러 군데에서 많이 봤는데 정작 볼 곳이 없어서 (리디 셀렉트에 없고 밀리의 서재에도 안 들어와 있어서) 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빌려서 이제야 읽었다. 읽고 나니까 왜 웹툰이나 드라마로 만들고 싶어 하는지 느낌이 온다. 일단 이 책은 작가 본인이 기자이고, 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지만 ‘소설’의 외피를 입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편하게 사건들을 묘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 아무래도 관련자들 이.. 2023. 3. 20.
[책 감상/책 추천] 케이트 쇼팽,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책 감상/책 추천] 케이트 쇼팽, 케이트 쇼팽은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은 내가 학부생 시절 영미단편소설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는 작품이다. 내가 읽은 이 번역본은 표제작을 비롯해 총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각 단편소설의 간단한 줄거리와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몇몇 작품은 반전이 중요하므로 반전까지는 밝히지 않겠다). 에서 맬라드 부인은 남편이 열차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폭풍 같은 슬픔이 가라앉자 자기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유, 자유, 자유다!” 공허한 눈길과 두려운 표정도 잠시, 곧 눈이 열정적으로 밝게 빛났다. 맥박이 빠르게 뛰었고 몸의 구석구석으로 피가 끓어올랐다가 서서히.. 2022. 12. 19.
[책 감상/책 추천]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책 감상/책 추천] 무라타 사야카, ⚠️ 아래 서평은 무라타 사야카의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실 예정인 분들은 독서의 재미를 위해 책을 먼저 읽으신 후에 이 서평을 읽으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나는 소설, 그중에서도 일본 소설은 별로 자주 읽지 않는데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었다.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무라타 사야카의 . 종이책 기준 204쪽밖에 안 될 정도로 짧다. 저자 본인이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경험을 살려 썼다고 한다. 주인공 게이코는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그녀가 거쳐간 점장도 한둘이 아니다. 현재가 여덟 번째. 그녀는 자신을 ‘편의점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위 ‘정상’인과는 달리 어딘가가 결여되었기 때문이.. 2022. 11. 11.
[책 감상/책 추천] 라일라 리, <난 그저 미치도록 내가 좋을 뿐> [책 감상/책 추천] 라일라 리, 일전에 유튜브에서 케이팝의 인기와 그 영향을 분석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자료 화면으로 뒤에 깔린 어느 걸그룹의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됐는데, 노랫소리도 그대로 들렸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날씬하고 예쁜 한 걸그룹 멤버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아'라는 내용의 가사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너는 이미 엄청 날씬하고, 매일매일 전문가에게 메이크업도 받고, 옷도 스타일리스트가 골라 준 대로 입잖아. 완벽하게 관리받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지금의 너를 사랑하기 쉽겠지!' 맹세컨대 그 멤버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존감 뿜뿜하는'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가 그렇게나 완벽하게 관리된 외모를 갖추고 있다면,.. 2022.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