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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556

[책 감상/책 추천] 권남희, <스타벅스 일기> [책 감상/책 추천] 권남희,    이후 또 재미있게 읽은, 일본 문학 번역가 권남희 님의 에세이. 저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매번 시켜 먹은 음료와 그날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기록해 두기 시작했는데, 그게 모여서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이 콘셉트로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에세이 형식으로 바뀌었다고.스타벅스라는, 이제는 한국인들에게에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소소하게 재미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떠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 떠드는 내용도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저자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친절을 나누기도 하고, 텀블러를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아 에코별을 적립하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음료를 많이 마셔 본 분들은 .. 2024. 6. 14.
[책 감상/책 추천]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책 감상/책 추천] 박서련,   박서련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 이전에 이 작가의 를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그래서 이 책도 펼쳐 봤는데, 와우… 각 단편소설의 소재가 아주 자극적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초등학생 아들보다 게임을 잘하는 엄마아이의 반에 당신이 사는 아파트보다 좋은 집에 사는 아이는 없다. 당신의 남편보다 좋은 차를 타는 아버지는 없다.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자라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책임 있게 나서 준 적이 없었고, 아버지의 경우는 굳이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쥐어짜려야 쥐어짜 낼 기억조차 없다. 따라서 당신이 아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은, 어쩌면 아이를 위하는 그 이상으로 당신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했다. 열두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 2024. 6. 12.
[책 감상/책 추천] 멀리사 모어, <HOLY SHIT: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 [책 감상/책 추천] 멀리사 모어,   아시다시피, 제목으로 쓰인 ‘holy shit’은 ‘아이고, 이런, 빌어먹을’ 정도로 쓰이는 상스러운 말이다. 이 책은 영어의 상스러운 소리가 가진 풍부한 세계를 탐구한다. 상스러운 소리라 하면 일단 서약어(”by God’s bones”), 외설어(성기처럼 외설적인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말), 비속어(’shit’), 인종 비하어(’n****r’)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저자는 고대 로마 시대에서 시작해 기독교가 퍼져나가던 시기, 중세, 르네상스 시대, 빅토리아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에 꽃피었던(?) 상스러운 소리를 당시 시대적 특징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가 자리잡던 시기에는 기독교의 신인 야훼가 당시 히브리인들이 믿던 신들(비바람.. 2024. 6. 10.
[책 감상/책 추천] 로라 베이츠, <인셀 테러> [책 감상/책 추천] 로라 베이츠,   비자발적 독신, ‘인셀’들을 낱낱이 분석하고 그들에 대항할 방법을 탐구한 책. 저자 로라 베이츠는 잘 알려진 페미니스트 작가로 여성 혐오자들에게 성폭력 및 살해 위협을 받았는데도 이에 지지 않고 이 책을 써냈다.일단 ‘인셀’로 대표되는 여성 혐오자들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게 참 놀랍고 한심했다. 우선 ‘왜 나랑 안 자 줘 빼액’ 하는 인셀들이 있고, 여성 혐오적인 발언과 행동(사이버 불링 등)로 신자자의 영력 을키우는 인플루언서, 여자들과 공존하기를 아예 거부하는 믹타우(MGTOW, Men Going Their Own Way), 여성을 오직 성관계의 목표이자 대상으로만 보는 소위 ‘픽업 아티스트’ 등등. 저자는 이들을 지칭하는 넓은 용어로 ‘매노스피어(manos.. 2024. 6. 7.
[책 감상/책 추천]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어휘편> [책 감상/책 추천] 엄민용,   자칭﹒타칭 ‘우리말 달인’이 알려주는 올바른 우리말. 어휘편과 문법편이 나뉘어져 있는데 나는 일단 어휘편부터 읽었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저자가 자신이 넘친다. 우리말 맞춤법이나 사전도 나날이 변하고 업데이트되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일부 책들은 옛날 지식을 전달해서 현재와 맞지 않으니, 자기 블로그에 들러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라고 저자가 정말 여러 번 말한다. 최신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서 자신이 예전에 쓴 책은 일부러 절판시켰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자신감이면 믿어 봐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어떤 책들은 어떤 표현들은 번역투니 좋지 않다, 수동태는 웬만하지 쓰지 말라고 하는데, 저자는 그것들이 문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국립국어원.. 2024. 6. 5.
[책 감상/책 추천] 하재영,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책 감상/책 추천] 하재영,   저자의 어머니와 저자가 같이 쓴, 저자 어머니의 회고록이라고 할까. 어머니가 먼저 당신의 삶을 구술하면 이를 저자가 받아 적고, 저자가 자신이 보고 느낀, 그리고 해석한 어머니의 삶에 대해 썼다. 어머니와 딸이 번갈아 가며 서술하는 구조 덕분에 기성 세대와 (나름대로,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겪은 삶, 생각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제목에 쓰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I never had a mother)”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쓴 문장에서 따 온 것이다. 그녀는 한평생 어머니에게 헌신했는데, 저자는 이 문장을 책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이 문장에서 (여성) 작가가 되는 일이 불러일으켰던 ‘절망’을 읽어낸다. 디킨.. 2024. 6. 3.