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34 [책 감상/책 추천] 유즈키 아사코,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책 감상/책 추천] 유즈키 아사코, 차별의 언어는 곳곳에 숨어 있다. 예컨대, 우리는 극장이나 예를 갖춘 자리에서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고 말하지, ‘숙녀 신사 여러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신사’들이 ‘숙녀’들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우선시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의례적인 표현을 살짝 비튼 제목의 단편 소설집, 은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차별을 지적하는데, 단순히 그냥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유쾌하게 반전시켜 보여 준다. 예컨대 는 자신이 불륜한 이야기를 미화시켜 소설로 써먹은 한 소설가 모리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는 젊은 시절 아내를 놔두고 기미코라는 여자와 불륜을 했다. 그 배경이 된 호텔은 이제 30년이 지나 노인과 손주들이 놀러오는 곳으로 탈바꿈했지만, 이 소설가는 불륜하는 사람들 특유의.. 2023. 6. 28. [책 감상/책 추천] 김범, <나를 찾지 마> [책 감상/책 추천] 김범, ⚠️ 아래 독서 후기는 김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주일간 없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읽은 책이 내 기대를 박살 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블로그에 한탄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이 책이 나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시놉시스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10년 전 죽은 남편이, 아내의 재혼을 일주일 앞둔 환갑 날에 살아 돌아온다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남편이 죽고 나서 온갖 고생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을 아내가 이제 좀 행복해져 보려 하니까 얄궃게도 죽은 남편이 살아 돌아온다? 갈등 구조가 아주 명확히 보이고 벌써부터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됐다. 그러나 내 기대는 산산이 부서.. 2023. 5. 31. [책 감상/책 추천] 현이랑, <레모네이드 할머니> [책 감상/책 추천] 현이랑, ⚠️ 아래 서평은 현이랑의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이런 여성 캐릭터는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렇게 직감했다. 그리고 그 직감은 맞아떨어졌다. 책 겉표지에 “가진 건 돈뿐인 성격 파탄 치매 탐정 등장! 완벽한 고급 요양 병원의 비리를 파헤친다!”라고 되어 있는데, 줄거리를 정말 간략하게 잘 요약했다. 조금 더 살을 붙이자면 이렇다. ‘도란마을’이라고 하는, 치매 노인들을 위한 고급 요양 병원에서 지내는 한 괴팍한 할머니가 있다. 치매가 아직까지는 가벼운 편이라 다른 노인들과는 다르게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데,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고 성격이 괴팍해서 요양소 노인들이나 직원들 중에 친구랄 사람도 없다. 이 할머니에게 즐거움이란 레모네이.. 2023. 4. 28. [독서 월말 결산] 2023년 3월 읽은 책들 [독서 월말 결산] 2023년 3월 읽은 책들 2023년 3월 읽은 책들 2023년 3월에 읽은 책들은 총 12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홍만춘, : ⭐️⭐️⭐️⭐️ ‘공황 장애’가 있는 공항 직원 이야기. 솔직하고 재미있는 말투 덕분에 술술 읽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 공황 장애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에세이라 추천. Isak Dinesen, : ⭐️⭐️⭐️⭐️ 이자크 디네센(카렌 블릭센의 필명)의 영어 오디오북 버전으로 읽었다. 사실 당연히 한국어 번역본이 읽고 싶었는데 이건 이북이 없길래 영어 오디.. 2023. 3. 31. [책 감상/책 추천] 김지현, 최연호,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책 감상/책 추천] 김지현, 최연호,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이 책 제목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 “뭐야, 둘 다 같은 거잖아. 이 무슨 ‘혼돈에 카오스’나 ‘어둠에 다크’ 같은 소리야?” 생강빵과 진저브레드가 가리키는 대상은 똑같은지언정, 각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다르다. 생강빵은 뭔가 매운 맛이 날 것 같지만, 진저브레드라고 하면 귀여운 진저브레드맨이 먼저 떠오르고, 서양에서 온 달콤한 과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번역’에 따라 음식의 이미지는 달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릴 적에 영미 소설을 읽으며 거기에 묘사된 이국적 음식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월귤’이라고 묘사되었던 게 사실 ‘링곤베리(lingonberry)’라는 사실을 알게 된 번역가이다. 그는 영미 문.. 2023. 3. 27. [책 감상/책 추천]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정의 규칙> [책 감상/책 추천] 히가시노 게이고, 어떤 장르든 ‘고인 물’일수록 그 장르 특유의 트로프(trope;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이 포스트를 참고)를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가지고 놀 정도이게 마련이다. 추리/미스터리 장르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처럼. 이론 소설이나 추리/미스터리물을 잘 안 읽는 나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쪽 ‘고인 물’ 중의 ‘고인 물’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리고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추리물을 섭렵했다. 무슨 소리냐면, 나는 이 책을 통해 탐정물 또는 추리물에 자주 나오는 트로프들, 그러니까 예컨대 밀실 트릭, 후더닛(Who done it; 복잡한 플롯으로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추리하는 것이 주 관심사가 되는 추리물),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트릭 등등을 배웠다는 뜻이다. 소설.. 2023. 3. 24.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