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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감상177

[책 감상/책 추천] 마이클 투히그, 클라리사 옹,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책 감상/책 추천] 마이클 투히그, 클라리사 옹,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나를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 왔다. 읽어 보니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실수나 작은 흠도 견디지 못하고 나를 괴롭혀 왔다. 최근에는 사수에게 일을 배우다가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수는 내가 잘못한 걸 짚어 주고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를 친절하게 알려 줬을 뿐인데, 나는 내가 실수를 했다는 사실 하나에 큰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이 가르쳐 주는 대로만 하면 정말 인생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따. 완벽주의에 시달려 온 이라면 ‘완벽이라는 신기루’라는 저자들의 말.. 2023. 10. 23.
[책 감상/책 추천] 이융희, <웹소설 보는 법> [책 감상/책 추천] 이융희, 은 웹소설의 ‘코드’, 그러니까 흔히 장르 소설 안에서 통용되는 규칙이 낯선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흔히 ‘회빙환’이라고 줄여 말하는 회귀﹒빙의﹒환생이라는 소재나 아포칼립스물, 로맨스 등의 다양한 장르 소설을 간략히 설명한다. 꽤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내서, 이미 장르 소설을 읽는 데 따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독자일지라도, ‘오, 맞아. 이 장르는 이게 핵심이지’라며 공감할 수 있다. 일단 저자는 웹소설을 ‘읽는’, 또는 저자의 표현대로 ‘감각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필요를 이렇게 설명했다. 장르문학은 독자가 아무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소설의 내용만으로 소통하는 문학이 아니라, 특정한 문법을 관습적으로 공유한 상태에서 작가와 독자가 함께 대화하는 일종의 놀이와 .. 2023. 10. 20.
[책 감상/책 추천] 최지선, <여신은 칭찬일까?> [책 감상/책 추천] 최지선,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여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해 마시라. 여돌들에게 어떤 개인적이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그들을 보면서 ‘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아마 여돌들은 얼굴과 몸매가 밀리미터 단위로 분석되고, 어디에서 무얼 하든 욕을 먹기 십상이라는 현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여돌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체적으로 남성 대중을 겨냥한 것이고, 그래서 그런 불편한 상황에 나를 놓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다. 어차피 내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그런 상황들을 마주치는데, 그것보다 좀 더 전면에서 그것을 직면하는 이들을 부러워할 리가. 이 책은 여자 아이돌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다방면으로 분석한다. 대중문화 비.. 2023. 10. 16.
[책 감상/책 추천] 이토 마사아키, <플레이밍 사회> [책 감상/책 추천] 이토 마사아키, 부제목이 설명하듯, ‘캔슬 컬처에서 해시태그 운동까지 그들은 왜 불타오르는가’를 연구한 책. 일본인 저자가 일본의 사건을 위주로 (예외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은 미국 위주로) 대부분의 현상을 살펴보고 설명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인 독자들에겐 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이나,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은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예시로 드는 사건들이 아무래도 외국 일이다 보니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엔 좀 어렵달까. 저자 말이 맞으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비판적인 사고를 견지하며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뭘 알아야 평가를 하지!). 저자의 설명 중 내가 제일로 공감한 건, ‘약자’의.. 2023. 10. 13.
[책 감상/책 추천] 최지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 감상/책 추천] 최지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18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저자 역시 딩크(Double Income, No Kids;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족으로 살고 있는 여성이라서, 그들과 완전히 다른 시야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같은 관점을 바라보기에 나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사람, 그것도 남성이었다면 아마 이들을 현재 저자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모음집은 정말 안 좋아하는데 (그냥 취향이 아니다), 이 책은 아주 명확한 주제로, 명확한 공통점을 가진 인터뷰이들을 인터뷰했기에 그냥 저자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쓰였다. 인터뷰이들의 대답을 한 명 한 명 각각 보여 주는 게 .. 2023. 10. 11.
[책 감상/책 추천] 다지마 요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 [책 감상/책 추천] 다지마 요코, 최근 영화 (2023)가 흥행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관한 평을 공유했다. 개중에 내가 보기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지금 원글은 삭제되고 없는데) ‘바비 후기: 이 영화를 단순히 탈코르셋으로 해석하면 필패한다’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에게 오늘 후기의 주인공인 이 책을 읽도록 준비해 주었는데, 이 책의 제목으로 요약될 수 있는 중요한 콘셉트를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다지마 요코는 일본의 영문학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여성의 처지를 갤리선의 노예에 비유한다. 태초에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살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남성은 임신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활동이 자유롭고 벌이도 많아서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 재.. 2023.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