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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328

[책 감상/책 추천] 세라 크래스너스타인, <트라우마 클리너> [책 감상/책 추천] 세라 크래스너스타인, 와, 정말 놀라운 책이다. 일단 제목의 '트라우마 클리너'는 범죄나 자살 현장, 또는 정신 질환 등으로 혼자 청소가 어려울 정도로 더러워진 집을 치워 주는 전문 청소업체, 또는 그 직원을 말한다. 작가 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은 샌드라 팽커스트라는 트라우마 클리너를 4년간 스무 곳이 넘는 현장을 따라다니며 인터뷰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제목만 보면 단순히 트라우마 클리너 일은 어떤지,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작업 현장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 주는 내용일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은 없고 그 자체로도 흥미롭겠지만, 이 책은 사실 그 이상을 보여 준다. 샌드라 팽커스트는 그 삶 자체가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될 만한(그래서 바로 이 책이 있는.. 2022. 4. 25.
[책 감상/책 추천] 이자연, <어제 그거 봤어?> [책 감상/책 추천] 이자연,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 등 (대체로) 한국 TV 속에 묘사된 여성의 모습을 살펴보는 책. 각 꼭지 뒤에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두어 개 실려 있어서, 학생들이 토론용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제일 먼저 소개되는 꼭지, 에서 저자는 놀라운 발견을 한다. 여성 캐릭터의 방에는 책상이 없다는 것! '책상의 부재'는 대부분 여성 인물에게 해당됐다. 일기 쓰는 서민정,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는 이현경, 공부하는 황정음과 백진희. 이들은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읽고 쓸 때 책상이 없어 화장대에 앉아야 했다. 남성 인물의 생활 환경을 비교해 보면 문제점은 더욱 극명해진다. 공부와 담쌓은 이윤호에게도, 다락방 신세인 이민용에게도, 조연인 강세호에게도 모두 책상이 있다. (..... 2022. 4. 11.
[책 감상/책 추천] 김혼비, <다정소감> [책 감상/책 추천] 김혼비, 병아리처럼 샛노란 책 표지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책 제목인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이라는 표현을 살짝 비튼 것이다. 저자가 살면서 만난 수많은 '다정(함)'의 패턴에 대한 소감을 엮은 책이라는 뜻이다. 우리 김혼비 작가님은 표현력도 남다르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친구와 공유했던 표현 세 가지만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너무 화가 나서) 손이 진동 딜도처럼 떨"린다, "'쿨하다'가 한 시대의 정신으로 각광받으면서 윤리적 노팬티 상태가 패션인 양 포장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련회에서 으레 하는 촛불 의식에 대해) '자기반성과 부모님의 은혜'를 주제로 아이들을 울리고 말겠다고 작정한 가차 없는 신파언어차력쇼"까지. 역시 축구.. 2022. 4. 8.
[책 감상/책 추천] 남선우, <아무튼, 아침드라마> [책 감상/책 추천] 남선우,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침드라마가 폐지된 이후에 출간된, 아침드라마에 대한 에세이이다. 나는 아침드라마를 본 적이 없고, 호주에 있는 동안에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유쾌하게 잘 읽었다. 시리즈는 참 사소해 보이는 소재에서 삶에 관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래서 난 이 시리즈가 참 마음에 든다. 저자는 아침드라마를 즐겨 보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일 아침드라마를 즐겨 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5년 전쯤부터인 것 같다.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나와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동생, 동생의 이른 등교에서 해방된 엄마는 자연스럽게 함께 아침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2022. 4. 4.
[책 감상/책 추천] 다시 로크먼,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책 감상/책 추천] 다시 로크먼, 책 제목은, 책 커버에 쓰인 문구처럼, 남자들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데 여자들은 '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다시 말해 남성은 자기 일만 잘하면 되지만 여성들은 자기 커리어 이외에 집안일과 육아까지 잘할 것을 기대받는 현상을 말한다. 그것도 일종의 성차별이기 때문이다. 여성 운동으로 인해 이제는 여성들이 고등 교육을 받거나 자신만의 일, 직업을 갖는 일은 전혀 이상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 운동이 완전히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제 여성들은 '일'도 잘하고 '집(집안일 + 자녀 양육)'까지 잘 돌보기를 기대받기 때문이다. 그냥 해야 할 일이 늘은 것뿐이다. 남성들은 여전히 집안일이나 육아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2022. 4. 1.
[책 감상/책 추천] 에린남,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책 감상/책 추천] 에린남, 유명한 유튜버라는데 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다. 책 제목이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한다. 가벼운 에세이로 읽으면 되는데, 물론 저자의 경험이나 조언이 모든 이에게 들어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저자는 샴부 통에 쓰이는 플라스틱도 줄이고 싶어서 통상적인 샴푸 대신에 샴푸 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입문하기 가장 수월한 친환경 제품 브랜드인 '러쉬(Lush)'(내 생각이 아니고 저자의 표현이다)에서 샴푸 바를 구입해서 썼다는데,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다 러쉬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그 브랜드 제품이 피부/머리카락에 맞는 건 아닐 거다. (한국에서 파는 러쉬의 일부 제품은 일본에서 제조해서 만든 걸로 알려지면서 방사능 걱정과 일본 보이코.. 2022.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